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가 지자체 최저가격보장조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지자체별 조례 제정에 제동을 걸고 5월 중으로 제시하기로 했던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20일에야 비로소 각 지자체에 하달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농식품부는 지자체의 수급정책이 정부의 ‘생산안정제’와 유사한 형태를 띠길 바라고 있다. 정부는 5대채소(배추, 무, 마늘, 양파, 고추), 지자체는 그 이외 품목의 수급을 담당하자는 의도다. 그래서 딱히 최저가격보장제에 대한 지침이라기보다 지자체가 주산지 위주의 품목조직화와 함께 면적조절, 시장격리 등 생산안정제에 준하는 수급정책을 만들도록 권장한 것이 이번 가이드라인의 주된 내용이다.
이 가운데 최저가격보장제와 관련된 내용만을 모아 보면, △5대채소는 대상품목에서 제외하고 △계통출하 물량에만 지원하며 △수급정책과 연계하는 지자체는 정부 지원사업 우선혜택을 주고 △지원금액은 생산비를 고려해 자율 결정하고 △지자체 및 생산자가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할 것 등이다.
농민들의 요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5대채소 제외는 대상품목을, 계통출하 한정은 대상농가를 축소시키게 된다. 지원금액 또한 ‘자율 결정’으로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평년가격의 80% 수준’이라는 예시와 함께 ‘평년가격 100% 보장 시 최대 33.1%의 증산과 57.3%의 가격하락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농경연 연구결과를 첨부해 지자체에겐 암묵적인 강제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눈여겨볼 것은 최저가격보장제를 수급정책과 연계하려 한다는 대목이다. 최저가격보장제는 주로 농민들이 주체가 돼 농가 소득보전을 목적으로 추진해 온 제도인데, 이것이 수급조절 용도로 사용된다면 제도의 취지 자체가 틀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업목적을 명확히 하기 위해 최저가격보장이라는 조례 명칭을 자제하고 가격안정·수급안정 등으로 변경하라’는 가이드라인 지침에서 제도 취지를 전환하려는 농식품부의 의도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농민들이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이번 최저가격보장조례 가이드라인은 농민들과 지자체가 고생해서 쌓아올린 성과를 정부 수급정책에 활용하려는 얄팍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정부가 고집하는 수급정책은 근본적인 생산비 보장책이 아니며 그 수혜 범위도 대단히 제한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