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가격 오르면 장사꾼 떼돈, 가격 떨어지면 농민 피해”

문재인정부 농정 4년 - 농산물 가격

  • 입력 2021.07.04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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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산물 가격 진폭만 놓고 보면 문재인정부의 4년은 어느 때보다 파란만장한 시간이었다. 농산물 수급불안을 해결하지 못한 건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였지만,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가뭄·폭염·홍수 등 한층 심각해진 이상기후와 맞닥뜨렸다. 집권 첫 해인 2017년부터 채솟값은 계절별로 요동쳤고 2018년엔 ‘대파 한 단 100원’ 사태가 일어나는가 하면 감자의 경우 유례없는 폭등을 겪으며 정부 수급조절 대상품목에 신규 편재됐다.

2019년은 농민들에게 최악의 절망을 선사한 해였다. 연초부터 모든 농산물이 폭락하기 시작해 가을·겨울철 과일류마저 무너져내렸고, 농민과 산지유통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속출했다. 지난해부턴 다시 계절별 가격 널뛰기가 이어졌으며 코로나19라는 변수가 그 진폭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29일 전북 부안군 줄포면의 한 콩밭에서 김정원씨가 트랙터로 메주콩을 파종하고 있다. 김씨는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해도 빚 갚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한승호 기자
지난달 29일 전북 부안군 줄포면의 한 콩밭에서 김정원씨가 트랙터로 메주콩을 파종하고 있다. 김씨는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해도 빚 갚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한승호 기자

폭락만큼 폭등의 빈도도 잦아졌지만, 그렇다고 농민들에게 숨통이 트이는 것도 아니다. 최근의 폭등은 ‘극단적인’ 양상의 자연재해가 초래한 것으로, 가격이 좋아도 팔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없는 상황이 일반적인 데다 폭등을 틈탄 과도한 수입이 바로 다음 작기 폭락을 조장한다. 하지만 여느 정부가 그랬듯 문재인정부의 수급대책도 자극적 여론에 동요해 밥상물가를 잡는 데 치중해왔으며 아직까지 농민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의 살이는 어떨까. 김정원씨는 전북 부안에서 양파·수박·콩·표고버섯·담배·인삼을 재배하는 농민이다. 6개 작목 총 재배면적은 6만평에 이른다. 기자가 찾아간 날 담배밭 잎 속기 작업을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맡겨둔 채 본인은 따로 콩 파종 작업을 하고 있을 정도로 분주한 상태였다.

종잡을 수 없이 부침을 거듭하는 농산물 가격 현실에 김씨는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격이 널뛰면 장사꾼들이 떼돈 벌고 덜 벌고 하는 거지, 농민들 손에 들어오는 건 똑같아요. 단지, 폭락할 땐 그 손해가 농민들한테 전가되죠.” 매번 고만고만한 소득이 이어지는 와중에 폭락 걱정만 안고 간다는 요지다.

그런데 고만고만하다는 그 소득 자체도 생계를 꾸리기에 빠듯하다. “내가 IMF 때 들어와 농사짓기 시작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농산물값이 똑같아요. 처음 10년은 도시에서 지고 들어온 빚도 어느 정도 갚고 살았는데 요즘은 이 가격으론 농사꾼들 다 죽는 거죠.”

최근 몇 년 동안 농사짓기가 더 팍팍해졌다는 데는 어느 농민이든 이견이 없다. 2019년 대폭락 사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난 한 해만 해도 빚더미에 오른 농민들이 부지기수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김씨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그나마 안정적일 것 같았던 인삼 값도 한 채에 2만7,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양파·수박은 평년과 비슷한 가격이 나오고 있어도 천정부지로 오른 인건비 탓에 소득을 기대할 수 없다. 그야말로 “본전치기 하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온다.

밭농사 6만평이면 어느 지역에서든 손가락에 꼽는 대농이다. 이 정도 공력을 투입하면 연간 1억원에 육박하는 소득이 나와야 정상이지만, 본전은커녕 적자를 보기 일쑤인 실정이다. 규모가 더 작은 평범한 농가들의 고충은 과연 어떨지 짐작할 만하다.

“제가 1년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겨울엔 표고 재배하고, 여름엔 수박에 매달리고…. 그런데 지금 제 빚이 17억이에요. 이젠 이자 갚고 살기도 힘드네요.” 흘리는 땀방울이 소득과 이어지지 않는 대표적인 곳, 농촌의 사정은 지난 4년 동안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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