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락시장을 떠나며

  • 입력 2021.07.25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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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파트를 맡아 가락시장을 출입하기 시작한 게 6년여 전이다. ‘표준하역비’는 당시에도 오래 묵은 논란거리였다.

법 조문에 ‘도매법인이 내야 한다’고 명기된 표준하역비가 버젓이 출하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보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심정으로 기사를 써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어떤 역사나 이유를 갖다붙이더라도 위법 정황은 명확하며 그 역사나 이유라는 것도 기자를 전혀 이해시킬 수 없는 것들이었다.

논란이 미봉 상태로나마 매듭지어진 건 다시 6년여가 흐른 뒤다. 가락시장 개설자인 서울시는 차마 표준하역비의 몸통은 건드리지 못한 채 앞으로의 ‘인상분’ 전가만을 막는 타협적 대책을 내놨다. 2016년에 내놓은 이 반쪽짜리 대책마저도 자본을 무기삼은 도매법인들의 소송 공세로 지금에서야 상고심 역전승을 거두게 된 것이다. 거대 기득권과 싸우는 일은 이토록 피곤하고 어려운 일이다.

도매법인의 고수익 구조는 기형적이리만치 안정적이다. 이 구조를 깨려는 시도가 이뤄지면 도매법인들은 자본을 이용해 저항을 펼친다. 농업분야에서 독보적으로 많은 자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 우군을 만들기가 용이하고, 소송에 동원하는 로펌의 덩치부터가 상대를 압도한다. 그렇게 해서 지켜낸 수익구조가 다시 돈을 모이게 하는, 전형적인 악순환이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게 어디 표준하역비 뿐일까. 출하장려금과 판매장려금, 사모펀드 진출, 위탁수수료 담합, 기록상장, 하역노조 파동, 수입유통 논란, 재지정 허가제, 상장예외와 시장도매인 등 도매법인과 관련된 6년여 동안의 모든 이슈가 여전히 답답하고 찝찝하다. 죽어도 개혁은 안 된다는 농식품부의 눈엔 이 모든 게 깨끗하고 명료하게만 보이는 걸까.

도매시장 유통·노동주체 가운데 문제가 없는 집단은 단 하나도 없지만, 도매법인의 독과점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은 그 심각성을 특히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제 비록 출입처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만, 못내 찝찝한 이 마음이 앞으로도 차마 가락시장에서 눈길을 거둘 수 없게 만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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