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비료 둘러싼 농민-업계-정부 간 ‘평행선’

업체 손실 보전 목적의 ‘원자재 가격 연동제’, 농민은 등골 휜다

정부, 공급 여력 충분하다며 호언장담 … 현장선 “없어요, 없어”

  • 입력 2021.11.19 12: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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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일 경북 의성 들녘에서 농민들이 비료를 뿌리거나 트랙터로 밭을 갈아엎는 등 마늘 파종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일 경북 의성 들녘에서 농민들이 비료를 뿌리거나 트랙터로 밭을 갈아엎는 등 마늘 파종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요소비료 공급과 관련된 농민과 업계, 정부의 입장·견해차가 좀체 합치되지 않고 있다. 원자재 가격을 분기마다 계통구매 단가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에서부터 당장 필요한 비료를 구하는데 전전긍긍한 현장 실정에 비해 다소 괴리있는 정부 측 호언장담까지 동상이몽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우선 원활한 비료 공급을 목적 삼아 대두된 ‘원자재 가격 연동제’의 경우 19일 비료공급자문위원회를 통해 본격 논의될 예정이나, 비용 인상 부담 직격을 맞게 될 농민 합의 도출에 벌써부터 난항이 예견되고 있다. 정부와 농협경제지주가 고심 중인 비료 원자재 가격 연동제는 연초 1년 내내 공급할 비료의 물량과 단가를 결정하는 계통구매 계약이 원자재 가격 급등 시 업체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원활한 비료 공급을 위한 사실상 업계의 손실 보전 대책으로 풀이된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계통구매 계약에는 당초부터 원자재 가격이 특정 비율 이상 인상 또는 인하될 경우 이를 반영하도록 하는 조항이 존재했다. 십 수년간 원자재 가격에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계통구매 계약이 단가 변동 없이 연간 유지됐던 것이고,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게 되면 업체가 당초 계약단가로 원자재 필요 물량을 수급할 수 없기 때문에 연동제 도입을 업계 및 농민단체 등과 협의 중이다”라며 “아직 확정안이 도출된 건 아니지만 고정 단가에 계약 직전 분기 원자재 변동분을 적용한 분기별 조정단가를 더해 계통구매 단가를 조절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양정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이미 원자재 인상으로 비료 가격이 한 차례 인상됐고, 원자재 가격 연동제 도입으로 비료 가격이 또 오른다면 아마 생산비를 감당할 농민이 많지 않을 거다”라고 전했다. 이무진 정책위원장 또한 “비료값 인상을 온전히 농민 부담으로 떠안겨선 안 된다. 물가 안정이란 명목으로 농산물 가격은 계속 떨구면서 비료 가격 인상을 외면하는 건 농업을 외면하는 처사다”라며 “당장 내년 예산 추경을 통해 예상되는 비료 가격 인상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번 인상된 농자재 가격이 떨어지는 건 본 적이 없다”는 농민들의 말처럼 원자재 가격 인상뿐 아니라 인하 시의 변동분이 얼마나 잘 적용될지, 또 변동분을 어떻게 책정하고 변동분의 얼마만큼을 농민 부담으로 지울 것인지 등 풀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밖에 동계작물 재배용 요소비료 계약물량을 공급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정부 측의 호언장담 이후 지난 15일부터 특별물량 공급이 시작됐으나, 당장 비료 사용이 시급한 전남·제주·경남에선 필요로 하는 물량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농민들의 호소가 여전히 잇따르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이후 요소 및 복합비료 물량이 도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나, 납품 업체는 단 두 곳뿐이다. 지역농협과 업체 간 계약에 따라 비료가 공급되므로 정확한 물량을 파악할 순 없지만 당초 정부가 발표한 제주 특별 공급물량 679톤 중 극히 일부일 것으로 추정된다.

김창남 전농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은 “지역농협에서도 필요로 하는 비료 물량을 일시에 전부 구하지 못해서인지 당장 비료를 사용해야 하는 보리 파종 농가에 할당량만 배분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라며 “비료 물량도 물량인데, 보리 파종 밑거름인 복합비료의 요소 함량이 17%에서 12% 정도로 줄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의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진 않다. 이종관 해남군농민회 사무국장은 “맥류 파종 전 밑거름도 주고 겨울배추 웃거름도 줘야 하는데, 밑거름용 복합비료는 일부 지역농협 재고량을 당장 구매할 수 있으나 웃거름용 요소비료는 구하기 쉽지 않다”라면서 “지역농협에서 판매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막 비료를 사재기하는 농민은 현장에 찾아볼 수 없다. 농민들 사이에선 내년 2월 말에서 3월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단 불안감과 함께, 비료값 인상에 대한 걱정만 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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