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요소’ 품귀, 비료 공급 차질도 불가피

호주와 무역분쟁 중인 중국, 비료·요소 수출제한 단행

요소·암모늄 등 비료 원자재 국내 저장 물량 전혀 없어

업계 “원자재 수급 불안에 생산 중단 업체 늘고 있다” 우려

  • 입력 2021.11.05 08:11
  • 수정 2021.11.05 08:1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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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최근 비료 및 요소의 수출을 제한한 중국의 조치가 국내 화학비료 공급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 농민이 밭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최근 비료 및 요소의 수출을 제한한 중국의 조치가 국내 화학비료 공급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 농민이 밭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장기간 이어진 호주와의 외교 갈등에 이어 국제 석탄 가격 상승 여파까지 겹치자 석탄 수급에 큰 차질을 겪고 있는 중국이 최근 비료 및 요소 수출제한이라는 강력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향후 국내 화학비료(무기질비료) 공급에 큰 차질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재빨리 수립·이행돼야 한다는 게 농업계의 주장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중국 해관총서는 비료 품목 29종에 대한 수출 검역 관리방식 변경을 공고했다. 이로 인해 별도의 검역, 검사 없이 수출 가능했던 요소, 칼륨비료, 인산비료 등 총 29종 비료 품목은 10월 15일부터 반드시 출입국검험검역기관의 검역을 거치고 통관단을 발급받아야 수출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규제 강화를 통해 비료 수출을 억제하고 중국시장에 비료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는 상황이다. 

관련해 KOTRA 중국 베이징무역관은 “중국 정부가 비료 수출을 억제하는 원인은 중국 내 비료 공급 부족 및 이에 따른 가격 급등에 있다. 화학비료 주요 생산원료의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고 최근 전력난까지 겹쳐 화학비료 및 요소 생산이 위축되는 등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중국 정부 차원에서 화학비료 가격 상승세 억제 및 자국 내 충분한 공급 물량 보장을 위한 정책과 조치를 쏟아내는 것이다”라며 “이번 규제 강화 조치로 중국의 화학비료 및 요소 수출은 크게 억제됐지만 중국 내 비료 및 요소 생산이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중국 내 공급 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수출제한 조치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에 국내 무기질비료 업계에선 난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비료협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무기질비료 생산 업체는 공장 가동을 위한 최소한의 원자재 물량을 연말 무렵 구매하고, 연초 농협중앙회 계통구매 계약으로 공급물량이 결정되면 원자재 구매계획을 세운다. 이에 요소나 암모늄 등 무기질비료 원자재 저장 물량은 현재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한국비료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중동 수입 운임 단가 인상과 동남아 수출제한 등의 여파로 종전 50~55%던 요소 수입 중국 의존도는 지난 9월말 기준 67%까지 치솟았다. 중국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수출제한 조치를 유지할 거라 전망되는데 요소 수입량이 우리나라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인도 역시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걱정이 크다”라며 “원자재 필요 물량을 결정할 향후 계통구매 계약 시 가장 중요한 건 지난해 말 대비 2.5배에서 많게는 3배 오른 가격 인상분이 적절히 잘 반영되느냐는 것인데, 농민들의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문제도 있고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인한 비료 가격 인상 부담을 온전히 농민이 떠안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최근 요소수 문제로 사회와 산업 전반에서 요소 공급물량과 가격 안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농업계는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은데, 비료 및 원자재 공급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담당자는 “요소수는 수입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요소 비료는 비교적 수입국 다변화가 이뤄진 상태다. 농협과 업계 등에 수입 다변화를 더욱 확보해달라 요청한 상태고, 수입 시 관세 부담을 줄일 방안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라며 “친환경농업 확대와 탄소중립 정책을 적극 장려·추진하는 정부 기조 아래 무기질비료 원자재 확보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긴 어렵지만 농민들이 비료를 안 쓰는 것과 비료를 쓰려고 하는데 없어서 못쓰는 것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수급 점검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농협 계통구매는 농협과 업체 간의 계약 문제이므로 정부가 가격 결정 등에 관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이 정도 상황에선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 원자재 수급 불안정과 이로 인한 비료 가격 인상은 농민뿐만 아니라 농민들이 생산한 농작물과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에게도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며 “지난번 무기질비료 계통구매 단가가 한 차례 인상될 때도 농협이 비용 일부를 부담했을 뿐 완전히 관료화돼 버린 농림축산식품부는 주도성을 놓아버린 채 관망만 했다. 원료 수급이 이토록 불안정해지고 가격이 폭등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직무 유기와 다름없고, 지금껏 그래왔듯 모든 책임과 역할, 부담을 농협과 농민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라고 힘줘 말했다.

관련해 전농은 지난 4일 ‘요소수 문제, 여전히 정신 못차린 정부. 규탄도 아깝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정부는 석탄 파동과 전력난 등을 겪는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안 하다 문제가 현실화되자 농업용 요소비료로 차량용 요소수를 만드는 방법 등 말도 안 되는 협의나 하고 있다. 더 어처구니 없는 사실은 100% 외국에서 수입하는 요소 등 비료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수입자체가 안되고 있어 향후 요소거름이 부족해 영농철에 대란이 일어 날 것이라는 예측이 있음에도 정부는 WTO 핑계를 대며 아무런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라며 “돈이 되지 않으면 국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식량이든 필수용품이든 생산하지 말고 값싼 수입산 사용하면 된다는 자본의 논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신자유주의 국가정책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이번 요소수 문제는 다른 분야로 옮겨갈 것이다. 요소수 문제 뿐 아니라 화학비료 원자재 부족에 대해 근본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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