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위탁수수료 제한은 ‘적법’

위탁수수료 인상 제한한 서울시 조례 시행규칙

1·2심 뒤집고 대법원 적법 판결, 서울시 ‘승리’

출하자 수수료 부담 연간 13억여원 경감 예상

  • 입력 2021.07.25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서울시의 가락시장 위탁수수료 인상 제한조치에 반발한 도매법인들의 행정소송이 상고심에서 극적 반전을 연출했다. 대법원은 도매법인이 승소했던 1·2심 판결을 뒤엎고 지난 8일 서울시의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도매법인 과다수익을 일부나마 견제하고 출하자 편익을 높이는 판결이다.

이 소송의 핵심엔 ‘표준하역비’가 있다. 박스·망 등 포장출하된 하역비를 일컫는 개념으로, 가락시장의 경우 전체 하역비의 80%가 표준하역비다. 일반하역비와 달리 이 표준하역비는 농안법상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 명기돼 있지만,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위탁수수료를 ‘정률(원래의 위탁수수료 4%)+정액(품목별 표준하역비에 상응하는 금액)’의 형태로 걷으면서 사실상 표준하역비를 출하자에게 전가해왔다.

‘정률+정액’ 형태의 위탁수수료는 구조 자체도 기형적이지만 출하자의 부담이 점점 늘어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3년에 한 번 도매법인-하역노조 간 협상을 통해 표준하역비가 인상되면, 인상분이 그대로 위탁수수료에 반영된다. 하역비가 인하될 리 없음을 생각하면 가락시장 위탁수수료는 법정 상한인 7%가 될 때까지 영구히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법원이 서울시의 가락시장 위탁수수료 인상과 관련된 도매법인과의 행정소송에서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 가락시장의 한 경매장에서 중도매인들이 경매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대법원이 서울시의 가락시장 위탁수수료 인상과 관련된 도매법인과의 행정소송에서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 가락시장의 한 경매장에서 중도매인들이 경매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서울시가 대책을 마련한 건 지난 2016년이다. 조례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당시의 각 품목별 위탁수수료(약 5% 수준)를 가락시장 위탁수수료 상한액으로 지정해버린 것이다. 앞으로 위탁수수료는 단 1원도 인상할 수 없으며 표준하역비 인상분을 출하자가 아닌 도매법인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도매법인들은 즉각 반발, 국내 굴지의 로펌을 동원해 소송전에 나섰다. 2018년 1심, 2019년 2심 결과는 도매법인들의 승리였다. 재판부는 서울시의 재량권 일탈과 타 시장 도매법인들과의 평등원칙 위배를 들어 서울시의 조례 시행규칙 개정을 무효화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대법원은 “도매시장의 규모나 현황, 거래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해 위탁수수료 한도를 차등 적용할 수 있으며, 특히 가락시장은 거래규모 및 도매법인의 영업이익이 크고, 도매법인이 출하자와의 거래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도매법인이 부담해야 할 하역비를 위탁수수료에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특히 “도매시장 개설자(서울시)는 업무규정을 마련함에 있어 시장의 규모나 현황, 거래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용범위 및 내용을 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개설자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법리해석을 내놓으며 서울시에 힘을 실어줬다.

도매법인의 패소는 출하자에겐 단연 희소식이다. 서울시는 이 판결로 향후 출하자의 위탁수수료 부담이 연간 약 13억7,600만원 경감될 것으로 계산했다. 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도매법인이 더 이상 하역비 인상분을 위탁수수료에 전가하지 못하게 돼 낙후된 하역체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며 “향후 도매법인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과도한 초과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계는 있다. 비록 서울시가 승소했지만 단지 앞으로의 ‘인상분’만을 도매법인에 부여했을 뿐, 표준하역비가 농민들에게 전가돼온 불합리한 구조는 여전히 존치돼 있다. 이번 판결로 출하자들이 얻게 되는 13억여원의 편익조차 부당하게 전가되고 있는 전체 표준하역비에 비하면 극히 일부일 뿐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대법원 판결 보도 직후 “농식품부는 당시 서울시 조례 시행규칙 개정을 승인했다”며 서울시의 편에 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농민단체들은 농식품부가 줄곧 도매시장 개혁을 막아왔다며 다시 한 번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관련기사 하단 링크).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