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당근농가 위한 구좌농협의 ‘고난이도 수급조절’ 작업

비상품 유통근절, 가공용 당근 국산화 등 소득보전 노력

  • 입력 2025.11.16 18:00
  • 수정 2025.11.18 15:2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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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소농로드’ 카페 앞 당근밭에서 당근들이 자라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소농로드’ 카페 앞 당근밭에서 당근들이 자라나고 있다.
지난 3일 제주시 구좌농협 조합장실에서 만난 윤민 제주 구좌농협 조합장.
지난 3일 제주시 구좌농협 조합장실에서 만난 윤민 제주 구좌농협 조합장.

국내 대표적인 당근 생산지역 중 하나인 제주도. 특히 제주시 구좌읍은 제주도 내 당근 생산량의 약 90%를 책임지는 곳이다. 따라서 구좌읍에서의 당근 생산관리 및 수급조절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제주도, 나아가 전국 당근 생산농가의 소득도 사실상 결정되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당근 생산 1번지’ 구좌읍을 관할하는 구좌농협(조합장 윤민)의 책임이 막중하다. 구좌농협은 당근 생산량 수급조절 등을 통한 지역 당근 농가 소득보전 노력을 기울여왔다.

사실 구좌읍에서의 당근 수급조절은 엄청난 고난이도 작업이다. 당근 외에도 감귤 등 다른 작물의 재배가 용이한 제주도 다수 지역과 달리, 구좌읍은 사실상 당근이 핵심 재배작물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약 1000여명의 농민조합원이 당근 농사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강원도, 충북 영동, 경북 구미 등 ‘육지부’ 당근의 수확·유통이 언제,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구좌읍 당근 가격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구좌농협이 수행한 고난이도 작업은 무엇일까? 가장 큰 결단을 요한 작업은 ‘비상품 유통근절’이었다. ‘상품성 낮은 당근’의 유통을 막아, 상품성 높은 당근만이 가락시장 등 유통영역으로 넘어가게 했다. 그만큼 시중 유통 당근 물량도 줄어드니 가격 폭락을 방지할 수 있었다.

비상품 유통근절을 위해, 구좌농협은 농가 자체적으로 생산 물량의 약 10%가량인 비상품 당근 물량을 폐기하도록 유도했다. 비상품 유통근절을 위한 요원의 단속도 진행됐다. 이러한 활동은 (사)제주당근연합회(회장 김은섭) 등과의 연계하에 전개됐다.

윤민 조합장은 당근을 가공용으로 쓰는 과정에서도 변화를 추구했다. 원래 비상품 당근을 가공용으로 썼으나 그 또한 상품성 높고 큼직한 당근으로 대체했다. 매년 생산되는 구좌읍 당근 중 약 1만~1만5000톤이 가공용으로 충북원예농협 등 각지의 가공용 당근 수요처에 공급되며, 약 2만~2만5000톤은 도매시장 등에 공급된다. 비상품으로 폐기되는 물량은 약 5000톤이다.

가공용 당근과 관련해 윤 조합장이 단행한 핵심 조치 중 하나가 있으니, 농축액용 당근을 수입 당근에서 구좌읍 당근으로 바꾼 조치다. 과거 농축액용 당근으론 뉴질랜드산 당근을 썼다. 한 상자당 6000원에 수입해 6000원에 외부로 납품했다. 그러나 윤 조합장 취임 뒤엔 수입 당근을 사용하는 대신 구좌읍 농가들로부터 한 상자당 1만원에 농축액용 당근을 구입해 6000원에 외부로 납품했다. 4000원을 손해 보는 셈이지만, 당근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감수해 왔다는 게 윤 조합장의 설명이다. 이에 제주도 차원에서도 구좌농협을 지원하고 있다.

구좌농협 입장에서 ‘손해 보는 장사’는 이게 다가 아니다. 강원도 등 육지부에선 당근 종자가 한 통(한 통에 든 당근 씨앗은 약 200평 농지에 심을 수 있는 물량)당 30만~40만원에 판매되는 반면, 구좌농협에선 10만원에 공급한다. 그나마 2023년 8만원대에 공급하던 것에 비하면 2만원 가량 오른 값이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농가 생산비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며 당근 종자를 타지보다 저렴하게 공급 중(윤 조합장)”이다.

구좌농협 측은 다음 달 제주산 당근 수확기를 앞두고 고심이 많다. 최근 수년간 당근 가격이 높았다 보니 구좌읍 외 제주 타지에서도 당근 생산농가가 늘어났다. 올해 제주지역 전반의 당근 재배 면적은 지난해 대비 약 30% 많은 상황이다. 11월 현재 구좌읍 당근 가격은 20kg 한 상자당 약 1만5000원 선까지 내려갔다. 평년엔 3만~4만원은 나왔고 지난해 7만~8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하락세다. 다시금 구좌농협의 절묘한 수급조절 신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윤 조합장은 “계속해서 제주도(지사 오영훈)·제주당근연합회 등과 공조하며 당근 생산량 자율감축, 비상품 폐기 등의 자구책을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며 △당근자조금(총 28억원) 활용 통한 수급조절 △가공용 당근 관련 사업 강화 △대만 등 해외 수출시장 개척 등 다방면의 노력을 통해 당근 농가 소득보전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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