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문재인정부 4년 농정, 농민·전문가에게 듣는다

  • 입력 2021.07.04 18:00
  • 수정 2021.07.05 09:19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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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명령 무시한 문재인 농정

 

박흥식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촛불혁명은 사회 곳곳의 적폐를 청산하라는 국민적 요구였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그런 시대적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권력을 잡아 그들만의 또 다른 적폐만 노출하고 있다. 농정은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국정에서 농정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민들은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사회의 불공정과 권력의 내로남불에 현 정권을 선택하지 않았다. 180석에 가까운 국회권력을 주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현 정부에 대한 실망이 표로 분출된 것이다. 선거결과는 더 이상 현재와 같은 사회구조에서 살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의지 표현이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이 표출된 것이다.

농업·농촌 또한 마찬가지이다. 문재인정부의 농정이 어떠하든지 과거 농민 간 경쟁을 통해 수입농산물과 싸워 이기라고 강요하던 개방농정의 시대는 더 이상 농업·농촌을 지속할 수 없음을 농민들 스스로 알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세계 질서는 급속히 달라지고 있다. 특히 이동제한 등으로 세계식량기구와 유엔세계식량계획은 2021년 식량공급망이 붕괴해 취약국가와 국가 내 취약계층이 사상 최악의 식량위기를 겪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2020년 6월부터 세계식량지수는 현재까지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과 함께 거대화·일상화된 자연재해에 따른 생산량 감소도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즉, 현재의 상황은 기후위기 등으로 인한 새로운 방식의 식량위기와 기존 식량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기후위기 극복은 인류 생존에 관한 것으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한국은 대표적 식량 수입국가(자급률 21.7%. OECD 평균 102.5%)로 코로나19, 기후위기 이후 제기되는 식량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식량자급이 가능한 농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농업, 농촌을 자본의 이익창출에 통째로 가져다 바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거대자본이 참여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고 산업폐기물 관련 제도 정비이다.

문재인정부는 식량자급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여전히 수입농산물로 식량공급을 하면 된다는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곡물지수가 11개월간 상승하고 밥상물가 상승 압박이 있자 12월까지 곡물 수입관세 무관세, 선박 내 검채 허용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헌법이 ‘국가는 농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 시행 할 것’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현재 정부의 농정은 농업에 대한 보호·육성보다는 시장경제논리에 따른 효율성을 추구하는 농정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농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예산이 타 산업에 비해 낮고 농업에 종사하고 농촌에서 공동체를 형성해 살아가는 농민의 삶의 질을 개별 또는 집단적으로 높여내는 정책보다는 생산 지원 중심이기에 대규모 경작 농민이나 관련 업체 외 농정에 대한 농민들의 신뢰 또한 매우 낮다. 문재인정부 농정에서 일반 농민의 평가이다.

4년 전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은 코로나19, 기후위기 속에서 국가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을까? 과거 적폐와의 단절을 끝내고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는 자본의 이윤추구만을 위해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훼손하지 않는 사회이다. 농업 분야에서도 농민기본권·먹거리기본권이 보장되는 기본법을 제출하고 국가의 역할을 높여내는 방식으로 식량주권을 실현하라는 요구가 제기되는 이유이다.

 

“친환경 중심의 농정 추진체계 개편 절실”

 

김영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그간 현 정부의 농업에 대한 홀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지방소멸로 위기를 맞고 있는 농업·농촌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그리고 즉시 필요했던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 농업과 먹거리 분야의 단식 투쟁으로 대통령 임기 3년 만에 간신히 설치되어 현재 2기 농특위가 운영 중에 있지만 자문기구로서 그 역할의 한계가 여전하다.

건강한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라는 먹거리기본권을 보장하는 국가먹거리전략(푸드플랜) 수립 또한 문재인정부의 공약이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전략 수립은 현재 오는 9월 국내에서 열릴 예정인 UN 세계식량계획(WFP) 개최에 의미 부여를 위해 ‘국가식량계획’으로 변경하여 준비 중이다. 생산-가공-유통-소비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먹거리’에 비해 생산 위주의 공급에 초점이 맞춰진 ‘식량’으로 한정 짓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최근 서울시 학교급식 예산 편의점 바우처 지급 사태와 같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고 있는 생산농가, 급식업계, 그리고 편의점 도시락으로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는 청소년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정책은 먹거리 전략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산자부에서 유전자 가위 등을 활용한 신규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법률을 입법 예고함으로써 지금까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요구해 온 GMO 완전표시제 도입은커녕 관련 분야의 후퇴가 여실하다.

