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농촌엔 태양광이 들어선다

  • 입력 2018.03.17 18:24
  • 수정 2018.03.17 18:2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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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발표와 농지법 개정 입법 예고에 힘입어 오늘날 태양광 발전소는 전국 곳곳에 설립되고 있다. 특히 농촌의 잘 정돈 된 논·밭 사이에는 시멘트로 덮인 태양광 발전소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20일 폭설과 저온으로 인한 동해를 취재하기 위해 전남 해남을 방문했을 때 배추밭 바로 옆에서는 태양광 발전소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배추밭 농민은 몇 개월째 대형 덤프트럭이 오가며 먼지를 내뿜는 것은 물론, 장비가 파낸 흙이 바람을 타고 넘어와 작물이 온통 흙과 먼지투성이라고 전했다. 생육불량이 우려돼 군청과 공사 관계자를 찾아가 민원을 제기해도, 토지를 구매한 뒤 군의 허가를 받아 진행되는 공사기 때문에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는 것 외엔 다른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도시에 비해 땅값이 저렴하고 입사를 방해하는 높은 건물이 없는 농촌은 발전소를 건설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환경일 것이다. 이에 농촌 대부분의 태양광 발전소는 외지인이 주변 시가보다 높은 금액을 지불해 토지를 구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게다가 노후대책으로 각광받는 탓에 여러 명이 자금을 모아 설립한 법인이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가운데 건설로 인한 소음과 먼지, 건설 후의 지열 상승 등 여러 부작용은 고스란히 농민 몫이 돼버렸다. 발전소가 설치된 이후 마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수익의 일부를 지원할 뿐 농촌과 농민을 배려한 처사는 전무하다.

또 법 개정으로 농업진흥구역 내 태양광 설치 규제가 완화되며 염해를 입은 간척농지의 경우 20년 동안 태양광 발전소로 일시사용이 가능해졌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우후죽순 들어선 태양광 발전소의 폐패널과 패널 세척제 등으로 인한 토양 오염은 이미 지난 국정감사 때부터 지적받은 바 있다. 태양광 발전을 독려하기 전, 농지법을 개정하기 전 이미 연구됐어야 할 사후관리 체계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

폐패널 오염과 콘크리트 공사 등 이미 빼앗긴 농촌·농지에 다시 푸릇한 생명이 찾아올 수 있을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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