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이효영, 정수근 어르신 댁이 시끌벅적 분주하다. 오늘은 삼대가 모여서 김장하는 날. 둘째 딸이 공수해 주는 젓갈만 빼면 모두 손수 농사지은 것들이라며 부부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빨갛게 버무린 양념을 배춧잎에 싸서 입 안에 넣으니 맛이 그만이다.
겨울 문턱으로 들어서는 11월 즈음이면 충북 괴산의 농가들은 겨울 채비로 마을 전체가 분주하다. 특히 절임 배추는 농가에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하는 특화상품이다. 그러니 배추를 심고 수확하는 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절이고 포장하고 판매하는 일까지 마쳐야 한 해 농사가 끝이 난다.
올해는 무덥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배추 농사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고소득 작물이다 보니 포기할 수가 없어 두 번 세 번 다시 심기도 했지만, 무름병이 배추밭을 너무 많이 망가뜨렸다. 여기저기 수확을 포기한 배추밭도 제법 많이 보인다.
나도 몇 년 전부터 괴산 절임 배추를 주문해서 김장을 한다. 일단 배추가 달고 맛있으며 오래 두어도 물러지지 않아 만족도가 아주 높다. 이집 저집 마을 어른들이 가져다주시는 김치 한 포기씩을 맛보며 맛 품평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집집마다 특징이 있는데 공통점은 한 가지다. 정성으로 만들고 인정으로 나누는 김치는 어느 것이나 달고 맛나다는 것이다. 김장철이 지나면 비로소 시골에 겨울이 온다.
이영규 괴산 목도사진관 대표
오랫동안 출판일을 하면서 사진 작업을 하다, 지금은 충북 괴산군 불정면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문화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글로,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괴산의 청년농부들을 만나면서 <청년농부>라는 첫 책을 냈고,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마을을 돌아보면서 사람과 풍경을 함께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