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에 유난히 눈에 띄는 책이 한 권 꽂혀 있다. 전남 순천시 문해교실 할머니들의 자서전을 구술한 책이다. 책의 제목은 ‘내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더냐’였다. 제목부터 참으로 맛깔스러웠다.지난 30년 동안 여성농민운동은 투쟁의 자양분은 풍부했지만 여성농민들의 삶과 투쟁을 기록하고 홍보하는 일은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책을 보면서 우리는 인생을 알고 있을까? 모든 회원들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의 가야할 목표지점을 인식하고 함께 걸어가고 있을까? 많은 질문을 던진다.전여농 30년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길을 물어야 한다.
언니네텃밭, 왜 언니일까? 누나가 아니고. 예로부터 의좋은 형제 얘기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의좋은 자매 얘기는 찾기가 어렵다. 심지어 심리학에서는 여성들끼리 갖는 일반적인 감정을 질투로 분석하기도 한다.그러나 언니라는 말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언니는 여성들끼리 나누는 연대애이고 자매애이다. 언니는 언니들이 짓는 농사를 의미하기도 하고 언니들끼리 주고받는 살림의 과정이기도 하다. 즉 주체들끼리의 관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의미로 텃밭은 말 그대로 살림(먹거리)의 밑천이다. 텃밭이 있어 밥상
식량주권이라니?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일까? 우리가 쌀도 자립한다는데…(현재는 자립도 85%). 의아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 당장 그대의 밥상을 분석해 보라. 국내산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아마도 25~30% 정도면 감지덕지일 것이다. 보조금의 산물로 저가로 물밀 듯이 들어오는 수입농산물이 이제는 식탁과 우리의 내장을 휘젓고 들어와 주인인양 버틴 지 오래이다.그렇다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의 식량주권 운동이 단순히 우리농산물 먹기라는 얘기는 아니다. 전여농의 식량주권운동은 내부자료에 ‘식
여성농민들의 투쟁사를 쓰려다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이번 이야기는 쌀을 둘러싼 여성농민들의 투쟁 중에 대표적인 두 개의 투쟁을 소개하려고 한다. 여성농민들의 투쟁을 살펴보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야기를 담은 다큐가 떠오르는 이유는 왜 일까?1998년 여름, ‘투쟁의 꽃’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했던 현대자동차 식당노동자들. 그러나 노사 협상이 타결되자 전원 정리해고 대상이 되었고, 노조의 하청노동자가 되었어도 원직복직이 되지 않았고, 다시 투쟁에 나서야 했던, ‘밥꽃양’은 말한다.
여성농민들의 성장은 투쟁을 통해서, 교육을 통해서, 어린이날이나 한마당이란 문화행사를 통해서 다양한 경로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 특별히 여성농민들의 투쟁력과 조직적 성장을 가능케 해준 전국적인 투쟁은 단연 수세투쟁이다.수세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87년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었고, 1980년대부터 개방농정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파동과 1986년 9월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농산물 무역 완전 자유화 등 농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된 시기였다. 특히 1985년 전국적인 소몰이 투쟁이 전개되었고,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각 부분의 이슈
흔히들 현대사회를 대의 민주주의라는 명목하에 뭔가를 바꾸기 위한 ‘정치적 선택’에 대해서 많은 기대를 한다. 물론 선거는 중요하다. 대표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 누구의 이해를 대별하는가는 더 중요한 문제이다. 진보적인 정당의 후보라고 해서, 혹은 여성 후보라고 해서 여성을 대별하거나 여성의 삶을 개선한다는 보장이 없다.여성농민의 입장을 대별할 수 있는 정치파트너가 없다면 여성농민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정치인은 극소수이다. 특히 여성농민과 관련된 정책의 추진과정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세상을 바꾸는 수많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얼과 꼴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의 목적과 골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회칙이나 정관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조직의 사업내용을 분석하면 조직의 지향점과 조직체계를 확인할 수 있다.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의 얼은 규약 제2조(목적)에 ‘여성농민의 전국적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여성농민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향상과 민족자주, 민주사회, 조국통일 실현을 통해 여성농민의 인간다운 삶의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즉 전여농의 얼은 여성농민만이 아니라 민족통일, 민주사회 실현 등을 통해서 여성농민의 인간다운
모순(矛盾)이 있는 곳에 운동이 있다. 이 한마디로 여성농민운동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을까? 여성농민들이 삶에서 겪는 문제는 남성과 다르고, 극복해야 할 생활상의 문제 역시 다르다면 저항이나 활동 역시 다른 형태로 진행돼야 하지 않을까? 이 당연한 상식을 왜 설명해야 하는가? 이것은 여성농민운동의 정체성과 지향을 이해하고 그들의 실천인 여성농민운동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물음이고 답이기 때문이다.실천과 투쟁 통해서 성장한 여성농민운동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라는 자주적인 여성농민 대중운동 조직이 만들어진 지 30여년이 다 되어가지만
모든 자리에 있었지만 어디에도 기록되지 못했던 여성농민에 주목합니다. 새해를 맞아 ‘오미란의 한국여성농민운동사’를 월 1회 연재합니다. 오미란 젠더 & 공동체 대표가 시간을 되짚으며 풀어내는 여성농민운동의 역사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셨나요.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언제나 여성들의 삶과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은 어렵다. 그것은 여성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이 일반적인 역사적 기록과 달리 이중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묻히고 가려진 여성들의 흔적을 찾아서 들춰내야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의 활동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