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여전히 불안한 농산물

팩트시트에 농산물 비관세장벽 논의 본격화 시사
“GMO 승인 절차 효율화, ‘U.S. Desk’ 설치” 담겨

  • 입력 2025.11.17 16:38
  • 수정 2025.11.17 19:2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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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관세·안보협상 팩트시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관세·안보협상 팩트시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 14일 한미 정부의 관세협상 팩트시트 발표가 다시금 농업계의 불안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전히 확정적인 내용은 없지만 미국산 농산물 비관세장벽 해제 논의를 본격화하려는 듯한 문구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경제분야 외교 협상에서 농산물을 마냥 무력하게 내주지 않고 있는 건 과거 정권들과 구분되는 이재명정부의 차별적 특징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적인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우리 정부는 쌀·소고기 추가 개방을 방어하고 여타 농산물 비관세장벽 문제엔 구체적인 협상을 유예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이 미봉 상태인 만큼 농산물 비관세장벽은 차후 언제라도 허물어질 가능성이 있다. 쌀·소고기 방어에도 불구하고 농업계가 계속 가슴을 졸이고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발표된 팩트시트는 농업계의 불안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팩트시트 내 농업 추가개방 관련 합의 내용은 △미국산 농업 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 효율화와 미국 신청 건의 지연 해소 △미국산 원예작물 관련 요청을 전담할 ‘U.S. Desk’ 설치 정도로 구체화돼 있다. 미국 입장에서 전자는 유전자조작물(GMO) 수출 장벽, 후자는 과채류 검역규제 등 원예작물 전반의 비관세장벽을 허무는 일과 관련돼 있다.

전자의 경우 국내 GMO 수입규제 관련 업무가 여러 행정기관에 걸쳐 있는 것과 관련, 양국의 업무 창구를 일원화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GMO 수입은 국민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수입 논의가 급작스럽게 진척되긴 쉽지 않지만, 규제를 뚫으려는 미국 측의 의지가 문구 안에 직관적으로 드러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후자에서 등장한 ‘U.S. Desk’란 미국의 농업 무역 관련 다양한 요구를 담당할 우리 정부 내 공식 채널을 뜻한다. 일단은 별도 기구가 아닌 ‘담당자’ 배치 형식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아직 구체적인 형태는 없지만 미국이 사과·당근·베리류 등 갖가지 농산물의 비관세장벽 해체를 더욱 강하게 압박할 수단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7월 협상 타결 당시부터 지금까지 △민감품목인 쌀·소고기 추가 개방을 막아냈고 △여타 농산물의 추가 개방 역시 아직 실체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강대국의 고압적 통상 요구를 맞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를 했다는 자평이다.

하지만 농업 분야에 계속 재앙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희용 의원(국민의힘)은 팩트시트 발표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비록 쌀·소고기 등 민감품목의 직접적 시장 개방은 포함되지 않았다지만, 미국 측의 요구가 비관세장벽 완화라는 형태로 압박력을 유지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특히 미국 측 요구가 정례적으로 제기될 공식적 통로(U.S. Desk)가 마련된 만큼, 우리 농업에 대한 잠재적 개방 압박이 구조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논평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은 같은날 성명에서 협상 내용을 “식량주권 포기”, “사실상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 “지난 모든 정부와 똑같이 농민들을 기만한 것”이라며 더욱 강한 비판을 퍼부었다. 겉보기엔 단지 두루뭉술한 봉합 같지만 사실상 비관세장벽 해체의 수순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전농은 농업을 떠나 사회운동조직으로서 한미 관세협상 전체 내용에 크게 반발했다. 미국의 노골적인 국부 수탈과 동아시아 전선 구축에 무력하게 항복·동조했다는 지적이다. 전농은 “역대 모든 정권이 농업을 파괴하고 농민을 말살하는 신자유주의 개방농정, 한반도 평화를 파괴하는 대미 굴욕외교의 틀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이재명정부 또한 그렇다면, 농민들은 다시 투쟁할 따름”이라며 “농민을 기만한 이재명정부, 굴욕협상으로 국익과 평화를 팔아넘긴 이재명정부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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