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농가 소득보장 정부가 막았다

나주 최저가격보장제 유보에
폭락맞은 고추농가 망연자실

  • 입력 2016.08.27 00:24
  • 수정 2016.08.27 00:2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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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식품부가 지자체 최저가격보장조례를 저지한 데 따른 첫 농가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 고추에 최저가격보장제 적용이 확실시됐던 전남 나주에서 고추가격이 폭락했음에도 농가가 제도를 적용받지 못하게 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 몇 년 전국적으로 일어난 최저가격보장조례 바람 속에 나주시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나주시농민회를 중심으로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최저가격보장제를 시장 후보 공약사항으로 이끌어냈고 지난해 11월 천신만고 끝에 조례를 제정하기에 이른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최저가격보장제를 적용받았을 나주 고추농가가 농식품부의 개입으로 피해를 받았다. 사진은 나주 농민 김재영씨의 고추 건조장.

지난 3월 9일부터는 민관이 참여한 실무협의회를 진행해 세부적인 틀을 잡았다. 대상은 경지면적 1,000~1만㎡의 건고추와 양파로, 올해 계약분에 대해 생산비+5% 수준의 최저가격을 보장한다는 것이 논의 결과였다. 시행을 위해 4월 21일 열릴 심의위원회의 의결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그러나 심의위원회를 단 하루 앞둔 4월 20일 농식품부가 지자체 공무원들을 불러모아 최저가격보장조례에 제재를 가했고, 결국 21일 심의위원회에선 실무협의회 안대로 의결하되 농식품부의 조례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7월까지 시행을 유보키로 했다.

이에 따라 5월 파종기에 계약을 할 수 없게 된 고추농가는 결국 올해 최저가격보장제에서 제외됐고 고추값은 올해도 어김없이 폭락해 근(600g)당 5,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실무협의회가 확정한 보장가격은 7,600원. 나주 고추농가들이 받아야 할 근당 2,500원 이상의 보전금을 농식품부가 막아버린 꼴이다.

나주 세지면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김재영씨는 “매년 폭락에 허덕이는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를 농식품부가 도대체 왜 막는지 모르겠다”며 “가격 보장을 해준다기에 고추를 심은 부분도 있는데 이제와서 못해준다니 이 피해를 농가가 과연 잠자코 감내해야 하는건가”라고 한탄했다.

이동탁 나주시농민회 사무국장은 “1,000㎡ 이상이라는 면적제한도 있고 제도가 시행됐다 하더라도 부족한 부분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시작하는 게 중요하고 지자체가 이런 시도를 한다는 게 의미가 있는건데 농식품부가 이조차도 막아버린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농민들이 최저가격보장제에 대해 아직 잘 몰라서 반발이 없지만 이는 매우 큰 사안이다. 본격적인 투쟁을 위해 문제를 공론화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농식품부는 당초 7월경에 최저가격보장조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자체에 배포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결과물이 없는 상태다. 10월 파종에 들어가는 양파라도 제도를 적용받기 위해선 늦어도 9월엔 농식품부의 가이드라인과 나주시의 사업계획이 확정돼야 한다. 지자체와 농민들은 계속해서 농식품부의 손가락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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