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자리도 안 했는데, 비료가격 보조 한도 벌써 동났다”

농협 거래물량 3년 평균에 비종별 보조금액 곱해 농민별 한도 산정

대상서 제외된 ‘원예용 복합비료’ 탓, 농민들 보조 한도 태부족 호소

  • 입력 2022.03.06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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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원자재 수급 불안정의 여파로 비료값이 크게 오른 가운데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둔 농민들이 비료가격 인상분에 대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충북 충주시 엄정면 괴동리 들녘에서 농민들이 규산질비료를 트랙터 살포기에 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원자재 수급 불안정의 여파로 비료값이 크게 오른 가운데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둔 농민들이 비료가격 인상분에 대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충북 충주시 엄정면 괴동리 들녘에서 농민들이 규산질비료를 트랙터 살포기에 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사료작물 웃거름 주고 나니 비료가격 인상분 보조 한도가 벌써 동났다”는 농민들의 호소가 현장서 터져 나오고 있다. 농민들은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크게 오른 비료값을 감당할 걱정이 앞선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원자재 수급 불안정의 여파로 무기질(화학)비료 가격이 크게 오르자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농협은 농민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올 한 해 비료가격 인상분의 80%를 보조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원예용’으로 분류되는 화학비료는 대상서 제외했으며, ‘일반 비료’를 구입할 경우에만 정부·지자체·농협의 보조를 받을 수 있다. 보조 한도는 농협을 통해 구매한 비료 3년치 평균 물량의 95%며, 그간 농협이 아닌 대리점 등을 통해 비료를 구입한 경우엔 재배면적 및 작목에 따른 농촌진흥청 표준 시비량으로 보조 한도가 정해진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에 따르면 농민별 비료가격 보조 한도는 농협서 구매한 3년치 비료 평균 물량의 95%에 비종별 보조금액(인상차액의 80%)을 곱하는 방식으로 이미 확정된 상태다. 보조 대상 품목마다 보조금액을 산출했으며, 많게는 3배까지 인상된 요소비료의 경우 보조금액이 다른 비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적용되는 방식이다.

이에 사료작물과 밭작물 웃거름 살포를 시작한 농민들은 인상분 보조를 받아 비료를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해남군의 농민 A씨는 얼마 전 사료작물에 살포할 웃거름용 비료를 구매하러 농협에 들렀다가 ‘보조 한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요소비료를 평년대비 조금 더 구매한 편이나 단지 사료작물에 쓸 웃거름용으로만 구매한 것이다. 수도작에 쓸 비료는 나중에 따로 또 구매해야 하는데, 벌써 보조 한도를 다 채웠다는 얘길 들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인상분 가격 보조 한도에 대한 의문은 A씨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농가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는 농민들이 기존에 구매한 원예용 비료가 3년치 구매 평균 물량서 아예 제외됐기 때문인데, 전남 등지서 밭작물 재배와 수도작 재배를 병행하는 농가의 경우 시기적으로 앞선 밭작물용 비료 구매에 인상분 보조를 벌써 다 써버려 추후 수도작용 비료 구매 시에는 가격 인상분을 전부 부담해야 하는 실정에 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농협과 농협경제지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도 상당한 민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요소비료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고, 맞춤형 비료의 경우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편인데, 비종별 3년치 평균 구매 물량에 보조금액을 곱하는 방법으로 농민마다 한도를 설정해 둔 것이기 때문에 요소비료를 30포 쓰시던 분이 만약 올해 50포를 구매하시려면 그만큼 포당 보조금액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면서 “원예용 비료의 경우 농민별 보조 한도를 설정할 당시 물량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무기질비료에 한해 3개년 평균치 물량을 올해도 그대로 사용할 경우만 95%에 한해 인상분의 80%가 보조된다”고 밝혔다.

한편 농식품부는 원예용 비료 추가 보조에 관해 “상당한 재정이 수반돼야 하는 데다, 지방자치단체와 농협 등 지원 주체들의 동의도 있어야 한다.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농업인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전했다. 다만 농협경제지주는 농식품부가 검토를 거쳐 원예용 비료 추가 지원을 결정할 경우 이를 시스템적으로 농민별 보조 한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예용 비료에 대한 가격 인상분 지원 요구가 농업 현장서 빗발치는 가운데 농식품부가 언제까지 검토를 계속할 것인지 전국 농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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