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힘들었던 여름은 그 꼬리를 감추고 언제나 단명인 가을이 서서히 지리산을 물들이고 있다. 이번 여름이 가장 덜 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거라 했고 극한호우란 단어가 등장했던 올여름, 유난히 더웠고 또 비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많이 쏟아부었던가. 그럼에도 지리산의 들녘엔 알곡들이 여물면서 단순한 식량 그 이상의 무게로 벼들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초봄 모를 준비하고 논물 대면서 시작하는 벼농사, 식량은 기본이고 가장 생태적인 저수지에 청정 산소를 생산하는 초록 공장 역할을 하는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다. 게다가 봄부터 가을 그리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우리 농업의 역사·미래를 전하는 국립농업박물관이 개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는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 세워진 국립농업박물관에서 개관식을 열고, 전시·체험·교육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출발을 알렸다.박물관 일원은 조선 제22대 정조대왕이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축조한 축만제(인공호수, 천년만년 만석 생산을 축원)와 2014년까지 농촌진흥청(현 전주시)이 있던 곳으로 한국 농업의 역사와 인연이 깊다.규모는 총 2만3,830㎡(약 7,200평)로, 농업관·어린이박물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더욱 증진시키기 위해 시행하는 정책 중 하나가 바로 2020년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익직불제이다. 그러나 그중에서 선택형직불제는 단지 포장지만 바꿨다는 지적을 받으며 여전히 온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 농민을 중심으로 선택형직불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명확해지면서 이제는 구체적 내용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여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농사를 통해 공익적 가치를 실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농민이다. 얼마 전 열린 국회토론회를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된 것도 ‘농민의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경상남도 다랑논(다랑이논)을 영원히 ‘농사짓는 공간’으로 남게 만들려는 지역 농민·시민과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하병필)의 노력이 주목된다. 이들의 노력에 발맞춰 국가도 다랑논 보전정책을 본격화해야 할 때다.문화재청의 ‘2011년 유형별 전국 명승자원 조사’에 따르면, 경남도엔 21개의 다랑논 지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최근 농촌 고령화 및 농촌지역에서의 전원주택 수요 증가 등의 요인으로 적지 않은 다랑논이 방치되거나 사라지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지난해 모심과살림연구소의 ‘2021 한살림 생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최근 생태농업의 중요성 및 실천방안에 대한 논의가 만개하고 있다.생태농업은 무엇일까? 친환경농업 방식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하고, 사실상 친환경농업 또는 유기농업과 같은 의미로 거론되기도 한다. 농촌진흥청 농업용어사전에선 “자연의 억제세력인 길항미생물(병원균을 막는 미생물), 공영식물(함께 자랄 시 다른 식물의 생육에 도움을 주는 식물), 생물농약(천적)을 활용하는 농업”이라 규정한다.이러한 규정은 생태농업의 역할과 가치를 한정적으로 보는 규정으로, 전통농법·농생태학·생물다양성 중시 농법 등 생태농업의 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곧 공개될 예정이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계획(5차 5개년계획) 최종안은, 친환경농민들이 1년 동안 이야기해온 것과 엇나가는 결과물이었다.농식품부는 지난달 29일 세종시 베스트웨스턴플러스 호텔에서 ‘2021년도 제3차 친환경농업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농식품부는 정책협의회에서 5차 5개년계획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그러나 정책협의회 공동위원장인 김영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은 “그동안 농식품부와 긴밀히 협의하며 5차 5개년계획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왔으나, 제대로 반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경상남도(지사 김경수, 경남도)가 ‘경남 다랑논 활성화 프로젝트’를 본격화한다.