인적 흐름의 단절로 농업 분야를 포함해 여전히 우리 사회에 큰 고통을 발생시키고 있는 코로나19는 앞으로 발생할 기후변화 위기에 비하면 그다지 큰 재앙이 아니라고 전 세계적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각국에서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대응 및 적응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업·농촌이 그 핵심에 서 있다.

세계자원연구소(WRI)가 지난해 발표한 2016년 기준 전 세계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농림업과 토지이용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18.4%이며, 생산-수송-포장-소비-폐기까지 먹거리 전 과정을 포함하면 최대 37%(FAO)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농식품부가 농업 분야의 배출량을 예산 비중과 같은 2.9%로 추정하고 이에 대한 온실가스감축계획을 수립 중에 있으니, 얼마 전 정부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대대적으로 설립한 탄소중립위원회에 농업계 인사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못한 건 당연하다. 기후위기 시대 극복에 가장 핵심적인 농정이라 할 수 있는 친환경농업 확대를 위한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 수립도 생산자와 소비자 단체의 의견을 무시하는 농식품부의 독단적 파행으로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정부의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으로는 탄소중립의 실현이 요원하며, 현재의 생산중심 농정추진 체계는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하는 구조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농정으로서 친환경·유기농업 중심으로 농정 추진체계의 개편이 절실하다. 또한,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인 농민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주체로서 친환경농업을 실천하여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시대적 요구에 맞춰 농민 스스로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하는 선봉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농업에 대한 무관심 드러낸 4년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농민을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공직자로 대우하겠다는 말과 달리,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성적표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1년 슈퍼예산 편성에도 농업예산은 전체예산의 2.9%에 불과해, 역대 정부 사상 최저로 떨어져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3차에 걸친 코로나 추경예산에서도 농업부문 예산은 반영하지 않아 농민들의 원성을 샀다. 더구나,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각 부처 예산요구안을 보면 전체예산은 6.3% 증가했는데 농업예산은 0.9% 증가에 그쳤다. 식량위기 시대 국가의 역할을 포기하고, 농림축산식품부의 무능력을 드러내며, 인사혁신을 묵살하는 결과가 예산에 고스란히 반영돼 농민들의 소외만 가중되고 있다.

농정 틀 전환을 내걸고 사람 중심, 환경 중심의 농정을 펼치겠다며 출범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조차 기득권 세력의 견제, 깜깜이 인사와 청와대의 무관심 속에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LH 농지투기 사태로 촉발된 농지법 개정 또한 농지전수조사를 통해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주는 농지개혁을 기대했지만, 이마저 흐지부지돼 가고 있다. 탄소중립 사회를 외치며 슈퍼예산으로 편성한 그린뉴딜 정책은 무분별하게 농지를 훼손하는 태양광, 풍력발전업자들로 인해 농촌경관 훼손과 농지가 줄어드는 결과만 불러와 식량자급률의 기반이 되는 절대농지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큰 성과라 자화자찬하는 공익형직불제조차 부재지주의 부당수령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고, 수령자격으로 2017~2019년 경작 사실을 요구함에 따라 애먼 농민들의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적극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따른 거래제도 다양화로 농민들의 출하선택권을 보장하고 유통을 개혁하자는 농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농-농 갈등을 부추겨 기득권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농민들 스스로 만들어 전국화된 농민수당에 대해서도 대상과 금액을 늘리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예산권과 보건복지부 심의를 이유로 발목 잡고,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주민 서명을 받아 만든 조례안을 너무도 쉽게 묵살하는 것은 역대 정부와 달라진 바가 없다.

