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장 먼저 해야 할 것

  • 입력 2018.03.30 22:03
  • 수정 2018.03.30 22:0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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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현재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농정개혁위원회의 공청회에서 직불제에 대해 농민들의 무수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보조사업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농업 예산에서 농민에게 직접 지원되는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7%에 불과하다. 물론 각종 시설·기자재 등의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간접지불을 합치면 직불제 전체의 규모는 예산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지만, 실제로는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이 바로 우리 농정의 간접지불, 일명 ‘보조사업’이라 그 비중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간접지불에 쓰이는 예산이 농민에게 제대로, 그리고 골고루 분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한국농정>의 취재를 비롯해 이미 여러 사례로 드러나 있다. 그런데 이 보조금을 단순히 직접지불 위주로 개편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물론 직접지불의 확대와 농민수당 등은 이 문제의 이상적인 해결방안이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해야할 것이 있다.

논 위에 지은 하우스가 많은 경남에선 실제 농사짓는 농민들이 직불금을 받지 못하고 땅 주인이 대신 가져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대부분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분개하는 가운데 이 문제를 언론이 다뤄 시끄러워지는 것 자체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농민도 있었다. 어쨌거나 임차인은 한없는 ‘을’인 처지로서 지주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고, 자신이 애써 가꾼 터를 잃을까봐 두렵다고 말한다.

직접직불금 부당수령은 농촌에서는 비밀 아닌 비밀이 된 지 오래다. 한줌도 안 되는 현재의 직접지불 예산 또한 ‘받아야할 사람’이 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농민들의 생각이다. 기존 헌법에 쓰인 경자유전의 원칙이 반드시 수정돼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작농이라는 단어는 21세기에도 건재하고, 부끄러움은 결국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 농사를 누가 짓는가? 어디에서 땅을 일구든 그것이 농사라면 일하는 자가 농민의 지위를 누려야함이 당연하다.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함께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이번 6월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것은 오직 개헌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농민’의 뒤틀린 정의만이라도 개헌으로 바로잡아 놓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모순적 직불제도 제자리를 찾고, 앞으로 실현될 농민수당도 진짜배기 농사꾼들에게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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