스마트팜 장려하는 정부, 농촌선 미흡한 통신망에 ‘쩔쩔’

아직도 인터넷 연결하려면 ‘전신주’ 세워야 하는 실정

통신사 선택권 없는 데다 수리·점검받는 것도 ‘하세월’

  • 입력 2022.10.02 18:00
  • 수정 2022.10.03 18:4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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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26일 전라남도 보성군 조성면 대곡리 일원에서 농민 심오남씨가 서버통신에 오류가 난 스마트팜 제어기를 가리키고 있다. 심씨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고장 신고 접수 이후 28일에야 수리가 완료됐다.
지난달 26일 전라남도 보성군 조성면 대곡리 일원에서 농민 심오남씨가 서버통신에 오류가 난 스마트팜 제어기를 가리키고 있다. 심씨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고장 신고 접수 이후 28일에야 수리가 완료됐다.

 

부족한 노동력에 대응할 방안 중 하나로 정부는 기계화·첨단화 농업을 지향하며 ‘스마트팜’ 확산을 최근 가장 큰 정책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또 소멸하는 농촌을 일으켜 세울 대안 중 하나로 청년들의 귀농·귀촌을 장려하며 스마트팜 설치·운영 지원에도 큰 예산을 들이고 있지만, 실제 농촌에선 부족한 통신망에 인터넷 연결 불안으로 인한 불편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전라남도 보성군 조성면 일원에서 스마트팜 딸기 농사를 짓는 농민 심오남(55)씨는 지난 8월 말 발생해 한반도로 북상한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터넷 연결이 끊기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6일 인터넷 연결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인지한 심씨는 즉시 통신사에 수리를 요청했다. 이틀 뒤인 9월 8일경 수리기사가 현장을 방문했지만, 기사는 당장 수리가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후 심씨는 계속해서 통신사 측에 수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통신망은 취재가 시작되고 지난달 28일에야 복구됐다.

심씨는 “오늘날 대부분의 스마트팜은 논·밭 한가운데 위치한다. 정부에선 스마트팜을 장려하고 있지만 마을 주변도 아니고 논밭 한가운데에는 인터넷 통신망을 연결할 만한 통신주가 없어 대부분 농민들은 통신주를 새로 설치하거나 기존의 한전 전신주 등을 활용해 인터넷을 연결하는 실정이다”라며 “2016년 스마트팜을 설치할 당시에도 통신주를 설치하는데 소요되는 비용 등이 부담돼 인근의 한전 전신주를 통해 인터넷을 연결했다. 통신사 측에서 원래 안 되는 거라고 얘기했지만, 어쨌든 통신사에서 한전주로 인터넷 연결을 해준 덕에 최근까지 요금을 납부하며 통신망을 잘 사용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심씨는 “스마트팜에서는 온·습도 등 환경관리 전반에 대한 조절을 통신에 기반한다. 스마트팜은 농민이 꼭 농장에 있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측·천창 개폐와 난방 등을 할 수 있게 해주고 환경 조건과 생육 상태, 생산량 등에 대한 빅데이터를 축적해 보다 나은 생산 활동을 가능케 해준다”면서 “이달 초 스마트팜에 딸기를 정식해 생육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데, 인터넷이 끊겨 설정한 온·습도 값에 맞게 시설이 알아서 조절되질 않다 보니 일일이 손으로 조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밤 온도가 떨어질 경우 딸기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걱정이 큰데 KT에서는 자사 통신주가 아닌 한전 소유 전신주라는 이유로 수리를 빨리 진행해주질 않아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KT 관계자는 “2020년 이후부터 100Mbps 이상의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적 역무에 포함됐지만, 일정 공간 범위를 초과하는 농산어촌 등의 외진 곳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을 위해 고객에게 별도의 전신주 설치비용이 부과되고 있다. 그래도 KT의 경우 다른 통신사에 비해 통신망 제공이 보다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일정 범위 이상의 통신망 제공에 수반되는 비용은 고객이 부담하는 상황이다”라며 “군 단위 대부분에서는 한전주를 이용해 통신망을 인입했다고 보면 된다. 올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며 감전사고 등의 이유로 한전 직원이 아니면 한전주 통신망 수리 등이 원활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개선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통신망 연결에 수반되는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농민들은 같은 요금을 지불하고도 도시에 비해 수리·보수 등의 관리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수리기사 부족 등의 이유로 수리·복구 등이 늦어지는 경우도 다반사고, 통신사를 고를 수 있는 선택 폭이랄 게없다 보니 통신망 사용을 위해 여러 부가 서비스를 필요 여부에 관계 없이 반강제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농촌 현장에서는 부족한 통신망 인프라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스마트팜 확충 정책을 펴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에서는 정작 안일한 태도로 이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통신망 연결을 위해 전신주를 농민 개개인이 설치해야 하는 농촌 현실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내비치며 농어촌 통신망 인프라 구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라며 선을 그었다.

스마트팜 서버통신에 오류가 난 모습.
스마트팜 서버통신에 오류가 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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