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친환경·국산 밀’ 외길 20년…원칙·소신 지키며 달린다

문영진 네니아 대표

  • 입력 2025.11.23 18:00
  • 수정 2025.11.23 18:40
  • 기자명 김하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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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하림 기자] 

지난 19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 네니아 본사 1층에서 문영진 네니아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원재정 기자
지난 19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 네니아 본사 1층에서 문영진 네니아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원재정 기자

국산, 친환경, Non-GMO, 무(無) 화학적 합성첨가물. 이런 원칙 아래에서 지난 2004년부터 소비자를 만나온 기업이 있다. 농업회사법인 ㈜네니아는 학교급식 납품을 주력으로 하는 친환경 식품 전문 기업이다. 특히 네니아는 매년 300~400톤의 친환경 국산 밀을 사용하며 1%대에 불과한 국산 밀 자급률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니아는 왜 친환경·국산 밀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했을까. 지난 19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 네니아 본사에서 문영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 대표는 2006년 네니아에 본부장으로 입사했으며 2010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그는 우리밀살리기운동 경남본부 사무국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지금도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에서 이사로 재임하는 등 오랫동안 국산 밀 확산 운동의 한 축을 맡아왔다.

 네니아 제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까지 올라가게 되나

네니아의 주력 상품은 만두·빵·과자 등이다. 주원료인 국산 밀은 수매부터 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네니아가 직접 진행하고 있다. 먼저 전남 해남군에서 계약재배된 친환경 밀을 수매한다. 밀 보관 시 살균·살충을 위해 약제를 써 훈증처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네니아는 그 대신 전남 곡성군에 있는 저온창고에서 보관한다.

제분은 충남 당진시에 있는 사조동아원 제분공장의 유기농 전용 라인에서 한다. 다음으로 네니아가 국산·친환경 등의 원칙을 가지고 직접 개발한 상품을 제조협력업체에서 생산한다. 완성된 제품은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 등 전국 4000여개의 학교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소비자를 찾아간다.

친환경·국산 밀 전문 기업이라 겪은 어려움이 있나

우리는 국산·친환경 원료를 사용하고, 국산 수급이 어려운 경우에만 친환경 외국산 원료로 제조한다는 원칙을 못박아두고 있다. 그런데 네니아 제품 중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경우 유기농 바닐라빈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친환경 원료를 쓰지 않았다면 할 필요 없는 수급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학교가 급식에서 친환경농산물을 고르면 지자체가 그 차액을 지원해주는데, 친환경 가공식품은 이러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네니아 제품은 원재료 가격을 생각했을 때 일반 제품 대비 2배 이상 비싸야 함에도 마진을 최대한 줄여 1.3배 정도의 가격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친환경 가공식품과 국산 밀도 학교급식 차액지원 대상이 됐으면 좋겠다.

학교급식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 학교급식 시장에 대한 애정이 크다.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의 권리다. 아토피 등의 문제도 먹거리 때문에 생긴다고 본다. 그리고 네니아가 화학적 합성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사례로서 공공급식에서의 가공식품 기준을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대기업들도 그 원칙을 따라갈 수 있게 한다면 공공급식 시장에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국산 밀 시장이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카길(Cargill) 등 다국적 대기업이 세계 곡물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우리가 국산 밀 생산량 3만여톤 가지고 정부와 실랑이하는 동안, 다국적 대기업을 통해 훨씬 많은 밀이 우리나라로 수입된다. 이 구조를 탈피하는 것은 우리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국가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밀 소비량은 계속 늘어나는데 언제까지 수입에만 의존할 것인가. 밀은 쌀 다음으로 많이 먹는 주곡인 만큼, 정부가 식량안보의 관점에서 국산 밀을 대해야 한다. 정부가 책임지고 국산 밀을 수매하고, 품질 관리와 연구도 시행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제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2021~2025)’에는 국산 밀 소비를 견인하는 정책이 매우 부족했다. 조만간 발표될 제2차 계획(2026~2030)에는 시장이 선호하는 품종 위주로 재배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될 텐데, 일리는 있지만 핵심은 아니다. 국산 밀 가공산업에 정책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국산 밀 가공식품 소비를 이끌면 생산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 위치한 네니아 본사 1층 입구에 친환경 국산 밀가루가 전시돼 있다.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 위치한 네니아 본사 1층 입구에 친환경 국산 밀가루가 전시돼 있다.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 위치한 네니아 본사 1층에 친환경 국산 밀가루 등 네니아 제품이 전시돼 있다.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 위치한 네니아 본사 1층에 친환경 국산 밀가루 등 네니아 제품이 전시돼 있다.
네니아가 만든 친환경 국산 밀을 사용한 크리스마스 특별 베이커리 제품.
네니아가 만든 친환경 국산 밀을 사용한 크리스마스 특별 베이커리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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