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유승현 기자]
충청북도(지사 김영환, 충북도)가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시행한 ‘일하는 밥퍼’ 사업이 농촌 일손 부족 문제와 노인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해결하는 혁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일하는 밥퍼는 6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이 농산물 전처리나 공산품 단순 조립 등의 지역 일거리를 자원봉사 개념으로 수행(일일 최대 3시간)하고, 그 대가로 1만5000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식대로 받는 사업이다. 지급된 상품권은 지역 상권에 사용돼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사업 예산은 일을 맡긴 농가·기업의 기부금과 도·시비로 마련하며, 충북도가 민간 위탁한 ‘일하는밥퍼운영사업단’이 일감을 제공하는 등 사업 전반을 운영한다.
사업 시행 이후부터 이달까지 지급한 상품권만 28만여장에 달하며, 도내 156개 작업장에서 최근 일일 참여자 수가 3000명을 돌파하는 등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높은 호응에 힘입어 서울과 세종 등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이 잇따르고 있다.
농가는 농산물 재배 말고도 일손이 부족한 농산물 전처리 작업인 더덕·마늘·고추 다듬기 등을 일하는 밥퍼에 맡기며 도움을 받고 있다. 농가는 인건비 대신 맡기는 작업에 따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소정의 기부금을 내면 된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등지에서 약 1100평 규모의 고추를 재배해 부각으로 가공·판매하는 정병기씨는 올 1월부터 일하는 밥퍼에 고추 손질 작업을 맡기고 있다.
정씨는 “고추가 빨갛게 익기 전에 따서 손질해 부각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난해에는 일손이 부족해 제때 작업을 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일하는 밥퍼 참여자들의 도움으로 부각 생산이 원활히 이뤄져 이들을 위한 후원을 더 하고 싶을 만큼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도시 근로자가 부족해 필요인력을 제대로 고용하지 못했다. 인건비도 4시간에 5만~6만원으로 부담이 컸으며 작업 효율도 낮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하는 밥퍼 참여자들은 손놀림이 빠르고 경험도 많아 작업 속도와 품질 모두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양창근 양가네 체험농장 대표는 올 4월부터 일하는 밥퍼 참여자들에게 상품성이 없는 못난이 부추 손질을 위탁하고 있다. 양 대표는 “못난이 부추는 팔 수 없어 버려 왔는데 일하는 밥퍼의 도움으로 가공업체에 납품해 수익을 얻고, 농산물 폐기물도 줄었다”고 했다. 그는 이 수익 대부분을 노인복지회관 등에 기부하며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자기효능감을 느끼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순주(60·충북장애인회관)씨는 “장애인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사회적 관계도 단절되기 쉬운데, 이 사업을 통해 서로 만나 정보를 나누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왕복자(77·청주시)씨는 “노인일자리보다 참여 문턱이 낮고, 무료했던 일상에 불러주는 곳이 생겨 잘할 수 있는 일로 도움을 주고 인정받으니 더 뿌듯하다”고 했다.
기존 노인일자리사업은 기초연금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우선 선발 등 소득과 참여 기간(최대 11개월)에 제한이 있지만, 일하는 밥퍼는 봉사개념으로 운영해 누구나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김영환 지사는 지난 7일 열린 일하는밥퍼행복한마당 행사에서 “밥 굶는 노인이 없는 지역을 만들고자 시작한 사업이 노인들에겐 일하는 기쁨을, 지역사회엔 부족한 일손 해결과 경제 활성화를 안겨주고 있는 만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