다만, 여성농민들이 바라던 농림축산식품부 내 여성전담부서가 생겨나는 등 작지만 여성농민 정책이 하나씩 수립되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이 또한 도와 시·군의 정책을 집행할 단위가 없는 곳들이 많아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규제 중심의 축산농정, 아쉬움 커”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장(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

문재인정부 농정공약은 겉으로는 ‘농정틀 전환’을 내세웠으나, 개방화농정에서 비롯된 농업·농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의지가 결여된 듯하다. 출범 당시 내걸었던 100대 국정과제 중 농정공약은 3가지에 그쳤으며, 축산분야 공약은 ‘친환경․동물복지 농축산업 확산, 깨끗한 축산농장 조성, 스마트축산, HACCP 인증농가 확대’ 등이다. 대체로 축산업 기반 유지보다는 환경측면에서의 축산업 규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친환경축산은 축산농정이 지향해야 할 정책과제이다. 그러나 개방화 및 식량위기 시대에 안전한 국내 축산물의 안정적 공급과 축산농가의 경영안정방안 마련에 노력하기보다 한쪽으로 치우친 규제 중심의 축산농정에 아쉬움이 크다.

이번 정부의 농축산업 홀대는 예산편성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래 2021년 예산은 집권 첫해와 비교하면 39.3%가 증가된 수준이다. 그러나 농업예산은 집권 첫해 대비 12.5%의 증가폭에 그친다. 한편, 매년 1,000억원 규모로 축산발전기금에 출연된 경마수익금은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단 한 푼도 출연되지 못하면서 축산분야 예산조달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식품부의 2021년 축산발전기금 수입은 전년대비 7.8%나 감소하였으며, 특히 축산발전기금의 여유자금은 전년대비 53.4%나 감소해 기금 운용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그렇지 않아도 축사시설현대화사업 국비 보조가 중단되었고, 유기질비료지원,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예산은 점차 국비 보조가 줄고 있거나 지원중단이 예고되어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통과 시 축산업 관련 국회 예산증액도 1건(10억원 증액)에 불과했다. 축산업 발전을 위한 재원확보 차원에서 국회 계류 중인 온라인 마권발매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한 이유다.

축산농가들은 FTA 수입개방으로 인해 축산물 관세제로화(2026년)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불황 속에 사료값 폭등, 환경․방역규제 및 채식급식과 대체단백질 등 안티축산도 축산업을 위협하고 있어 경영압박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반면, 축산업은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식량안보를 위한 필수산업이며, 농촌경제를 이끄는 버팀목이다. 국민건강 및 식량안보에 기여, 전후방산업 연계 효과 등 축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재고, 남은 집권 기간 축산업 기반유지 정책 마련에 매진해주길 바란다.

 

 

누구를 위한 농정인가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문재인정부 농정 4년을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연락을 받고, 제일 먼저 ‘뭐 특별한게 있나, 어렵기만 하고, 무관심 하고’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정부이니 농업·농촌·농민 정책도 뭔가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현장 농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은 글쎄 별로 없다.

뜬구름 잡듯 허공만 맴도는 거대담론과 꼬부랑말로 포장된 정책들은 농민들에게는 전혀 피부에 와 닿지도 않고 낯설다. 푸드플랜, 스마트팜혁신밸리, 유토피아, 농토피아, 농촌그린뉴딜 등이 그것이다. 그 내용의 난해함과 장황함은 둘째로 치더라도 용어부터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농정의 대상은 농민인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농정인지 묻고 싶다. 농민 없는 농정은 이미 농정이 아니다.

공익직불제로의 전환을 성과로 내놓을지 모르지만, 쌀 변동직불제를 없앰으로써 목표가격 결정권을 국회로부터 뺏어 온 대가일 뿐이다. 그동안 농민 입장에서 그나마 비빌 언덕이었던 국회마저 손 떼게 함으로써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애버렸다. 농업·농촌·농민의 문제를 관료들의 손에 온전히 쥐게 한 것은 문재인정부 농정의 최대 패착이다. 국회가 관료들을 견제하고 간섭할 직접적인 권한이 쌀 목표가격 결정권이었는데 이를 스스로 차버린 국회도 이해할 수 없다.

