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포대 필요한 요소비료, 한 바가지도 못 구해”

지역별 작목별 요소비료 불균형 ‘심각’

당·정·청 대책회의선 “2월까지 충분”

  • 입력 2021.11.13 15:52
  • 수정 2021.11.13 16:2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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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농림축산식품부, 청와대 농해수비서관, 농협 관계자가 참석한 당·정·청 협의회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려 농업용 요소 수급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농림축산식품부, 청와대 농해수비서관, 농협 관계자가 참석한 당·정·청 협의회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려 농업용 요소 수급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발 요소수 품귀현상이 요소비료 수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에선 요소비료 재고량이 내년 2월분까지 확보돼 있다는 다소 느긋한 입장이지만 지역별·품목별로 농민들은 요소비료가 품절 돼 속을 태우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요소 등 비료 원자재 수급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번 당·정·청 협의회에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어기구·위성곤·윤재갑·이원택·주철현 의원과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장관·김종훈 기획조정실장·김종구 농업생명정책관, 청와대 정기수 농해수비서관, 농협중앙회 최선식 상무 등이 참석했다.

김종훈 농식품부 기조실장은 “2020년 요수 수입량은 46만5,000톤으로 중국 수입 의존도는 48%”라며 ‘요소수’에 비해 중국 의존도(올해 기준 97%)가 낮은 상황을 밝히고 “올해 말까지 동계작물 재배 등 요소비료 수요량은 1만8,000톤 수준인데 농협 재고물량이 3만5,000톤임을 감안할 때 공급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내년도 요소비료 총 소요량은 상반기 31만5,000톤, 하반기 15만7,000톤 등이며, 현재 비료업체 확보량은 9만5,000톤으로 2월까지 소요 예상량 4만4,000톤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료 수급 불안과 가격인상 등의 심리적 우려로 농업인들의 가수요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대응방안으로 △비료 원자재 가격 인상분 연동제(연간 고정 계약단가를 분기별 계약단가로 조정) △중국 외 중동 등 수입선 다변화 △구입자금 지원 확대(이차보전 증액, 이율 0%) 및 할당관세 지속 △주간단위로 지역농협별 공급물량 배정 등을 밝혔고, 지난 8일 농식품부 내에 설치한 비료수급대책 TF를 통해 수급상황을 실시간 점검한다.

최선식 농협중앙회 상무는 “요소수 품귀현상이 방송으로 보도되며 요소비료까지 부족한 것 아니냐 하는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으나, 재고량을 기준으로 총량은 충분하다”면서도 “제주 지역 등은 어려움이 있다. 현재 비료 수급에 차질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농식품부와 우선 공급 방안을 논의한다. 다만 비료가격이 문제인데, 비료업체들이 원재료 값 인상분을 비료가격에 반영할 수 없을까봐 주저하고 있다. 비료가격 원가 연동제를 통해 비료업체를 안심시키면서 비료를 원활히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의원들은 지역 현황을 각각 전하며 요소비료가 필요한 지역의 우선 공급을 적극 주문했다. 하지만 원자재 값 인상 등의 여파로 비료값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누가 인상분을 부담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윤재갑 의원은 “비료가격이 인상되면 농민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농산물 값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료값 인상분 부담을 농민만 감당하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주철현 의원은 “이대로 가면 비료가격이 80% 인상될 수밖에 없다. 농해수위 상임위에서도 말했지만 비료가격 80% 인상 부담을 농민에게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 대책회의의 핵심이 돼야 한다. 내년 예산안에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농민들이 안심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김현수 장관은 “요소비료가 당장 부족한 것도 아니고 ‘예상되는’ 부담을 지금 의사결정하는 것은 어렵다. 생각보다 빨리 수급 문제가 풀릴 수도 있고, 농민들이 농협에 비료대금을 바로 지급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수확 후 정산하지 않나. 가격 부담이 실제화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겠다. 특히 지난해 농가별 비료공급량 대비 더 많이 구매하는 일이 없도록 비료 물량관리를 (장관이) 직접 하겠다”면서 농가의 ‘사재기’ 근절을 언급했다.

위성곤 의원은 “정부의 의사결정이 빨리 이뤄져야 수급불균형, 가격인상 불안요인도 잠재울 수 있다”면서 “정부가 가격 보존문제에 적극 나서서 특정해 줘야 농협도 원료공급업체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문제는 농촌현장에서 체감하는 요소비료 부족 사태가 당·정·청 협의회에서 짐작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농협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11일 현재 지역농협 요소비료 재고량은 전혀 없다. 농가들의 가수요도 물론 있지만 공급 자체가 없는 것이 핵심적인 원인이다. 당장 요소비료가 필요한 곳은 가온하우스, 수확이 끝난 극조생 만감류, 마늘 등 월동작물 재배지이지만 지급할 물량이 전혀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계통구매 계약 물량조차 100% 공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요소 수입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이를 선별하고 가공하는 단계를 거쳐야 비료생산이 되기 때문에 실제 요소비료 공급시기는 원자재 수입 이후 일주일에서 보름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가장 속이 타는 건 농민들이다. 제주에서 감귤농사를 짓는 농민 김윤천씨는 “농사를 짓는 지인들이 요소비료 구할 수 있냐며 수시로 묻고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 나 역시 요소비료가 20포대는 필요한데 지금 당장 한 바가지도 구할 수 없다. 답답하다. 제주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지금 감귤나무에 요소를 엽면시비해야 동해도 막고 수세회복에도 도움이 되는데, 낭패다. 제주 월동 무·배추 농가들도 속이 타긴 마찬가지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내륙지역은 수확이 끝나서 당장 요소비료가 필요하지 않으나 제주를 비롯한 전남, 경남지역은 마늘·양파 등 월동작물을 재배 중이라 요소비료가 적기에 공급돼야 한다. 지금처럼 공급량이 부족하면 1~2월 겨울작목 시비기에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겨울 추위를 이기고 순이 올라오는 시기에 요소 거름을 주지 않으면 생산량은 보나마나 30~50% 정도 줄어들게 돼 있다. 요소비료 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월동작물 수확기인 5~6월에 가격파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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