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영농철이다. 옛말에 ‘부엌의 부지깽이도 나와서 돕는다’던 나날의 연속이다. 하루하루 가는 시간이 아쉽고 모자란 일손은 더욱 아쉬운 농번기에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만사 일 제쳐두고 한 곳에 모인 농민들이 왁자지껄 손모를 낸다.못줄잡이가 논에 줄을 띄우고 “어이” 구령을 힘껏 외친다.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일렬로 선 농민들이 허리를 굽혀 모를 심는데 손놀림이 굼뜨다 싶으면 당장 이곳저곳서 지청구가 날벼락처럼 쏟아진다. 허나, 소리를 한껏 지르는 이도 귀 아프게 듣는 이도 입가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전국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축산분야 일각에서 미투운동을 축산물 소비 부진의 이유로 꼽는다고 한다. 뚜렷한 근거가 없는 이같은 주장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매우 우려스럽다.기자도 때때로 비슷한 얘기를 접했다. 처음엔 화제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두 번째엔 귀까지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난처해 못 들은 척 했다. 그러는 동안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에서 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일각의 주장은 실제 그렇다는 듯이 굳어지려 하는 분위기다.한 업계 전문가에게 축산물 소비와 미투운동의 연관성을 알아본 연구가 있는지 물었다. 이 전문가는 연구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강남역 사건을 비롯해 미투 운동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페미니즘’은 최근 가장 뜨거운 화두면서 논란의 쟁점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이는 농업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격하게 역행하는 한 광고가 농민신문에 버젓이 실려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해당 광고에 실린 노골적인 문구와 선정적인 사진은 눈에 담기도 벅찰 정도여서 남녀를 불구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민망함과 수치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농기계의 성능을 묘사했다지만 의도는 명확했고 표현은 저급했다. 하지만 신문은 이 광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정부의 수급대책에 대한 불신이 큰 원인이다’, ‘농가 자율조절 물량을 산지폐기 혹은 비축수매 물량으로 돌려 흡수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추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수입상 좋은 일만 하는 꼴이 되선 안 된다’.전남의 양파 재배 농민들과 경남의 마늘 재배 농민들은 지난 15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 소공원에서 연합으로 집회를 열었다. 통계청의 재배면적 조사결과 발표 이후 올해 엄청난 수치의 공급과잉이 예상되면서, 가격 폭락을 이대로 눈 뜨고 못 보겠다는 절박함에 1,000여명이나 되는 농민들이 바쁜 농번기
“특정 인물을 비판해야할 땐 좀 그래요. 그도 누군가의 부모일 텐데 우리 엄마, 아빠 생각도 나고….” 몇 주 전 후배가 말했다. 나는 아직 선배라 불리기 어줍짢은 ‘끄트머리 기자’가 맞다. 어떻게 대화를 끌어가야 좋았을지 이제야 생각났으니까.농업 분야에서 기자가 가장 많이 ‘까야하는’ 존재는 단연 공무원이 되고 만다. ‘공무원’이라면 취재 현장에서 하도 욕만 듣다보니 원래 그러려니 하다가도 문득 연민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그 연민이 “저 사람 욕만 먹어서 불쌍해”가 아니라 “어쩌다 저런 무기력한 사람이 되었을꼬”하는 종류의 것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식품부는 이번 중만생종 양파 수급대책에서 25만2,000톤의 초과생산량을 전량 해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본질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5만2,000톤 초과생산량 중 정부는 3만7,000톤만 시장격리하겠다. 나머지 21만5,000톤은 여러분이 좀 도와 달라.’‘농민과 농협이 십시일반 이 정도는 줄여 주겠거니’ 생각한 게 8만1,000톤. ‘소비자들이 이 정도는 더 먹어 주겠거니’ 생각한 게 4만5,000톤. ‘수입양파가 이 정도는 국산으로 대체 되겠거니’ 생각한 게 7만4,000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 3월 어느 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우렁이를 통한 유기농법이 시행됐다는 충북 음성군의 한 마을을 찾았다. 날씨는 화창했건만 그날의 대기엔 미세먼지가 가득 찼다. 그날의 날씨마냥 애써 밝은 모습을 보이려 했던 농민들의 가슴 속엔 울분이 가득 찼다. 