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최저가격보장제, “정부 손 안에서 놀아라”

제도 가이드라인 윤곽
5대품목은 대상 제외
평년가격 80%만 보장
일부농가 소외 불가피

  • 입력 2016.07.17 01:09
  • 수정 2016.08.12 12:4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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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자체별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추진을 가로막았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가 지자체에 배포할 제도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고 있다. 각 지역 최저가격보장제의 실질적인 내용을 결정하게 될 거푸집인 셈이지만 농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저가격보장제는 농가소득의 안정을 위해 특정 농산물 값이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차액을 보전해 주는 제도다. 정부의 농산물 수급정책에 한계를 느낀 지자체들이 조례 제정을 통해 추진해 왔지만 지난 4월 농식품부가 정부정책과의 중복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건 바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역별 최저가격보장제의 제한적 허용 입장을 명확히했다. 이날 농식품부가 제시한 윤곽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농식품부 생산안정제 대상인 5대 품목(배추, 무, 마늘, 양파, 고추)은 최저가격보장 대상에서 제외한다. 나머지 품목은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관리하더라도 주요 5대 품목에 대해선 정부가 수급조절을 총지휘하겠다는 의도다.

둘째, 보장가격은 생산안정제 보장수준인 평년 도매가격의 80% 내외로 정한다. 지역에선 주로 협의체 의결을 통한 보장가격 설정을 생각하고 있지만 농식품부는 이로 인해 지원금이 너무 높게 책정되는 데 부담을 갖는 분위기다. 품목별 지원금이 생산액의 10%를 초과할 경우 이 금액은 WTO 감축대상보조 1조4,900억원 한도를 깎아먹게 되는데, 감축대상보조 한도는 변동직불금을 적용하는 쌀을 위해 최대한 여유를 확보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쌀 보조금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농업보조금이 1조4,900억원 한도를 채우기엔 턱도 없다는 비판은 여전히 거세다.

셋째, 농식품부의 사전 수급안정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계통출하하는 물량에만 지원해야 한다. 정책에서 상당수 농가가 소외될 것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농식품부는 생산안정제가 수급조절물량 확보로 25~45%의 가격지지 효과를 낼 것이라 낙관하는 반면 최저가격보장제는 생산량 증가로 22.9%의 가격하락을 초래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최저가격보장제는 농가소득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수급조절 기능이 전무하다는 견해로, 수급조절을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넷째, 기금은 지자체와 농가가 공동으로 조성하며 국고는 제외한다. 이는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지만, 정부가 이처럼 사실상 모든 내용에 관여하는 제도에 국고 지원이 없다는 점이 지역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으로 지자체 최저가격보장제 가이드라인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18일에는 농민단체 관계자들을 모아 간담회를 진행,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농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확정안을 만드는 것이 최저가격보장제 시행의 최대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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