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재생에너지 정책 변화, 전남에서 시작하자”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공영화와 공존을 위한 조례 제정 공청회’ 개최

풍력·태양광 및 변전소 건설로 인한 피해지역 주민 사례 발표 이어져

  • 입력 2022.08.12 12: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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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0일 전라남도의회 초의실에서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공영화와 공존을 위한 조례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지난 10일 전라남도의회 초의실에서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공영화와 공존을 위한 조례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편법·불법 행위로 농산어촌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파괴하는 현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전라남도의회에서 시작됐다.

32년만의「지방자치법」전부 개정과「주민조례발안법」제정을 통해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 연대회의(공동대표 손용권·이갑성, 전남 연대회의)가 지난 1월 13일 주민조례발안 제1호로 전라남도에 제출한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및 지역사회·생태계와의 공존을 위한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박형대·오미화 전라남도의회 의원이 의원발의로 추진하면서부터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전라남도의회 초의실에서는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공영화와 공존을 위한 조례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오미화·박형대 의원을 비롯해 이재태 전라남도의회 경제관광문화위원회 부위원장, 박원종 전라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위원, 김미경 전라남도의회 보건복지환경위원회 위원 등 전라남도의회 의원 다수와 정운갑 영암군의회 의원, 도내 시·군 풍력·태양광 대책위원회 위원장 및 주민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가장 먼저 박형대 의원은 “재생에너지 정책 변화를 전남에서부터 이끌기 위한 준비는 지난해부터 지역 주민들과 꾸준히 추진했다. 이번 공청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조례 제정에 착수하려 한다”고 밝혔고 오미화 의원 역시 “지역구인 영광군에는 염전마을이 있지만, 마을 이름이 무색하게 더 이상 염전을 찾아볼 수 없고 태양광으로 뒤덮여 있을 뿐이다. 전남 연대회의를 통해 전남 내 풍력·태양광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만났고,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준비한 주민발안 조례를 박형대 의원과 의회 입성 후 의원발의로 전환·추진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조례에 대한 설명에 앞서 지역 주민들의 사례 발표가 진행됐다. 나주시 세지면의 김경희씨는 집과 맞닿은 곳에 2만평 규모의 태양광 설비가 설치되고 있는 실정을 전했고, 한국전력공사의 변전소 건설 반대 운동에 주력하고 있는 영암군 시종면의 권혁주씨는 변전소 건설이 농지태양광 확대의 사전 작업과 다름없는 만큼 변전소 주변에 살며 농사지어야 할 주민과 농민들의 기본권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태양광 설비 설치를 막아내기 위한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어 최근 환경부 소속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풍력발전기 저주파 소음 피해 배상 결정을 끌어낸 영광군 염산면 창우마을의 사례가 발표됐는데, 양대일 창우마을 풍력대책위원장은 “2017년 사업설명회 때 시계 초침 소리 정도의 소음이 있을 거란 얘기를 들었지만 2019년 1월 상업 가동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2차 대전 비행기 소리에 준할 만큼 엄청난 소음을 겪고 있다. 피해를 어디다 하소연할지도 몰랐고, 명확히 답을 주는 사람도 없었다”라며 “백방으로 뛰다 분쟁조정위원회를 알게 됐고 2020년 11월 제소해 지난 6월 한국 최초로 해상풍력 소음 피해 배상 판결을 받게 됐는데 업체 측에서 60일의 송달 기간이 끝나기 3일 전에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현재 주민 160명에 법원 서류 뭉치가 날아든 상태로 서울 대형 로펌과 소송을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학철 전남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화순과 장흥, 완도, 무안의 사례를 종합해 발표했다. 정 공동집행위원장은 “발전 업체에서는 15년 전 돌아가신 분의 찬성 서명으로 주민 동의서를 조작해 발전사업 허가를 받기도 하고 정치권을 포섭해 이격거리 조례를 대폭 축소하기도 한다.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업자는 회사를 팔아넘기고, 그 회사를 산 사람은 주민들의 민원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형국이다”라며 “서부발전 등 공기업의 행태도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다. 1인 시위와 집회로 지자체가 개발행위를 불허하면 행정소송으로 이를 눌러버리며 주민들에게 사업에 동의할 것을 종용하고 2차, 3차 풍력 계획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면 기금을 주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실제 피해가 없던 간척농지가 염도 측정만으로 염해 간척지로 둔갑돼 발전사업 허가를 얻는 경우가 태반이고, 대규모 태양광의 경우 인접한 여러 마을 중 몇 개 마을에만 발전기금을 약속하고 동의서를 받은 뒤 사업을 진행해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 주민들과 인접 마을 주민들의 여론을 갈라치기하는 수법도 대중적으로 펼치고 있다”라며 “대부분의 지자체에선 독립주택을 이격거리 측정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것도 문제고, 발전사업 허가나 개발행위 허가 등에 대한 정보를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없다 보니 주민들의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는 현실도 고쳐야 할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형대 의원은 “조례 설명에 앞서 각 지역의 갈등 사례를 들은 이유는, 앞으로 더 이상 이렇게 돼선 안 된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기 위해서다. 조례가 상위법을 능가할 수 없는 만큼 잘못된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진 못하겠지만, 조례 제정을 통해 이렇게 좋은 모델이 있고 이걸 통해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아 보자는 데 의미가 있다”며 “조례의 성격은 제목에 분명히 명시돼 있듯 재생에너지 발전을 민간에 맡길 게 아니라 전라남도가 주체적으로 공영화하자는 것이다. 지역사회 또는 생태계와 등지지 말고 공존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며, 농지나 임야·갯벌·간척지 등에 손대지 말고 기존의 인공지형물을 적극 활용해 발전한 재생에너지를 지역민이 우선 사용하고, 이익이 발생하면 그걸 모두 지역민에게 배분하자는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박 의원은 “현재 도 의회 입법연구팀이 분석을 마친 상태며 전라남도와도 의견을 교환 중인 상황이다. 상위법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기존 주민발안조례의 원칙과 방향을 최대한 지킬 수 있게 조례 제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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