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올해 ‘무기질비료(화학비료) 원자재 가격 연동제’라 불리는 농협 계통구매 상시 계약단가 조정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3분기 비료 판매가격이 조정됐다. 농민들의 우려와 달리 요소비료 가격만 소폭 하락한 채 모든 비종의 판매가격은 동결됐지만, 현재 국제 원자재 가격 동향 등을 토대로 4분기와 내년도 화학비료 판매가격 역시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급등한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년도 비료가격에 대한 농민들의 걱정이 수그러들지 않는 실정이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계통구매 대농민 화학비료 판매가격은 요소 비종에 한해 하락했다. 1~2분기 20kg 1포당 2만8,900원에 판매되던 요소(그레뉼) 비료 가격은 2만6,800원으로 2,100원(약 7.3%) 떨어졌으며, 이에 맞춰 인상분 80% 지원단가도 1만4,650원에서 1만2,950원으로 조정됐다. 1포당 농민 자부담은 1만4,250원에서 1만3,850원이 됐다.
요소(프릴)의 가격 역시 20kg 1포 기준 2만9,000원에서 2만6,650원으로 2,350원(약 8.1%) 하락했다. 이에 보조단가는 1만4,550원에서 1만2,700원으로, 농민 자부담은 1만4,450원에서 1만3,950원으로 조정됐다.
가장 높은 인상률을 보였던 요소비료는 가격이 소폭 하락했으나, 나머지 비종의 판매가격은 보합세를 나타냈다. 아울러 요동치는 국제 식량 가격과 같이 비료 원자재 가격은 좀체 안정세를 보이지 못해 업계와 농협 등에선 4분기와 내년의 비료가격 또한 현재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거란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지난해 대비 급격히 오른 비료가격 탓에 농식품부는 ‘2022년 정부 예산 의결서 부대의견’을 반영해 올해 비료가격 인상분의 80%를 농협 및 지자체와 함께 분담해 지원 중이다. 하지만 인상된 비료가격이 내년에도 일정 수준 지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함에도 농식품부는 정부 정책기조가 ‘화학비료 저감’에 향해 있다는 점과 올해 예산이 ‘부대의견’을 통해 마련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인상분 지원 연장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내년도 비료가격 인상분 지원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은 비료 사용이 많지 않은 시기지만, 오는 4분기부터는 동계작물을 비롯한 대부분 작물의 영농이 준비·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생산비 부담 증가에 대한 농민 우려는 계속해서 그 크기를 키워가고 있다. 인상분 지원 여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농민들은 당장 내년의 영농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 것인지에 막막함을 느끼는 실정이다.
한편 지난달 19일 농민단체와 농협, 학계 및 비료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비료공급 자문위원회 회의에서는 무기질비료 인상분 80% 지원에 대해 논의가 오갔다. 회의에서 농민단체 간부 등은 내년도 비료 인상분 지원 지속 필요성을 강조했고, 농협과 비료업계에서도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비료공급 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고창건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농림축산식품부는 TRQ 물량으로 밥상물가 잡기에만 혈안이 돼 있고, 기획재정부 핑계만 대며 농민들의 영농비 인상 부담은 신경도 쓰질 않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비료가격 인상분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기재부나 예산 등을 핑계 삼아 운운하며 내년에 인상분 지원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대농민 사기극을 벌인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전농은 앞으로 남은 하반기 내내 쌀값 폭락과 영농비 인상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생산비 부담에 대한 농민 부담과 정부를 향한 불신이 갈수록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와 국회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