농정에 관한 한 국회를 무력화시켜 놓았으면 대통령이 관료들을 제압하던지, 구체적인 농정 대안이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예 관심조차 없었고 지금도 없는 것 같다. 농특위도 2년이 지나서야 겨우 출범했고, 몇 달씩 장관을 비워두기도 하고, 그나마 임명한 장관은 노골적인 경력쌓기용으로 전락했으며, 관료 출신 장관은 보란 듯 쌀 목표가격제를 없애고 국회의 결정권을 박탈해 버렸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문재인정부 농정은 이전과는 달리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주민 스스로 추진토록 지원·감독하는 상향식 협치 농정의 틀이라도 마련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무늬만 상향식일뿐 실질적으로는 하향식 농정이 도를 넘었다. 소위 공모사업이 그것인데 시·군 또는 도 단위에서 국책사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컨설팅회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응모조차 할 수 없게 돼 있다. 소위 컨설팅 농정이다.벌써부터 현장에서는 이 정부도 물 건너 갔으니, 차기 정권에나 또 기대를 걸어봐야 겠다는 분위기이다. 이게 문재인정부 농정의 현재이다.

 

 

당선을 위한 헛된 약속

 

한두봉 고려대 교수

 

문재인정부의 농정을 3농(농업, 농촌, 농민)과 농정관리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첫째, 국민의 먹거리와 생명을 담당하는 농업이 식량안보 기능을 상실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와 비교해 식량자급률이 2016년 23.7%에서 2019년 21%로 크게 하락했다. 글로벌 식량 위기 가 발생할 경우 국가 존립이 위협받게 되었다.

농지 특히 논의 전용과 투기로 인해 쌀값과 농지가격이 급등했다. 청년농과 귀농인의 농사지을 땅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공익직불제는 이름만 거창하지, 예산도 늘지 않았고 귀농인은 받을 수도 없다.

둘째, 농촌은 삶의 공간 기능을 상실했다. 농업에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젊은이와 아이들이 농촌에서 사라졌다. 농촌에는 자녀를 가르칠 수 있는 학교도 없고, 급할 때 갈 병원도 없다. 밤에는 칠흑 같은 어둠과 고요함 뿐이고, 문화 공간도 없다.

면밀한 검토 없는 탄소중립 정책으로 농촌의 농지와 산지가 파괴되고 있다. 태양광으로 대규모 간척지를 비롯한 농업진흥지역 농지가 사라지고, 산지 태양광과 모두베기 벌목으로 산림이 망가졌다.

셋째, 농민이 사라지고 있다. 농가 인구는 2016년 249만6,000명에서 2019년 224만5,000명으로 3년간 약 10% 감소했다.

40세 미만 젊은 농업경영주는 초고속으로 감소했다. 2016년 1만1,000명에서 2019년 6,859명으로 3년 동안 약 40% 감소해, 전체 경영주의 0.7%에 불과하다. 현 추세대로 가면 2025년 40세 미만 농업경영주는 농촌에서 사라질 것이다. 농가 인구도 176만명으로 감소할 것이다.

넷째, 농정의 관리체계(Governance)가 무너지고, 농민단체도 순수성을 잃었다. 정치권과 농민단체 관계자가 정부, 청와대, 농정기관에 포진했기 때문이다. 농정조직은 비대해지고, 낙하산 인사가 판을 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산하단체를 관리·감독하지 못하고, 친정부 농민단체는 당·정·청을 견제하지 못했다. 농정기관 기관장의 갑질 논란이 끝이질 않는다. 2020년 경영평가에서 마사회가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가장 낮은 E등급, 한국농어촌공사는 최하위 D등급을 받았다. 농민을 위해 쓸 국민의 세금만 축내고 있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당선을 위한 헛된 약속(空約)이었다.

 

개발 확대로 농지문제 악화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농지법 개정을 통한 경자유전의 원칙 재확립’, ‘식량자급률 목표 제고 및 농지보전제도 강화’를 공약했다. 그러나 2017년 취임 후 4년이 흐른 현재 농지정책의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통계청의 농가경제조사 자료에 따르면 임차농지 비율은 2018년 44.9%에서 2020년 48.7%로 늘어났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경기·경남지역 4개 시·군 6개 리를 대상으로 실시한 ‘농지 전수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영농 부재지주가 전체면적의 30.5%를 소유하고, 비영농 재촌지주를 포함하면 비영농 지주 소유가 43.8%를 차지했다.

