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나

  • 입력 2018.05.04 10:40
  • 수정 2018.05.17 16:5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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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식품부는 이번 중만생종 양파 수급대책에서 25만2,000톤의 초과생산량을 전량 해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본질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5만2,000톤 초과생산량 중 정부는 3만7,000톤만 시장격리하겠다. 나머지 21만5,000톤은 여러분이 좀 도와 달라.’

‘농민과 농협이 십시일반 이 정도는 줄여 주겠거니’ 생각한 게 8만1,000톤. ‘소비자들이 이 정도는 더 먹어 주겠거니’ 생각한 게 4만5,000톤. ‘수입양파가 이 정도는 국산으로 대체 되겠거니’ 생각한 게 7만4,000톤, ‘수출이 이 정도는 더 늘어나겠거니’ 생각한 게 1만5,000톤이다.

언제부턴가 농식품부에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생산자 자율적 수급조절, 소비확대, 수입물량 국산 대체. 성과조차 확실치 않은 이런 대책들은 정부 수급대책과 분리해 민간의 부차적인 노력으로 곁들여야 할 성격의 것들이다. 헌데 이런 것들을 버젓이 정부 대책에 포함시켜 놓고 초과생산량 전량 해소를 운운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정부가 직접 제어하는 시장격리 물량은 단 3만7,000톤이다.

예상 초과생산량이 10만6,000톤에서 25만2,000톤으로 늘어났다. 헌데 수급관측 실패에 대한 일말의 사과나 반성도 없이 민간 협조물량만을 대폭 늘려서 수급대책 부족분을 끼워맞췄다. 모자라는 물량이 1만톤이 됐든 8만톤이 됐든 ‘자율적 수급조절’이란 말로 메울 수 있으니 참 편리한 일이다.

아무 것도 아닌 대책을 그럴듯한 껍데기로 포장해 봤자 얄팍한 꼼수는 금방 티가 난다. 오히려 농민들의 부아만 돋울 뿐이다. 차라리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부가 이 정도밖에는 못 하겠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하고 솔직히 얘기하는 것만 못하다.

농산물값 폭락의 근본적인 원인제공자는 지난 수십년간 무분별하게 시장을 개방하고 농정을 소홀히 해온 정부다. 농식품부는 폭락 상황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며 행여라도 그렇게 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사정을 솔직하게 고하고 사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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