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생산비,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걸음도 못한 채 하락세

비료·농약값·유류비도 모자라 비닐까지 모든 품목 가격 인상

10~20년간 ‘도돌이표’ 계속하는 농산물 가격, 지난해보다 하락

  • 입력 2022.04.03 18:00
  • 수정 2022.04.03 18:5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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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민들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를 ‘식물부처’로 명명해 마지않는다. 치솟은 생산비로 인한 농민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며 무기질비료 전 비종에 대한 인상분 80% 지원을 결단한 것은 환영할 일이나 하락세를 보이다 못해 곤두박질친 농산물 가격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지도, 올려놓을 시도조차도 생각지 않고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계속해서 바닥을 향하는 쌀값과 양파값의 여파로 쌀은 지역의 창고마다 갈데없이 그득히 쌓여있는 처지고 제주와 전남 고흥·무안군 등에서는 조생양파를 수확하기에 앞서 산지폐기까지 거듭하고 있어 정부를 향한 농민들의 원성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전남의 한 지역농협에 따르면, 계통계약을 통해 취급·판매 중인 무기질비료(원예용 포함) 20개 제품의 가격은 지난해 대비 평균 약 81% 올랐다. 요소비료의 경우 약 168.5%라는 믿기 힘든 상승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요소(프릴) 품목이 바로 그것인데, 2020년 20kg 한 포대에 9,250원 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1만800원으로 올랐고, 올해는 2만9,000원으로 뛰었다. 정부 보조를 받아 1만4,450원으로 구입할 수도 있지만 보조 한도가 3개년 평균 사용량의 90%에 맞춰져 있어 그 양이 제한적이다.

앞선 지역농협에 따르면 비료뿐만 아니라 농약과 필름값도 덩달아 올랐다. 수도작과 원예용 살충제를 비롯해 살균제와 제초제까지 21개 품목 중 4개를 제외하고 전부 가격이 상승했다. 가격 상승 폭이 큰 비선택성 제초제는 제외한 결과인데, 평균 8.7%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고추·고구마 피복용 필름 가격 또한 전년 대비 각각 14.8%와 6.38% 증가했다.

유류비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전남에서 면세유를 취급하는 주유소 367곳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 당 1,345.3원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같은 날 기준 전남의 면세유 취급 주유소 368곳에서는 경유를 면세가 728.7원에 판매했다. 1년 새 84.6%가 오른 셈이다.

인건비의 경우 지역과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코로나 이전대비 2배 이상 3배 가까이 올랐다는 게 현장 농민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밭작물 주산지의 경우 수확기가 특정 시기에 몰리기 때문에 부르는 게 곧 값이 되곤 한다.

특히 꽃을 따내고 열매를 솎아낸 뒤 수확까지 일손을 끊임없이 필요로 하는 사과 농사의 경우 농가 입장에서 그 부담이 더욱 큰 실정이다.

심성찬 영주농협사과공선회 회장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여기 경북 영주의 경우 8~9만원 하던 인건비가 40% 넘게 올라 12~13만원 수준인데 적화할 때 10명씩 10일, 적과할 때 10명씩 10일 또 수확할 때 10명씩 5일 이상을 필요로 한다. 일할 수 있는 가족들까지 전부 투입했음에도 지난해 7,500평 농사짓는데 인건비만 2,500만원이 넘게 들었다”라며 “택배 파업으로 인한 물류 대란과 유류비 상승 등의 여파로 운송비도 올랐고, 하다못해 상자값과 포장재 가격도 올랐다. 이렇게 생산비는 전부 상승했는데, 사과 가격은 그 인상률에 한참 못 미쳤다”고 탄식했다.

성수기가 아니긴 하지만 aT 도매유통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상품 사과(후지) 1kg은 3,936원에 거래됐다. 10kg 한 상자 기준 4만원도 채 안 되는 가격인 셈이다. 지난해 같은 날 1kg 도매가격은 6,294원에 달했다.

아울러 최근 2차 폐기를 준비 중인 조생양파 생산농민들도 천정부지 오른 생산비에 반해 바닥을 기는 농산물 가격 그리고 미진한 수급 정책에 지탄을 퍼붓고 있다.

김준기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고흥군지회 사무국장은 “양파밭 한 평에 들어가는 생산비는 8,000원을 뛰어넘어 9,000원 너머까지 치솟았는데, 시장 가격이 바닥을 치다 보니 8,500원은 받아야 할 포전거래 단가마저 4,000원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수급조절을 한다고 해도, 시기적으로 제때, 효과를 나타낼 만큼 제대로 하는 법이 없다 보니 늘 유통업자들 배만 불리는 효과만 낳고 있다”라며 “지금 고령화가 심한 농촌에선 고령의 농민들이 인건비가 무서워 수확할 엄두도 못 낸 채 업자들 말만 듣고 가격을 떨쳐 4,000원에 포전거래를 해버리는 경우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선 말 안 듣는 정부와 씨름하며 어떻게든 양파 가격을 지지하려고 산지폐기를 단행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평당 4,000원에 포전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4만평 농사짓는데 생산비를 평당 8,000원으로만 어림잡아도 3억2,000만원이 이미 들어간 거다. 근데 지금 평당 4,000원을 받고 포전거래 업자에게 팔아버리면 1억6,000만원은 고스란히 빚이 되고 농민들도 그걸 모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찔끔찔끔 산지폐기하는 걸로는 절대 시장 가격이 안정될 것 같지도 않다 보니 차악을 택하는 거다”라며 “지금 산지폐기도 물량이 너무 적고 비용도 너무 낮다. 물가 안정만이 아닌 생산비 보전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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