농경지 면적은 2016년 164만4,000ha에서 2020년 156만5,000ha로 4년간 연평균 2만ha 줄어들었다. 농지전용 면적은 2014년 1만718ha에서 2017년 1만6,296ha, 2018년 1만6,303ha, 2019년 1만6,467ha로 늘어났다. 농촌 태양광 설치로 인한 농지전용 면적은 2015년 582㏊에서 2018년 3,675㏊, 2019년 2,555ha로 늘어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농지투기 사태 이후 농지 소유 규제를 강화하는 농지법 개정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지난달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상속·이농 농지 미이용 처분 의무, 주말·체험 영농 목적 농업진흥지역 농지 취득 제한, 농지취득자격증명 심사요건 강화, 농지관리위원회 설치, 농지이용실태조사 법적 근거 마련, 농지처분명령 이행강제금 부과액 상향 등이다.

농식품부는 농지법의 근본적 개정 요구를 외면했다. 상속·이농농지 일정기간 내 처분 의무화는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비영농시 처분의무 부과에 그쳤다. 주말농장용 농지 소유가 투기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은데도 ‘농촌에서 자본유출 우려’를 이유로 농업진흥지역 밖 소유를 허용했다. 농지소유이용실태 전수조사 의무화도 과도한 행정비용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비농민의 농지 소유가 늘어나고 농지전용이 증가하는 것은 농지를 영농할 경우의 수익보다 농지전용에 따른 지가상승 이익이 훨씬 큰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했지만 예산이 별로 늘지 않았고, 진흥지역과 바깥의 지불액 차이도 크지 않아 보상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수도권 집값 폭등을 주택공급 확대로 잡겠다며 3기 신도시 개발 등으로 농지 투기를 부추겼다. 정부는 농지법의 근본적 개정과 함께 도시투기를 잡는 획기적 수단을 찾아야 한다.

 

계획의 성찬이 끝나면 어찌할 것인가?

 

윤병선 건국대 교수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희망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가장 컸던 부문은 아마도 농업, 먹거리 영역이었을 것이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기 이전부터 광역 또는 기초단위에서의 치열한 고민을 바탕으로 제출됐던 푸드플랜(먹거리 선순환체계구축 계획)이 더욱 힘을 받아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문재인정부는 푸드플랜 수립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더 나아가 푸드플랜의 실행을 보다 용이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이를 도와주는 패키지 지원사업을 여기에 결합해 먹거리 선순환체계의 구축을 꾀해 오고 있다.

먹거리 선순환체계의 구축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기존의 정책에 대한 냉철한 자기 평가와 이에 기반한 수정이고, 외부의 치열한 평가와 대안의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부처 스스로의 변화는 행정이 가지고 있는 특성 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늦깍이로 출범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은 당연했다.

농특위에선 지역단위의 먹거리 선순환체계가 보다 촘촘하고 폭 넓게 작동할 수 있는 뒷배로서의 ‘국가먹거리종합전략’을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말까지 치열하게 고민해 전략안을 만들어냈지만, 이것이 어느 순간 ‘국가식량계획’으로 축소되면서 많은 부분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푸드플랜에서 고민의 중심에 있었던 건 중소농가의 조직화를 통한 지역살리기였지만, 물량에만 관심이 많은 농협 등 거대조직이 참여하면서 선순환체계의 수립에 오히려 장애로 작용하는 경우도 빈발했다. 취약계층에게 먹거리를 공급하는 사업에 누가 어떻게 만든 농산물을 어떤 경로로 공급할 것이냐를 고민해서 만든 체계는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역주행하는 사례들도 나타났다.

계획에 따른 후속 관리와 조치들이 함께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인증이라는 벽으로 차단되어 있던 농가들도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적 농업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푸드플랜을 통해 만들고자 했던 내용들은 최근에 모습을 드러내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친환경농업육성계획 속에서는 찾기 어렵다.

먹거리 선순환체계의 구축만큼 중요한 것은 정책 실행에서 일관성을 갖는 일이다. 남은 1년, 해야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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