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나누는 것이 평화·통일의 시작

  • 입력 2018.06.08 11:26
  • 수정 2018.06.08 11:45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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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영농철이다. 옛말에 ‘부엌의 부지깽이도 나와서 돕는다’던 나날의 연속이다. 하루하루 가는 시간이 아쉽고 모자란 일손은 더욱 아쉬운 농번기에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만사 일 제쳐두고 한 곳에 모인 농민들이 왁자지껄 손모를 낸다.

못줄잡이가 논에 줄을 띄우고 “어이” 구령을 힘껏 외친다.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일렬로 선 농민들이 허리를 굽혀 모를 심는데 손놀림이 굼뜨다 싶으면 당장 이곳저곳서 지청구가 날벼락처럼 쏟아진다. 허나, 소리를 한껏 지르는 이도 귀 아프게 듣는 이도 입가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통일쌀 모내기가 한창이다. 지난달 26일 강원도 철원, 경북 상주, 전북 남원을 시작으로 매주 3~4개 지역 통일쌀 경작지에서 통일의 물꼬를 트는 모내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7일 현재 경기도 포천·연천, 충북 괴산·진천·옥천·청주, 충남 예산·당진, 경남 진주, 전북 순창·완주 등의 통일쌀 경작지에서 정성들여 심은 모가 자라고 있다.

특히, 올해는 2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평화의집과 판문각에서 연이어 열리자 통일쌀을 심는 농민들의 손길에도 덩달아 신바람이 실려 있다. 오는 12일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전망 또한 모를 심으며 곁들이는 막걸리 안주로 입길에 오르내린다. 경작지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사진이 단일기와 함께 내걸려 바람에 나부낀다. 대결과 반목의 시대가 가고 평화와 화합, 통일의 시대가 오는 길목에 오롯이 서 있음을 농민들은 통일쌀을 심으며 피부로 느끼고 있다.

다가오는 6.15 남북공동선언, 8.15 광복절 행사의 성공적 개최도 중요하건만 이제 농민들의 관심사는 다가오는 가을 남북농민추수한마당의 성사에 가 있다. 금강산이든, 개성이든 그 어디든 간에 남북의 농민이 한데 어울려 풍성한 추수의 기쁨을 나누고 우리 민족끼리 평화의 밥상을 차려 한 끼 밥을 같이 먹는 진정한 ‘식구’로서의 행복을 맛 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손꼽아 기다린다.

자고로 밥을 나누는 것이 평화와 통일의 시작이다. 농민들은 올해 또 다시 그 첫 발을 뗐다. 기어이 봄이 왔듯 가을도 기어이 올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잘 익어 넘실거릴 통일쌀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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