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은 최근 다랑논 활성화 프로젝트의 구체적 내용을 발표했다. 다랑논 활성화 프로젝트는 경남도 내 다랑논(다랑이논)의 보전과 활성화를 통해 경남 농어촌의 활력을 증진시킨다는 취지로 이뤄진다. 목표는 △연간 5개소 내외씩 다랑논 마을 확대 △경남 다랑논의 국가·세계농업유산 지정(지리산권, 황매산권, 남해안권) 등이다.다랑논 활성화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으로, 우선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가 꼽힌다. 해당 프로젝트는 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 11일 경남 산청군 차황면 법평리의 계단식 논에서 한 농민이 모내기를 앞두고 트랙터로 논바닥을 다지고 있다. 써레질을 마친 농민은 “기온이 낮아 모가 아직 덜 자랐다”며 “사흘 후에 모내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경상남도의 다랑이논 보전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지난달 24일 창원시 경남도청 대회의실에서 ‘경남의 농업유산 다랑논(다랑이논), 보전과 활성화 방안’이란 주제로 제1차 경남 사회혁신 연속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 주최로 열렸다.이날 윤원근 협성대 명예교수는 기조강연에서 농업유산으로서 다랑이논이 갖는 가치, 동아시아 각국의 다랑이논 현황 및 보전 정책을 소개했다. 윤 교수는 다랑이논이 갖는 가치로서 △식량생산 및 주민 생계유지 △환경친화적 농법, 다랑이논 축조기술, 전통 수리
농촌의 아름다운 경관을 떠올릴 때면 눈앞에 아른거리는 풍경들이 있다. 그 아름다운 풍경들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며 휴식처가 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농민 스스로 농지를 직접 개간해 만든 다랑이논은 우리 조상님들의 삶의 지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다랑이논은 비탈진 경사지를 개간해서 만든 논이다. 경지정리가 잘 돼 있는 논과 생산량을 비교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다랑이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다랑이논은 작은 댐과 같은 홍수조절 기능뿐만 아니라 계단식 구성으로 인해 빗물의 흐름을 완화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최근 농업의 공익적 기능 중 논생물다양성 확보 관련 논의가 강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생물다양성 문제는 현재 농업정책 속에서 어디까지나 부수적 위치를 차지할 뿐이다.그나마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 농특위)가 공익직불제 중 선택직불제의 내용으로 생물다양성 관련 내용을 넣고자 논의 중이다.농특위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선택형직불 확대방안’ 초안의 공익증진 개인·단체 프로그램 내용 중 정량평가 지표로서 ‘생물다양성 관련 조사를 통한 곤충·물고기·새 등의 개체수 확인’ 및 ‘둠벙 조성 논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최근 농업의 공익적 기능 중 하나로서 논생물다양성 확보 관련 논의가 강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논생물다양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고민은 깊진 않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위기를 많은 이들이 지적하나, 생물다양성 문제는 현재 농업정책 속에서 어디까지나 부수적 위치를 차지할 뿐이다.그나마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 농특위)가 공익직불제 중 선택직불제의 내용으로 생물다양성 관련 내용을 넣고자 논의 중이다.농특위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선택형직불 확대방안’ 초안의 공익증진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경관’만 남고 ‘농사’가 없는 다랑이논은 죽는다.엄은희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지리학 박사는 필리핀 이푸가오 다랑이논이 겪었던 위기를 설명했다. 엄 박사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1973년 바니웨 지방의 이푸가오 다랑이논을 국가문화재로 등재했다. 이푸가오 다랑이논은 약 400~500년 전부터 농생태학적 방식으로 농사가 이뤄진 곳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래 이푸가오 다랑이논은 ‘관광명소’로서 대대적으로 홍보되기 시작했고, 관광산업을 위한 각종 인프라가 개발됐다.그 결과 바니웨 일대엔 무분별하게 관광시설이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경상남도 농민들의 다랑이논 보전 노력이 눈길을 끈다. 멋진 농촌경관 사례 중 하나로 각광받는 다랑이논. 그 경관의 아름다움을 무시할 수 없지만, 결국 다랑이논이 다랑이논으로 남을 수 있는 건 그곳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이 있기 때문이다.