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땅·메마른 대지에 깊이 뿌리 내린 여성농민의 버팀목, 전여농

  • 입력 2019.03.10 18:00
  • 기자명 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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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란 젠더 & 공동체 대표
오미란 젠더 & 공동체 대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얼과 꼴

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의 목적과 골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회칙이나 정관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조직의 사업내용을 분석하면 조직의 지향점과 조직체계를 확인할 수 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의 얼은 규약 제2조(목적)에 ‘여성농민의 전국적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여성농민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향상과 민족자주, 민주사회, 조국통일 실현을 통해 여성농민의 인간다운 삶의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전여농의 얼은 여성농민만이 아니라 민족통일, 민주사회 실현 등을 통해서 여성농민의 인간다운 삶이 실현될 수 있다고 제시하여 민족민주운동체로서 전여농의 지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갖춰야 할 꼴로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여성농민회를 회원으로 두고, 회원가입 단체의 자격요건으로 2개 이상의 읍면동 지회가 있거나, 20명 이상의 회원이 있거나 조직 꼴이 갖춰진 시군으로 가입요건을 제한하고 있다.

즉 꼴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성농민 대중활동에 기반을 두고 움직이는 기초자치체 단위의 조직체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직을 명시하여 진보적 여성농민의 대표성을 담는 조직으로 꼴을 만들어가고 있다.

깊은 땅에 뿌리 내리는 튼튼한 나무

전여농 조직체계의 형식은 연합이다. 연합은 협의체 보다는 강한 연계망과 질서를 구축하고 있으나 연맹보다는 조직의 특성과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는 형태이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단일한 강한 규율과 실천을 지향하면서도 지역적으로 실정에 맞는 탄력적인 실천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조직체계이다.

1989년 전국여성농민위원회 구성 당시 ‘천만농민 단결하여’라는 구호가 지금은 ‘300만농민 단결하여’로 농민의 숫자는 4분의 1로 감소하였으나 전여농은 오히려 2배로 조직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전여농은 1989년 출범 당시 19개 시군조직에서 2019년 2월 현재 36개 시군 조직(가입 군 기준, 연계하여 활동하는 군 단위는 더 많음)으로 성장하였다. 도 단위 조직도 충남과 충북을 제외한 경기, 강원,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제주 등 7개 광역 조직망을 구축하였다.

도 단위 별로 가입 시군 현황을 보면 강원 3, 경기 1, 충북 3, 충남 2, 경북 6, 경남 6, 전북 8, 전남 5, 제주 2곳 등 총 36개 시군에 여성농민회가 가입되어 있다. 가입 군은 9개 광역도에서 36개소이지만 실제로 활동 지역은 이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시군여성농민회가 조직되었지만 아직 미가입된 군 단위(활동과 더불어 대의원 총회 승인이 필요함)도 존재하고 있다.

전여농의 지속적인 성장은 아무리 농업·농촌이 어려워도, 농민의 숫자가 30년 동안 4분의 1로 줄어들어도, 농업인구 평균연령이 66세로 초고령화에 진입해도 농업·농촌 현장에서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위한 여성농민들의 단결을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미가입된 충남의 서산시, 당진시, 전남의 화순군, 영암군, 곡성군, 제주의 대정읍, 조천읍, 한림읍, 구좌읍, 경남의 남해군 등 여성농민회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시군읍 단위 조직들이 결합한다면 내년이면 40곳을 훌쩍 넘기는 조직이 될 것이다.

또한 충남이나 충북 역시 곧 광역(도 단위) 조직의 건설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 농촌지역을 포괄한 9개 광역자치체 조직으로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14일 열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18기 1차년도 대의원총회 모습. 한우준 기자
지난달 14일 열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18기 1차년도 대의원총회 모습. 한우준 기자
지난달 14일 열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18기 1차년도 대의원총회 모습. 한우준 기자
2016년 1월 열린 언니네텃밭 협동조합 출범식 모습. 한승호 기자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전여농의 활동은 故 김남주 시인의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이란 노랫말처럼 그렇게 다가온다.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 이 노래를 들을 때 마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뭔지 모를 감정들이 솟아오른다.

전여농은 늘 함께 가기 위해서 손을 내밀고 등 두드려주고 세대가 공감하면서 여성들이 살림을 통해서 사람을 살리듯, 농촌현장 곳곳에서, 투쟁과 연대가 필요한 모든 곳에서 풀뿌리 조직들이 참여하여 연대하고 있다.

전여농이라는 나무는 거칠고 황량해져 가는 척박한 땅에 늙은 고목이 뿌리를 내리듯 지쳐서 쉬어가다가 다시 새로운 힘으로 전진하고, 더러는 옆으로 손을 내밀고 격려하면서 험한 세상의 다리처럼 뿌리 내리고 있다.

전여농의 조직체계는 시도, 시군을 기본으로 새로운 사업이나 연대가 필요할 때는 각종 특별위원회와 실천단, 사업단을 군 단위부터 전국 단위까지 때로는 싸목싸목, 어떤 때는 강한 투쟁을 통해서 조직과 활동을 할 수 있는 연계망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여성농민조직의 얼을 통해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합조직인 전여농의 조직 내에 언니네텃밭이라는 생산자 협동조합이 부가되면서 농업생산자로서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좋은 먹거리와 식량주권을 향한 실천활동 조직까지 갖추었고 언니네텃밭의 시군 꾸러미와 공동체 또한 확장되고 있다.

전여농은 여성농민들의 거목이 되어 쉬어갈 그늘이 되고, 마음 다독일 바람이 되고 새롭게 성장할 씨앗과 자양분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것이다. 전여농, 여성농민의 버팀목, 여성농민의 가슴 속에서 자랑스런 깃발로 나부끼는 거목.

갯수 가입 시군 미가입 시군 
강원 3 홍천군, 횡성군, 양구군  
경기 1 여주시  
충북 3 음성군, 진천군, 청주시  
충남 2 부여군, 논산시 당진시, 서산시
경북 6 안동시, 의성군, 상주시, 성주군, 경산시, 영양군 고령군
경남 6 진주시, 거창군, 고성군, 합천군, 함안군, 창녕군 남해군()
전북 8 고창군, 군산시, 순창군, 임실군, 정읍시, 김제시, 전주시, 익산시  
전남 5 나주시, 구례군, 순천시, 무안군, 영광군 영암군 미암면, 화순군, 곡성군
제주 2 서귀포시, 제주시 대정읍, 조천읍, 한림읍, 구좌읍
계  36   기타 조직은 없지만 지역별로 조직화를 위한 활동가들도 많음

모든 자리에 있었지만 어디에도 기록되지 못했던 여성농민에 주목합니다. 새해를 맞아 ‘오미란의 한국여성농민운동사’를 월 1회 연재합니다. 오미란 젠더 & 공동체 대표가 시간을 되짚으며 풀어내는 여성농민운동의 역사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셨나요.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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