농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 유기농지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농민들은 줄기차게 산업단지 건설 반대투쟁을 했다. 과거에 우리 신문에서 썼던 기사들을 보니, 몇 년 동안 음성군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던 사실이 기록돼 있었다. 그 당시 투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지난해부터 가금부문 계열화사업 관련 제도 개선 논의가 한창이다. 가금농가 사이에서 간헐적으로 이어졌던 계열업체의 갑질과 불공정계약 문제제기는 이제 전문가들의 연구를 토대로 점차 구체성을 띄어가고 있다.이제 초점은 가금 계열화사업 곳곳에 자리한 불평등과 불공정을 어떻게 바로잡느냐에 맞춰져 가고 있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제도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 이유는 대형 계열업체들의 과점으로 농가가 수평적 계약을 맺기 어려운 시장구조에 있다.2016년 계열화사업자 현황을 보면 하림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적채(붉은 양배추)의 꽃이 노랗게 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시선을 끄는 노란꽃 사이에서 한 여성농민이 허리를 숙인 채 적채를 수확하고 있었다. 지난 2일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의 한 들녘에서였다.여성농민은 꽃이 필 때까지 적채를 놔둬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진즉에 끝났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생산비에도 터무니없이 모자란 경매가에 수확을 미루다 지금까지 왔다고 하소연했다.최근에 휴대전화로 알려온 경매가는 적채 16kg 한 상자에 4,000원이었다. 만원을 받아도 각종 수수료를 제하면 5,000원이 남을까말까 한 상황에 4,000원이라니,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 게 당연했다.그녀 또한 이럴 바에 일이라도 덜자는 마음에 밭 일부를 갈아엎었다. 그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현재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농정개혁위원회의 공청회에서 직불제에 대해 농민들의 무수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보조사업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농업 예산에서 농민에게 직접 지원되는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7%에 불과하다. 물론 각종 시설·기자재 등의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간접지불을 합치면 직불제 전체의 규모는 예산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지만, 실제로는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이 바로 우리 농정의 간접지불, 일명 ‘보조사업’이라 그 비중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간접지불에 쓰이는 예산이 농민에게 제대로, 그리고 골고루 분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의 취재를 비롯해 이미 여러 사례로 드러나 있다. 그런데 이 보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얼마 전 한 지역농협 조합원으로부터 농협이 너무도 비상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하소연을 듣게 됐다. 지난해 대의원총회 자료를 확인하고 싶어 지역농협에 달라고 했더니 대의원이 아니라 줄 수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이 조합원이 “조합원인데 왜 줄 수 없냐”고 따졌더니 농협 직원은 “열람은 가능하다”고 했단다. 농협 직원은 실랑이 끝에 결국 복사를 해주기로 했는데 복사비를 내라고 했다. 농협 직원이 설명한 이유는 농협 정관에 적시되진 않았지만 복사를 해줄 때 비용을 청구토록 하는 게 이사회 의결사항이란 것이다. 조합원은 “농협중앙회에 문의했더니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게 이 직원의 얘기”라고 전했다.더 가관인 건 조합원이 “그럼 스마트폰으로 찍어 가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발표와 농지법 개정 입법 예고에 힘입어 오늘날 태양광 발전소는 전국 곳곳에 설립되고 있다. 특히 농촌의 잘 정돈 된 논·밭 사이에는 시멘트로 덮인 태양광 발전소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일례로 지난달 20일 폭설과 저온으로 인한 동해를 취재하기 위해 전남 해남을 방문했을 때 배추밭 바로 옆에서는 태양광 발전소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배추밭 농민은 몇 개월째 대형 덤프트럭이 오가며 먼지를 내뿜는 것은 물론, 장비가 파낸 흙이 바람을 타고 넘어와 작물이 온통 흙과 먼지투성이라고 전했다. 생육불량이 우려돼 군청과 공사 관계자를 찾아가 민원을 제기해도, 토지를 구매한 뒤 군의 허가를 받아 진행되는 공사기 때문에 어떻게 할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