오랜 기간 동안 다랑이논에서 농사지은 농민이든, 사라져가는 다랑이논을 보전하고자 귀농해 함께 농사지을 사람을 모으는 농민이든, 그들 모두 다랑이논의 수호자임은 분명하다. 경남도에서도 현재 이들을 지원하고 다랑이논을 보전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다랑이논의 공익적 기능다랑이논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지난 1월 개정된 양곡관리법이 오는 30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정부가 ‘쌀 수급안정 세부안’을 지난 9일 발표했다. 정부계획에 따르면 신곡수요량보다 3%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단경기 또는 수확기 산지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쌀 수급안정을 위해 ‘시장격리’가 단행된다.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9일 변동직불제 폐지를 보완할 쌀값안정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월 개정된 양곡관리법을 뒷받침할 세부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1월 개정된 양곡관리법의 주요 내용은 △매년 10월 15일까지 양
전염병에 대한 방역은 건강의 문제가 아니다. 마스크를 쓰면 쓰지 않을 때보다 더 안전하다. 손을 자주 씻으면 씻지 않을 때보다 더 안전하다. 그래서 방역에 총력을 쏟는다. 사실 손을 자주 씻는 등 위생적으로 생활하면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감기나 식중독에도 훨씬 덜 걸린다. 방역은 전염병으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 줄 수 있다. 방역은 이제 상식이다.하지만, 방역이 우리를 더 건강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안전과 건강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건강은 방역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단순히 질병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 12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의 한 다랑이논에서 석수연(66)씨와 농민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석씨는 “산간지역이라 다른 곳보다 모내기가 빠르다”며 “예전엔 이쪽이 모두 논이었는데 요샌 밭농사도 많이 짓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농촌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전통 손모내기 체험행사가 공주시농민회와 먹거리공동체의 주관으로 지난달 26일 충남 공주시 의당면 두만리에서 초등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산골 150평 다랑이 논에서 열린 전통 손모내기 체험행사는 아이들에게 농촌을 이해하고 올바른 먹거리 교육의 효과도 있어 주목받고 있다.이날 부모와 함께 참석한 안예담, 이솔이 초등학생은 어른보다도 야무지게 모를 심어 주변의 어른들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했다. 올해로 두 번째 체험이라는 이솔이 학생은 “허리도 아프고 힘은 들지만 가을에 벼가
내가 태어나서 소년기를 보낸 곳은 남서해안의 ‘생일도’라는 작은 섬이다. 요즘이야 섬 지방으로의 여행이 활발하여서 도회지에 사는 사람들도 도서 주민들의 생활상을 잘 알게 되었지만, 칠팔십년대만 해도 도시의 젊은이들 중엔 ‘섬’이라고 하면 “산꼭대기에서 축구공을 뻥 차면 바다에 뚝 떨어지는…”, 그런 곳으로 아는 이들이 적잖았다. 따라서 ‘섬에서 농사를 지었다’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하지만 상대적으로 넉넉한 농토 확보가 어려웠던 섬 주민들일수록 더욱 치열하게 농토를 개간하고 더욱 열심히 농사를 지어야 했다. 생존을 위해서 그리 해야 했다. 내가 태어난 섬은 자연부락을 다섯 개나 거느리고 있는 면(面) 단위의 섬이었으니 “섬마을에서 태어났다면서 옛 농촌 마을의 정서를 어떻게 알지?” 그
2005년 수해피해 보상 투쟁의 과정에서 살고 있는 교월동에 면농민회가 창립되면서 농민회에 가입하여 활동한 지 5년째. 무너미농장 서창배 대표는 현재 김제지역 농민운동의 최선봉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제농민회 사무국장이다.농민운동을 시작한지 5년만에 시농민회 문화선전부장, 면지회 총무, 시농민회 정책실장을 거쳐 올 해 농민운동의 중추인 사무국장이라는 자리에 오른 것은 그의 농민운동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 솔선수범하는 실천을 주위의 농민회원들이 인정하기 때문이다.농사를 지으면서 농민회와 농민운동에 대한 관심은 있어도 지역에 농민회가 없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지켜보다 마흔살이 넘어서 뒤늦게 농민운동을 시작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찾으려는 것일까?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바짓가랑이 이슬 마를 날이 없다고 끊임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