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급 불안 계속, 비료·농약값 재인상 우려 ‘빨간불’

  • 입력 2022.03.2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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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 원자재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비료 및 농약값 재인상에 대한 농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8일 충북 보은군 회인면 눌곡리 들녘에서 한 농민이 밭을 갈아엎기 전 비료를 뿌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 원자재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비료 및 농약값 재인상에 대한 농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8일 충북 보은군 회인면 눌곡리 들녘에서 한 농민이 밭을 갈아엎기 전 비료를 뿌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농협 등이 무기질비료 전 비종 가격 인상분에 대한 80% 보조를 확정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 원자재 등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비료가격 추가 인상에 대한 농민들의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비료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판매가격에 분기마다 반영하는 ‘무기질비료 상시 계약단가 조정시스템’이 처음 적용되는 2분기(4~6월)를 앞둔 현재, 계통공급 농약 가격 인상에 대한 소문까지 돌자 농민들의 생산비 인상 부담에 빨간불이 켜진 실정이다.

 

원자재 가격 변동 ‘큰 폭’, 계통 판매가격 조정 불가피?

무기질비료 상시 계약단가 조정시스템은 원자재 가격을 분기마다 반영해 비료 업체의 손실을 보전하는 한편, 안정적인 비료 수급을 가능하게 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해 비료공급자문위원회 논의와 당정청 협의 등을 거쳐 도입 여부가 결정됐으며, 지난해 말 치러진 올해 무기질비료 계통계약 이후 오는 2분기에 첫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현재로선 원자재 가격 변동 추이가 너무 커 가격 인상 또는 인하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경제지주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분석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가격 조정 여부를 비롯해 조정 폭 등 결정된 게 없다”라며 “상시 계약단가 조정시스템이 분기마다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계약단가 조정이 당장 2분기 시작점인 4월 1일부터 딱 잘라 적용되는 건 아니다. 현재 변동 폭이 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만약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경우 2주 전엔 공지를 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밖에 상시 계약단가 조정시스템은 원자재 가격 변동뿐만 아니라, 계통공급 비료회사의 원자재 수입 실적 등도 함께 따지는 구조다. 만약 가격 조정이 이뤄질 만큼 원자재 가격이 인상됐더라도 비료회사가 원자재를 실제로 언제, 얼마에 구매했는지를 감안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인상이 곧바로 비료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비료협회(회장 하형수, 협회)는 무역분쟁과 비료 수요 증가, 물류비용 상승을 비롯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무기질비료 수급과 가격이 한층 불안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비료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주요 비료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요소 46% △암모니아 58% △인산이암모늄 48% △염화칼륨 74% 급등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상반기 비료 원자재 수급이 어느 정도 충분히 이뤄졌다는 점이다. 비료협회는 지난 17일 “무기질비료 생산업계는 전체 비료 사용량의 70%가 상반기에 집중되는 점을 고려해 비료 생산을 위한 주요 원자재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업계는 무기질비료 생산을 위해 상반기 기준 요소 88.4%, 염화칼륨 99.6%, 인산이암모늄 104.4%를 확보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6.7% 오른 계통 농약 가격, 요동치는 정세에 ‘재인상’ 우려

한편 현장에선 농약 가격 인상에 대한 걱정 또한 적지 않다. 비료와 마찬가지로 원제 수급난과 환율 변동, 수송료 인상 등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지주와 업체 간 농약 계통계약은 비료와 다르게 그 단가를 입찰이 아닌 시담(가격 협의)으로 정한다. 연말에 농협경제지주와 업체가 이듬해 판매할 농약 가격을 협의해 정하는 식이다. 다만 비료의 경우 농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비료공급 자문위원회’가 구성돼 있으나, 농약은 그렇지 않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올해 농약 계통 판매가격은 평균 6.7% 올랐다. 전 세계적인 원제 수급 불안으로 가격이 크게 올라 협상을 별도로 진행한 ‘비선택성제초제’를 제외하면 살충·살균제 및 논·밭 제초제, 생장조절제와 기타 약제 등의 평균 가격 인상률은 약 4.1%다.

원래라면 농약 계통판매 가격은 전년도 연말에 결정한 가격으로 1년 내 공급되지만, 원제 가격의 인상률이 워낙 가파르고 환율 또한 급격한 등락 폭을 보이는 까닭에 경제지주는 계통단가와 시판가격의 차이가 클 경우 추후 조율에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다. 계통 농약 판매가격 인상의 여지가 아예 없지 않은 이유다.

여기에 업계에선 비료와 마찬가지로 원제 가격 변동분 반영을 위한 계약단가 상시 조정시스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수차례 폭증한 인건비와 더불어 농약·비료가격까지 재차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는 현재, 농민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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