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도매인이 뭔가요?

  • 입력 2020.06.21 18:00
  • 수정 2020.06.22 09:3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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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15일 밤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한 시장도매인 매장에서 직원들이 중소마트로 배송될 농산물을 선별한 뒤 상차를 위해 옮기고 있다. 시장도매인 거래는 경매를 거치지 않는 생산자와 판매자 간 일종의 직거래 중개 방식이다.한승호 기자
지난 15일 밤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한 시장도매인 매장에서 직원들이 중소마트로 배송될 농산물을 선별한 뒤 상차를 위해 옮기고 있다. 시장도매인 거래는 경매를 거치지 않는 생산자와 판매자 간 일종의 직거래 중개 방식이다.한승호 기자

재화가 거래되는 과정은 가격협상이 기본이다. 생산자(혹은 판매자)가 판매가격을 정해 내놓은 상품을 소비자가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고, 생산자-소비자 간에 직접 가격흥정을 하기도 한다. 생산자 스스로 이윤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개별 거래에서 생산자가 손해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단 하나, 농산물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도매시장 경매에 농산물을 출하한 농민들은 가격이 결정될 때까지 초조하게 애만 태우다가, 설령 생산비에조차 못 미치는 가격이 매겨지더라도 그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간혹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이 매겨지기도 하며 이는 도매시장을 이용하는 농민들의 고질적인 불만사항이다.

그런데 농민들도 도매시장에서 가격을 협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중도매인 상장예외품목거래, 도매법인 정가·수의매매, 시장도매인의 세 가지다. 다만 상장예외거래는 이름 그대로 경매에 올리지 않아도 되는 일부 예외지정품목에 한해서만 출하가 가능하며, 정가·수의매매는 경매회사인 도매법인이 구태여 공력을 투입하지 않는다. 농민들에게 가장 의미가 큰 것은 바로 시장도매인이다.

시장도매인은 도매법인·중도매인과 관계없는 별도의 법인으로, 경매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농산물을 수집·분산한다. 경매의 경우 출하-하역-경매-점포이송-판매의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만 시장도매인 거래는 출하 즉시 판매가 이뤄지는 일종의 직거래 중개 방식이다. 유통비용이 줄어들뿐더러 당연히 농민-시장도매인 간 가격조율이 수반된다.

쉽게 말해 경매제가 정착되기 이전의 위탁상 거래를 떠올리면 편하다. 다만 과거의 위탁상 거래는 상인들의 가격 후려치기 등 기만행위를 통제할 수 없었지만, 공영도매시장에 있는 시장도매인은 거래기록을 공개해야 하며, 별도의 대금정산조직을 통해 출하대금 정산을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즉, 공적 관리를 받는 위탁상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시장도매인제는 경매제의 가장 중요한 대안이다. 경매는 과거 위탁상의 폐단을 정리하는 데 기여했지만 과도한 자본축적과 비효율적 유통방식으로 또 다른 폐단을 낳고 있다. 시장도매인제가 활성화되면 농민들의 출하선택권과 가격교섭권이 보장될 뿐 아니라, 도매법인의 과다이윤을 견제하고 도매시장 내 경쟁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농안법이 2000년부터 시장도매인제를 허용했음에도 아직까지 농산물에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된 시장은 강서시장(2004년)이 유일하다. 강서 시장도매인의 성과가 결코 저조한 것이 아니지만, 농식품부와 도매법인들이 보수적 관점에서 시장도매인제를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도매인제 활성화의 분수령은 국내 굴지의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시장도매인제 도입이다. 새로운 국회가 시작된 올해, 시장도매인제는 다시 한 번 농산물 유통분야의 뜨거운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다가올 이슈에 앞서, 본지는 독자들께 아직은 생소할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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