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장도매인제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제도”

임성찬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장

  • 입력 2020.06.21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우리나라에 청과류를 취급하는 시장도매인은 60개가 있으며 모두 서울 강서시장에 모여 있다. 대부분 용산-영등포 시장에서 함께 넘어와 시장도매인 영업을 시작한 이들은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라는 끈끈한 조직 아래 서로를 밀고 끌어주며 17년 동안 강서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맨땅에서 스스로 경매제의 대안을 일궈냈다는 자부심으로 무장한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들. 그 대표인 임성찬 회장을 만나봤다.
권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임성찬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장
임성찬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장

1월 1일 취임 후 임기 반 년을 보냈는데, 소감은.
코로나19와 임기를 함께하고 있다. 전염병이 이렇게 무서운 건지 몰랐다. 유통은 소비자가 와서 물건을 골라가야 하는 건데 그게 안되다 보니, 농민들보다야 덜하겠지만 시장도매인도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를 계기로 온라인거래 발달과 오프라인거래 쇠퇴 양상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어 요즘은 시장도매인에서도 균일한 품질로 도시락·샐러드 등을 만들어 공급해 보려고 전처리시설 설치 등을 고민하고 있다.

시장도매인제, 어떤 점이 우수한가.
시장도매인제는 소비자와 생산자를 위해 존재하는 제도다. 소비자에겐 농산물을 저렴하고 신선하게 품질 관리까지 해서 공급하고, 생산자에겐 농사지은 만큼의 적정한 가격을 주며 적정한 시간에 출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일종의 직거래 방식이라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경매에 비해 비용도 많이 축소되고 신선도 측면에서도 월등하다.

경매제가 시대적 한계에 부딪혔지만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논의는 농식품부와 기득권의 반대에 여전히 막혀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이상기후나 코로나에서 볼 수 있듯 앞으론 식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농식품부가 농민을 살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민들을 위해선 시장도매인제 같은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매는 애써 농사지어 보낸 농산물 가격이 반토막나는 일도 흔하지만 시장도매인은 소비자를 물색해 적정한 가격에 홍보하고 연결해줌으로써 농민들이 안정적인 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지 않나. 농식품부가 생각을 달리해서 이걸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 (국내 최대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이 생긴다면 시너지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라 본다. 초반에 시행착오가 우려된다면 정착모델인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들이 여러 모로 도움을 줄 의사도 있다.

최근 시장도매인이 출하자 대금미지급 사건으로 한 차례 곤욕을 치렀는데.
출하자 대금정산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정산조합은 이제 완벽한 상태다. 이번 일의 경우 시장도매인이 전대(점포 불법재임대)행위를 한 게 문제이긴 한데 사실 이런 경우에도 정산조합이 위험적립금(12억원)을 활용해 반드시 책임진다. 문제는 조합이 정산을 해주려는데 출하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없을 정도로 출하자와 전차인 모두 주먹구구로 거래를 해왔다는 거다. 시장도매인들은 과거 백과청과 부도사태 때 미지급금을 다 해결해 줬음에도 10년 이상 반대세력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트라우마가 있어 이번 사태도 신속하게 해결하고 싶었다. 증빙자료가 있어 사태를 깔끔하게 해결했으면 정산조합이 이렇게 든든하구나 하는 걸 보여줄 수도 있었을텐데 그게 안되는 상황이라 답답하다.

반면 의성감자·여주사과 등 코로나로 급식 판로가 막힌 친환경농산물 판매에 나서며 조명을 받기도 했다.
농민들이 급식공급이 막힌 친환경사과 10kg을 가락시장에 냈다가 7,000원을 받고 울면서 돌아왔다고 한다. 외관이 나쁘니 친환경이 B급 취급을 받는 것이다. 이런 일은 소비자에게 얘기할 만한 ‘스토리’가 된다. 시장도매인이 구매자인 마트에 이런 산지의 스토리를 전달하면 마트가 일반소비자들께 다시 전달한다. 이런 스토리텔링이 용이하다는 것 또한 시장도매인의 장점이다. 우리 시장도매인들도 농민들의 고통에 동참해 수수료를 전혀 안 떼고 생산자에게 손해 안 날 가격을 받아드리려 애썼다. 실제로 시세 7,000원짜리가 3만원선까지 거래됐고, 농민들이 직접 올라와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들은 영등포에서 강서시장으로 넘어온지 단 3일만에 시장을 정상궤도에 올린 장사의 귀재들이다. 점점 영역이 확대되고 있고 거래처인 마트들의 규모도 커지고 있어 코로나를 지나고 나면 연매출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농산물의 가격과 수량이 협의 가능한, 농민들에게도 꼭 필요한 유통경로인 만큼 농민들이 믿고 맏겨 주신다면 후회하지 않는 가격으로 보답 드리겠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