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야 이 놈 섀끼들아! 어딜 들어가노! 너거들 소성리에서 당장 나가라!”피켓을 잡은 채 앉아 있던 도금연 할머니(85)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하늘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하늘에선 굉음을 내며 헬리콥터가 산 너머로 날아가고 있었다. 헬기들은 하루종일 할머니들의 머리 위를 오갔다. 그때마다 도 할머니는 벌떡 일어나 소리 질렀다.지난 22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의 낮 기온은 33℃였다.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다. 소성리에 설치된 미군의 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기지로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대통령님! 우리는 개보다 몬하나! 너거는 (우리를) 개××보다 몬하게 보지만 우린 안 그렇다! 대통령 와 그래! 우리가 찍어줬는데! 우리 동네 와 몬살구로(못 살게) 카노! 물러가라!”지난 22일,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의 미군 사드기지 철문 앞에선 그날도 소성리 주민들의 ‘평화행동’이 진행됐다. 이날 도금연 할머니(85)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와 같이 말했다.소성리 주민들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정책을 자신의 제1과제인 것처럼 말해왔지만, 그가 말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첫 번째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접경지역 논밭에선 농사일이 한창이다. 접경지역 농민들은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통일쌀 모내기로 평화를 들판에 심고 있다.정건택 연천군농민회 왕징면지회장은 30여년 넘게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너머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민통선 너머 마련한 농지의 절반은 논이고 나머지 절반엔 감자, 양파, 마늘, 콩 등을 심는다. 이 중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물량은 무농약 등 친환경농사로 짓는다.품목이 많다보니 딱히 농번기랄 게 없다. 눈 내리는 겨울 빼고는 매일 민통선을 넘나들
[한국농정신문 김현주 기자]최근 남북관계가 4·27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은 지난 16일 연락사무소 폭파의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평화통일의 관점에서 우리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농민의 역할을 묻고자 지난 23일, 강원도 홍천에서 신성재 전농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만났다.김현주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최근 남북갈등의 책임, 문재인정부에 있다고 보는가.대북전단 살포는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간의 상호비방 금지 원칙을 정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오후 11시를 가리키는 시계바늘. 도시엔 어둠이 내려 앉지만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강서시장)은 환하게 불을 밝혔다. 강서시장은 낮보다는 밤이, 그리고 지금부터가 분주한 시간이라는 게 지난 15일 만난 시장도매인 김진광(65) 우림웰빙청과 대표이사의 설명이다.우림웰빙청과는 생산·출하자들이 농산물을 갖고 오는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새벽 2시까지로 정했다. 6명의 직원이 있고, 이들의 출근 시간은 오후 10시로 이에 맞춘 것이다. 물론 출하는 낮에 이뤄지기도 한다. 직원들이 자리에 없다면 출하 품목과 수량,
[한국농정신문 김현주 기자] 시장도매인제는 도매시장 경매제를 보완하기 위해 2004년 6월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이후, 꾸준히 발전해 경매제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가격의 불안정성’ 측면에서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강서농산물도매시장 시장도매인제 운영성과 분석 및 발전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시장도매인제 거래가격에 대해 출하자는 74.2%가 ‘만족’ 혹은 ‘매우 만족’을 선택했지만, ‘매우 불만’을 포함한 불만족 수치는 0.6%에 그쳤다. 출하자뿐 아니라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재화가 거래되는 과정은 가격협상이 기본이다. 생산자(혹은 판매자)가 판매가격을 정해 내놓은 상품을 소비자가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고, 생산자-소비자 간에 직접 가격흥정을 하기도 한다. 생산자 스스로 이윤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개별 거래에서 생산자가 손해보는 일은 있을 수 없다.단 하나, 농산물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도매시장 경매에 농산물을 출하한 농민들은 가격이 결정될 때까지 초조하게 애만 태우다가, 설령 생산비에조차 못 미치는 가격이 매겨지더라도 그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간혹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이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우리나라에 청과류를 취급하는 시장도매인은 60개가 있으며 모두 서울 강서시장에 모여 있다. 대부분 용산-영등포 시장에서 함께 넘어와 시장도매인 영업을 시작한 이들은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라는 끈끈한 조직 아래 서로를 밀고 끌어주며 17년 동안 강서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맨땅에서 스스로 경매제의 대안을 일궈냈다는 자부심으로 무장한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들. 그 대표인 임성찬 회장을 만나봤다.권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1월 1일 취임 후 임기 반 년을 보냈는데, 소감은.코로나19와 임기를 함께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농사짓는 사람을 모기떼로 생각하냐! 내가 만든 논이다. 이제 나락 잘 나오는데 어떻게 하라는거냐? 공짜로 농사지은 게 아니지 않냐. 죽어도 난 여기서 농사 짓겠다.”지난 8일 전남 해남군 혈도간척지엔 아직 보리 수확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논둑과 진입로를 파버리겠다며 포크레인이 진입했다. 혈도간척지를 관리하는 회사에서 부른 포크레인이다. 농민에게 농사는 목숨줄인데 그 목숨줄이 2020년에도 이렇게 쉽게 끊어질 수 있는걸까. 우리 사회는 2009년 용산참사, 2012년 두물머리, 2014년 밀양을 겪고도 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한국남동발전(사장 유향열, 남동발전)은 지난 2016년부터 1960년대 조성된 해남군 문내·황산면의 혈도간척지에 ‘해남 신재생복합단지 조성사업’을 계획·추진 중이다. 사업은 2016년 8월 토지 소유주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고,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수립되며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018년 1월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사업 타당성을 확보했고, 지난해 4월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했다.남동발전은 지난해 8월 토지 소유주가 운영하는 모아건설·주택과 특수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지를 갈아엎기 위해 투입된 포크레인과 농민들 사이 팽팽한 긴장감이 내리쬐는 햇빛보다도 매서웠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인근에서 보리를 수확하던 농민들은 트랙터와 트럭으로 포크레인 길목을 막아섰고, 한 시간 정도 대치 상황이 지속된 후에야 해남희망에너지(주) 관계자가 현장에 나타났다. 농민들은 굳은 얼굴로 관계자들과 마주섰지만, 그들 입에선 한 마디의 말조차 기대할 수 없었다.간척지에서 보낸 수십 년의 세월이 일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농민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울분을 토해냈다. 하지만 역시 돌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제주도 동북쪽에 위치한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는 마을의 옛 모습이 잘 보전돼 있다. 하지만 이곳도 하나둘 높은 건물이 들어서며 개발의 풍파가 밀려들고 있다. 이에 마을주민들은 마을여행을 중심으로 사라지고 있는 마을의 역사와 문화, 환경, 농업의 가치를 알려내고 있다. 부석희 구좌읍농민회 부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을발전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런 노력의 중심에 섰다. 지난 1일 그를 만나 평대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확인했다.- 옛 모습이 잘 보전돼 있다.평대리의 평대가 평평하고 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