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초과생산량 3% 이상·가격 5% 이상 하락시’ 쌀 시장격리

매년 10월 15일까지 쌀 수급안정대책 수립 ‘제도화’
개정된 양곡관리법 30일 시행 앞두고 세부안 밝혀

  • 입력 2020.07.12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1월 개정된 양곡관리법이 오는 30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정부가 ‘쌀 수급안정 세부안’을 지난 9일 발표했다. 정부계획에 따르면 신곡수요량보다 3%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단경기 또는 수확기 산지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쌀 수급안정을 위해 ‘시장격리’가 단행된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9일 변동직불제 폐지를 보완할 쌀값안정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월 개정된 양곡관리법을 뒷받침할 세부방안을 발표했다.

경상남도 함양군 다랑이논에서 한 농민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경상남도 함양군 다랑이논에서 한 농민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월 개정된 양곡관리법의 주요 내용은 △매년 10월 15일까지 양곡수급안정대책 수립 △초과 생산된 쌀 정부 매입 △협의기구 구성 △재배면적 조정 의무 등이 담겼다.

농식품부는 개정된 양곡관리법을 뒷받침할 시행령 개정안과 고시 제정안을 이번에 발표하면서, 미곡매입의 일반적 기준과 재배면적 조정 절차를 구체화 했다.

우선 정부의 쌀 매입기준은 작황 호조 등으로 신곡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이 3% 이상인 경우 초과생산량 범위에서 매입할 수 있다. 다만 초과생산량이 매입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단경기(7~9월) 또는 수확기(10~12월) 가격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에도 초과생산량 범위에서 미곡을 매입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2020년산부터 2021년산의 경우 2015~2017년 쌀값이 낮았던 점을 감안해 ‘전년가격보다 5% 하락’한 경우에 매입할 수 있도록 한시적 예외규정을 뒀다. 또 연속된 공급과잉으로 민간 재고가 누적된 경우 등 쌀수급안정이 필요한 때에는 초과생산량보다 많은 물량도 매입 가능하다.

미곡의 판매기준도 구체화 됐다. 민간 재고 부족 등으로 가격이 지속 상승할 때 정부가 보유한 미곡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3분기 연속 가격이 1% 이상 상승하는 경우는 가격상승폭이 크고 향후에도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부 보유 미곡을 판매토록 했다.

농민들에게 의무가 된 ‘재배면적 조정’과 관련해선 조정대상 면적·조정방법 등을 생산자단체 대표 등과 협의기구를 거쳐 결정한다. 아울러 수급안정대책과 관련된 주요 사항은 모두 ‘양곡수급안정위원회(협의회)’ 협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협의회는 농식품부 차관이 위원장이며, 기획재정부, 생산자단체 대표, 유통단체 및 소비자대표, 전문가 등 15인 내외로 구성해 운영한다.

정학철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이날 정부 계획에 대해 “만족스럽진 않지만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농식품부의 당초 계획을 다소 수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동직불제 폐지를 보완할 수준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정 정책위원장은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매입기준이다. 정부 발표대로 초과생산량의 3%만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초과물량 전량 매입이 기본원칙이 돼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11만톤이 과잉생산 되면 정부가 매입하고 10만톤이 과잉되면 그대로 시장에 둔다는 것인데, 이 물량들이 매년 쌓여 시장에 부담이 되고 결국 쌀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가격하락 매입기준 5%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가격이 4% 떨어지면 방치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고 이 역시 누적이 되면 시장의 쌀값 하락요인이 돼서다.

정 정책위원장은 “양곡수급안정위원회에 정부안보다 생산자단체를 더 많이 포함시킨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합의’가 아닌 ‘협의’로 그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 내용 중 악법으로 꼽히는 의무생산조정제는 21대 국회가 반드시 법 개정을 통해 삭제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