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폭락에 더 아쉬운 ‘최저가격보장제’
거듭된 폭락에 더 아쉬운 ‘최저가격보장제’
  • 권순창 기자
  • 승인 2019.07.21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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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단위 농가소득보전제도
농식품부 개입으로 날 무뎌져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산물 가격이 속절없이 하락하면서 올해 농가경제 및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해마다 반복하는 폭락에 일부 지자체들이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를 만들어 최후의 보루로 삼고 있지만, 기대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져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최저가격보장 조례제정 운동은 2010년대 중반 전국 지자체에서 농민들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일어난 운동이다. 시군단위, 광역단위로 하나둘씩 조례를 제정하면서 폭락 시 농민들에게 피해를 보전할 장치를 만들어갔다.

그러나 2016년 농식품부가 개입하면서 최저가격보장제는 발이 묶인다. 농식품부는 지자체 최저가격보장제에 대해 △농식품부 채소가격안정제 대상품목(배추·무·마늘·양파·고추)을 제외할 것 △보장가격을 채소가격안정제 수준으로 맞출 것 △계통출하 물량만을 대상으로 할 것 등의 제한을 걸었다. 강제성이 없다지만 지자체에게 중앙정부의 세밀한 가이드라인은 상당한 압박이 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농산물 가격 폭락에 대비해 만들어놓은 최저가격보장제도가 농림축산식품부의 개입으로 제 역할을 못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8일 경남 창녕군 도천면의 한 농가 건조장에서 농민들이 수확한 마늘을 망에 담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농산물 가격 폭락에 대비해 만들어놓은 최저가격보장제도가 농림축산식품부의 개입으로 제 역할을 못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8일 경남 창녕군 도천면의 한 농가 건조장에서 농민들이 수확한 마늘을 망에 담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이후 각 지자체의 최저가격보장제는 급격히 위축됐다. 올해 마늘·양파 최대 피해지역인 영남·호남·호서지역을 살펴보면 그 결과가 여실히 드러난다. 최저가격보장제를 운영하는 시군 자체가 더 이상 늘지 않았을뿐더러 계통출하 물량만을 대상으로 해 수혜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농식품부의 ‘채소가격안정제 대상품목 제외’ 권고에 따라 정작 절박한 마늘·양파는 대다수 시군이 최저가격보장제에서 배제하고 있다. 전남 순천시 등 극히 일부 시군에서만 양파·마늘 지급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경남 함안군의 경우엔 농가당 200만원으로 지급한도가 낮은데다 그나마 홍보가 미흡해 신청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광역단위로 가도 아쉬움은 크다. 충남 역시 마늘·양파를 배제하고 있으며 경남·경북·충북엔 아직 최저가격보장제가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충북은 농식품부의 권고를 ‘제재’로 받아들여 아예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전남은 조례를 제정했으나 조례 시행규칙이 만들어지지 않아 농가에 직접 손실을 보전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확보해 놓은 도 최저가격보장제 예산 24억원 중 18억원을 양파 시장격리에 사용함으로써 나름의 의미를 살렸다. 나머지 6억원도 가을채소 수급조절에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선도적인 곳은 전북이다. 전북은 시군별로 품목을 정해 체계적으로 최저가격보장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비주산지에 한해 마늘·양파를 대상품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벌써 양파 9개시군 546농가(250ha), 마늘 4개시군 88농가(59ha)로 지급대상까지 확정했다. 8월 농진청 생산비·단수 통계 발표 이후 지급단가를 책정하고 내년 1월 첫째주에 지급을 완료한다는 구체적 계획이 서 있다.

다만 주산지 마늘·양파가 최저가격보장제에서 배제돼 있다는 건 역시 뼈아프다. 또 애당초 계통출하만 인정하는 제한적 수혜범위가 가장 아쉬운 점이다. 주산지인 익산의 양파농가들은 지난 17일 정부·지자체를 상대로 폭락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면서 이같은 문제를 집중 제기하기도 했다.

농식품부 채소가격안정제가 아직 제 기능을 못하고 있고 농업수입보장보험 또한 허점투성이인 가운데, 몇몇 지자체에서 의지를 갖고 최저가격보장제를 만들었지만 이 또한 농식품부의 개입으로 기대만큼의 효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폭락 상황에서 그 아쉬움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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