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조례 시행규칙 개정으로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위탁수수료 인상을 제한했다. 도매법인들의 표준하역비 출하자 전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포기한 채 땜질처방에 그쳐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락시장 위탁수수료를 거래액의 4%로 알고 있지만 실제론 여기에 품목별 표준하역비(규격출하품 하역비)가 추가로 붙는다. 따라서 가락시장 위탁수수료는 요율로 따지면 약 5% 내외가 되며 표준하역비 인상분을 반영해 계속해서 인상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 2001년 개정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서 도매시장 표준하역비를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 명기하고 있음에도, 도매법인들의 편법적인 수수료 운영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표준하역비를 지금껏 출하자가 부담해 온 것이다.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박현출, 공사)는 가락시장 위탁수수료의 이같은 위법성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위탁수수료에서 표준하역비를 제외하는 대신 요율 자체를 5%로 고정하는 ‘정률수수료’ 안이 지난해 논의된 바 있지만, 고단가 출하주의 상대적 손해를 우려한 생산자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대안으로 나온 것이 이번에 결정된 ‘수수료 고정’ 안이다. 거래액의 4%에 각 품목별 표준하역비를 더한 ‘현 시점의 위탁수수료’를 가락시장 위탁수수료 상한선으로 설정해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탁수수료는 앞으로 더 이상 오를 수가 없고, 표준하역비 인상분은 출하자가 아닌 도매법인이 부담해야만 한다.
지난 2월 서울시가 이같은 내용의 조례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이래 도매법인들의 강력한 반발이 쏟아졌지만, 결국 지난 11일 조례·규칙심의회를 최종 통과하면서 개정이 확정됐다.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면 개정 시행규칙이 공포된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해 도매법인이 부담하는 부분은 ‘앞으로의 표준하역비 인상분’일 뿐, 현 시점까지의 표준하역비는 여전히 출하자가 부담해야 한다. 정작 근본적인 위법요소는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표준하역비를 출하자에게 전가하는 기형적 위탁수수료 형태는 지난 2002년 개정 농안법 첫 적용 당시 도매법인과 생산자단체 등이 합의했던 내용이다. 서울시와 공사가 이 합의의 틀마저 뒤엎기엔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개선은 반쪽짜리에 그쳤고, “표준하역비는 도매법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법 취지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