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농민들 재해에 쌀값 하락까지 ‘이중고’, 내년 파종도 문제

잦은 강우·병해충 탓 생산량 평년대비 20~30% 감소

농민들 “방제비 늘었는데 쌀값은 떨어져 ‘빚’ 걱정뿐”

피해 집중된 ‘신동진’ 외에 다른 선택지도 없는 실정

  • 입력 2021.12.05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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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0월 8일 전북 부안군 행안면 삼간리 들녘에서 열린 ‘병충해 피해대책 마련 재해지역 선포 촉구 논 갈아엎기’에서 농민들이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0월 8일 전북 부안군 행안면 삼간리 들녘에서 열린 ‘병충해 피해대책 마련 재해지역 선포 촉구 논 갈아엎기’에서 농민들이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쌀값이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등숙기 잦은 강우로 극심한 병해충 피해를 입은 전라북도 농민들의 고충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방제를 위해 농약대 등 생산비는 훨씬 많이 들어간 데 반해 생산량은 평년대비 기본 20~30% 감소했고, 여기에 쌀값까지 떨어지자 ‘빚잔치’를 면치 못할 거란 자조 섞인 전망이 농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가을장마 등 이상기후로 도내 4만9,000ha에서 대규모 병해충 피해가 발생했다. 게다가 전북 주력 생산 품종인 ‘신동진’은 전체 피해 면적의 약 8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부안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권구호(58)씨는 “일반적으로 한 필지 1,500평에 3,700~3,800kg 정도를 수확하는데 3,000kg도 안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가 심한 곳은 2,000kg도 안 나왔다”라며 “수확을 했어도 나락 상태가 안 좋다 보니 수율이 떨어져 도정 후 남는 것도 훨씬 적다”고 전했다. 권씨에 따르면 피해율은 일반적으로 18~21% 수준이며, 필지당 2,000kg도 안 나온 경우의 피해율은 45~48%에 달한다.

덧붙여 권구호씨는 “보험에 가입 안 한 사람도 많지만, 보험에 가입했다고 해서 충분히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 자부담 20% 빼고 나면 빚질 거 일부 메꾸는 수준이라, 내년 보험료 오를까봐 아예 보험금 신청 안 한 사람도 많다”며 “재난지역 선포도 말만 잠깐 나왔을 뿐 진전된 게 없다 보니 농약대 지원도 먼 얘기 같다. 부안군 천년의 솜씨 브랜드 품종이 신동진이기도 하고 정부 보급종도 사실 선택지가 많지 않아 내년에 또 신동진을 심을 수밖에 없는 게 사실 가장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라북도 벼 병해충 피해에 대한 농업재해 인정 여부를 아직 검토 중인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2월 중으로 재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거라 얘기했으나, 재해로 인정을 받더라도 농민들에게는 복구비 명목의 농약대(ha당 74만원)와 재해대책경영자금 정도의 지원이 전부다.

아울러 지난달 19일 국립종자원 발표에 따르면 전북 지역에는 신동진 약 2,300톤이 2022년도 벼 보급종으로 공급될 계획이다. 농민들의 신청을 바탕으로 공급이 이뤄진다지만, 이미 전북 전체 물량으로 예정된 3,202톤 중 약 72%를 신동진이 차지하고 있다. 정부보급종 공급계획이 연초 지역별 공급협의회 결과를 통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농민들은 이미 전북 지역에 정착된 신동진 품종을 다른 품종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행정 차원에서 선행되지 않으면 재배 적합성이나 수량성 등이 지역에서 확인되지 않은 상태서 다른 품종을 갑자기 바꾸기 어렵단 입장이다.

관련해 전라북도는 지난달 5일 농촌진흥청 및 국립종자원, 지역농협 관계자 등과 벼 병해충 대응 ‘품종 다변화’ 방향 설정 및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장 특정 품종을 주력으로 재배하자는데 초점이 맞춰졌다기보다 어떤 방향으로 품종 다변화를 이끌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전라북도 관계자에 따르면 종자원에서 보급종을 다변화하려고 해도, 농민 선호가 없으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지 않고 농민들 입장에선 수량성과 수매가 보장되지 않는 이상 무턱대고 신품종을 재배하기 어렵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전라북도는 품종 다변화를 일시에 이루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판단 아래 정부에 수매 품종 확대를 지속 건의하는 한편 향후 간담회를 추가로 개최해 기관 간 역할 정립 및 품종 다변화 노력 등을 지속 추진하겠단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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