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외국인 노동력이 결정하는 농사 규모”

문재인정부 농정 4년 - 농촌인력

  • 입력 2021.07.04 18:00
  • 기자명 박정연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정연 기자]

지난달 28일 충남 논산의 시설하우스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딸기 육묘작업 중이다.
지난달 28일 충남 논산의 시설하우스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딸기 육묘작업 중이다.

충남 논산에서 친환경 딸기 농사를 짓는 A씨는 운 좋게 2주 전 외국인노동자를 충원해 한시름 놓았다. 한창 딸기를 따야 할 지난 4월, 두 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갑작스레 나가 새벽 두 시부터 식구들과 딸기를 따느라 고생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외국인노동자에 의존하던 농촌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인력수급에 직격탄을 맞았다. 천정부지로 올라간 인건비를 주고도 노동력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월급을 주고 3~4일은 굉장히 조마조마해요. 월급을 주면 늘 그사이에 (돈을 더 준다는 곳으로) 나가버리더라고요.”

네 명의 외국인노동자를 데리고 있는 A씨는 지난 일 년 사이 외국인노동자 월급을 10만원씩 세 번이나 인상했다. 딸기 농장으로써는 높은 수준인 175만원을 지급하고 숙소도 제공하고 있지만 나날이 높아지는 외국인노동자의 수요와 인건비를 따라잡기에 숨 가쁘다.

정부의 농업 규모화 정책으로 농사규모를 키운 농민들이 늘어나면서 고용노동의 비중도 점차 커졌다.

“외국인노동자가 한 번 나가면 농사 규모를 고민해야 해요. 그래서 저 같은 대농은 인력수급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커요. 외국인 수급이 잘될 때 농사 규모를 키워놨는데 수급이 안 되면 농장 규모 축소까지를 고민해야 하기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특히 A씨의 경우 농사뿐만 아니라 농민회, 농협 감사, 마을 사업 등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어 외국인 노동력의 공백은 치명적이다.

농사 규모를 점차 키워온 A씨의 하우스 20동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다. A씨는 바쁘게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하우스 관리에 바빴다. 이내 영양상태가 나빠진 딸기 육묘장 상태를 확인하고는 외국인노동자에게 전화했다.

“쏨! 땀! 같이! 3 육묘장! 3 육묘장! 지금!” A씨는 최대한 간단한 단어를 사용해 작업 지시를 했다.

11년 전 A씨가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인력수급은 내국인 위주로 이뤄졌다.

A씨는 “처음 농사를 할 때만 해도 동네에 한두 집 정도 외국인을 쓰고 아주머니 중심으로 인력수급이 이뤄졌는데, 지금은 딸기 심는 아주머니들이 없어요”라며 회상했다. 또 “이제는 거의 외국인들 중심이고 내국인 쓰는 건 상상도 못 해요” 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농업 부문 외국 고용인력 유입 정책으로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돼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A씨는 “안정적으로 합법노동자를 쓰고 싶어 신청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6월 초에 신청받는다더니 계속 지연되더라고요”라며 아쉬워했다.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국정과제에는 청년농을 육성하겠다는 것 외에 당장 농촌에 닥친 인력 공급난에 대한 대안이 없다. 이에 정부는 인력중개센터, 단기 계절노동자 유치, 외국인노동자 비자 한시적 연장, 대학생농촌인력지원단 등의 단기적인 대안을 내놓았다.

A씨의 농장 근처에는 며칠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봉사활동을 왔다. 이에 A씨는 “농작업 봉사활동은 사실 큰 도움 안 될 것 같다”며 “농사일은 연속성 있게 이어져야 하거든요. 몇 시간 봉사활동 오셔서 일해도 작업량이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대책으론 부족하죠”라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논산은 공식·비공식 인력사무소가 70여개 정도로 외국인 인력시장이 굉장히 크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외국인노동자에게 돈을 지급해도 중간에서 돈을 많이 챙기는데, 이에 대한 제재도 필요할 것 같아요. 아무쪼록 농촌 인력 수급 시스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