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 자동시장격리’ 발표 미루자 농민 피해 속출

산지쌀값 지난달보다 6% ‘곤두박질’

벼값 ‘후려치기’ 6만8천원→6만원까지 

17일 홍 부총리 “쌀값 너무 높다” 지적

정부 쌀값억제 입장 공공연히 밝혀

  • 입력 2021.11.23 12:54
  • 수정 2021.11.23 12:5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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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정부가 발동요건이 충족된 ‘쌀 자동시장격리’ 발표를 미룬 가운데 산지쌀값이 한달새 6%나 급락하고 유통단계 ‘벼값 후려치기’도 횡행하는 등 농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역농협이 사들인 쌀값을 확정하는 12월, 최근의 가격폭락세가 반영돼 농민소득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산지쌀값이 지난달 이후 줄곧 하락 추세다. 통계청이 조사해 발표하는 산지쌀값은 매월 5일·15일·25일 3번에 걸쳐 나온다. 지난달 5일 산지쌀값(20kg, 정곡)은 5만6,803원이었다. 이후 10월 15일엔 5만5,107원으로 1,696원 떨어졌고(-3%), 25일엔 5만4,154원으로 953원 또 낮아졌다(-1.7%). 
이달에도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일 산지쌀값은 5만4,000원대 이하로 형성돼 5만3,643원(전회 대비 511원, -0.9%)으로 집계됐다. 지난 15일에는 5만3,440원으로 전회보다 203원이 더 낮아져, 결국 지난달 5일 5만6,803원이었던 산지쌀값은 5.9% 떨어진 5만3,440원으로 거래된 것이다.

개정된 양곡관리법의 ‘쌀 자동시장격리제’는 쌀 생산량이 소비량의 3%보다 많이 생산될 경우 또는 수확기 가격이 전년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시장격리를 할 수 있다. 쌀 자동시장격리제 발동 요건이 충분한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아직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지난 15일 통계청에서 실제 쌀 생산량을 발표해 생산량이 늘어난 것이 확인했는데도 ‘쌀 시장격리’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자, 농민들이 입는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면서 실태를 설명했다. 우선 쌀 유통업체들이 쌀값을 낮추고 있다. 처음 얘기됐던 가격에 3~4,000원을 낮추는 것은 예사다. 쌀값이 낮아지니 벼값 하락세도 더 커져 6만8,000원에 거래되던 벼는 6만원 초반대로 뚝 떨어졌다. 

이 위원장은 “현재의 거래 가격을 끌어내린 것 뿐 아니라 더 큰 문제는 12월 지역농협이 수매가를 확정짓는 것에도 여파가 있다는 점이다”면서 “농민들은 수매를 하면서 선지급금만 받은 상황이다. 잔금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하락세가 지속되면 12월 최종 수매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상황을 지켜보자’면서 시장격리 발표를 미루는 데에는 예산당국의 ‘물가안정과 쌀값 억제책’이 동반한 결과라는 의견이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농민총궐기가 열린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가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쌀값이 여전히 높다”고 언급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이날 농축산물 가격동향을 점검한 뒤 “쌀은 생산량 증가 효과가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수급관리를 해 나가겠다”고 말해 ‘쌀값억제’ 입장을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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