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생산비 상승 해결 방안 마련해야

  • 입력 2022.04.03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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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는 개화한 봄꽃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고 있다. 봄은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지만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민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 봄의 설렘을 느끼기도 전에 오르고 또 오른 농업생산비가 농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료값, 전기료, 인건비 등 오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주요 농자재값은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중국의 요소 수출제한 조치로 요소수 대란이 일어났고, 그 파장은 결국 무기질비료로 이어졌다. 원자재 수급 불안과 가격 인상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으나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너무나 미온적이었다. 지난 겨울철 당장 필요한 비료를 구하는데 전전긍긍했던 농민들에게 최대 3배까지 오른 가격 상승의 고통까지 떠넘겨져 버렸다.

정부는 요소수 부족 사태를 경험하면서 지금까지 수입에 의존하며 국산화를 외면해버린 결과를 혹독하게 치렀다. 하지만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도 하지 못하고 이미 예견됐던 비료값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욱 불안해진 국제 주요 원자재가격 인상문제로 인한 사회불안은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농업생산비 상승이 비단 비료값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원가연계형 요금제 도입 이후 농사용 전기요금도 인상됐다. 농사용 전기는 시설농가에서 난방 등에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시설농가 생산비의 1/3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막대하다. 전기가 없으면 농사시설을 가동하지 못할 정도로 농사용 전기는 특히 시설농가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농사용 전기요금 또한 인상돼 결국 농민이 농사짓는 데 악조건만 조성되고 있다.

여기에 생산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가장 큰 불안요인이기도 한 농촌 인건비 부담이 남아있다. 지난 2년 넘게 이어져 온 코로나19 사태로 농촌의 주요 노동력이었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입국하지 못했고 인력 부족 문제는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인건비는 어디까지 오를지 모를 정도로 치솟았고 올해도 그 파장이 예상된다.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승했던 인건비가 떨어질 리 없기 때문에 사람이 없어 농사를 포기하거나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는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이때 농업에 희망적인 메시지가 들리기는커녕 암울한 상황만 계속되고 있다. 국제정세는 불안하고 국제 곡물가격은 폭등하고 있지만 한국의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있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애써 생산비를 들여 농사지은 농작물이 제값을 받지도 못한다는 사실이다. 농민은 빚내서 농사지어 그 빚을 갚지 못한 채 계속 빚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산비가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인데 농산물 가격은 폭락하고 농민들은 생산비도 보장받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이다.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면 가장 신속하게 취하게 되는 조치가 수입 농산물 물량 확대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은 폭락하고 그 농산물을 재배하는데 들어가는 생산비가 오르는 것은 농가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둬 버린다. 삼천리 방방골골 농민들의 울부짖는 목소리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이 땅에 농사 지을 농민은 단 한 명도 남지 않을 것이다. 농민이 없는 땅에서 식량주권을 가벼이 여긴 결과를 만끽하고 싶지 않다면 정부는 지금 당장 생산비 상승에 대한 대책 마련에 성심성의껏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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