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표준하역비, 무엇이 문제인가

표준하역비 정액→정률 전환 추진, 도매법인 반발

  • 입력 2016.04.16 21:0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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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박현출, 공사)가 가락시장 표준하역비 정률제 전환을 추진하면서 도매법인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출하자들의 위탁수수료와 직결되는 문제지만 공사와 법인들의 상반된 주장이 난무하고 있어 위탁수수료에 관한 전망은 쉽지가 않다.

지난 2000년 개정된 농안법은 도매시장 규격출하품에 한해 하역비를 출하자가 아닌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표준하역비란 이 규격출하품 하역비를 말하며 △도매시장 물류효율화 유도와 △출하자 비용부담 절감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위탁수수료 계산법이다. 도매법인들은 순수 위탁수수료 4%(정률)에 별도의 표준하역비(정액)를 더해 ‘4%+α’의 형태로 위탁수수료를 산정해 왔다. 도매법인이 부담해야 할 표준하역비를 고스란히 출하자에게 전가시켜버린 모양새다. 이에 공사는 정액의 표준하역비를 정률로 고정시켜 ‘(4+α)%’의 형태로 전환할 것을 줄곧 요구했고, 최근 연내 관철 의지를 드러내며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물류효율화 중심에 도매법인을 밀어넣다

표준하역비를 정률제로 전환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구조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도매법인이 물류효율화 능동적으로 나서게 되는 것이다.

시설현대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공사가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물류효율화 부분이다. 무엇보다 파레트 출하율 신장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데, 가락시장 파레트 출하율은 아직까지 6.4%에 머물러 있다.

표준하역비는 파레트 출하품과 박스·비닐 등의 규격포장 출하품을 모두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기계화된 파레트 하역비는 박스 하역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표준하역비를 출하자가 정액으로 납부하는 현 체계에선 도매법인이 파레트 출하율을 하등 신경쓸 이유가 없지만, 정률제가 된다면 당장 도매법인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파레트 출하 유도에 나서야 한다. 정률제는 매년 하역비 인상분을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도매법인이 사활을 걸어야 할 문제다.

도매법인은 당연히 펄쩍 뛰고 있다.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파레트 출하가 어려운 이유는 파레트로 출하할만한 산지조직이 미흡하고 그것을 유통할 만한 중도매인 조직이 미흡한 데 있다. 공사가 이것을 나몰라라 하고 도매법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건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한편으론 물류효율화에 뒤따를 하역노조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도매법인에게 쥐어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사 측은 공익론을 앞세우고 있다. 박현출 공사 사장은 “가락시장 도매법인 당기순이익은 일본 도매법인의 2.5배에 달한다. 구조적 특혜 속에 도매법인들이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는데 이를 가급적 공익의 목적으로 쓰고 싶다”며 당위성을 주장했다.


출하자 비용부담 줄어들까

표준하역비를 정률로 계산하면 우선 하역비가 도매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에 고품질·고단가 품목 출하자는 하역비 가중을, 그 반대의 출하자는 절감을 적용받게 된다. 공사 측은 약 80%의 출하자가 하역비를 절감받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으며, 도매법인 측은 가락시장의 고품질 출하자 유치가 어려워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전체적인 득실을 따져보면 어떨까. 도매법인 측이 2000년 이후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가락시장 하역비 인상률(정액에 영향)은 연평균 1.9%인데 반해 청과부류 단가 상승률(정률에 영향)은 5.1%였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정액제가 정률제보다 ‘싸게 먹혔다’는 얘기다. 그러나 공사는 2010년 이후부터 잘라서 볼 때 하역비가 10% 오르는 동안 청과 단가는 제자리를 찍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몇몇 농민단체들이 정률제 전환에 반대하고 있지만 갈수록 수입이 늘어나고 농산물값이 불안한 여건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론 정률제가 출하자에게 더 유리할 가능성도 있다.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공사나 도매법인이나 각자의 논리가 깔끔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도매법인은 4%가 아닌 ‘4%+α’ 전체를 위탁수수료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위탁수수료를 기준으로 하는 중도매인 판매장려금 계산 시엔 위탁수수료 ‘4%’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도매법인이 법을 위반하고 표준하역비를 출하자에게 전가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반면 공사는 위탁수수료 ‘(4+α)%’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데, 4% 이외의 것을 위법이라 주장하면서 개선안으로 똑같이 +α를 논하는 것은 결국 도매법인의 표준하역비 전가가 불가피하다고 두둔하는 역설이 된다.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도매법인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표준하역비를 출하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는 것은 어떤 시각으로 봐도 납득할 수 없다”며 “정액이든 정률이든 표준하역비를 4%의 위탁수수료에 덧붙여 출하자에게 물린다면 그 자체로 불법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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