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들 중 일부는 치료 후 조심스럽게 진단서 발급이 가능하냐며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천성이 착해 예의 바르게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정말 가능한지 의아해서 물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환자가 진찰받은 후 진단서를 요구하면 의사는 의무적으로 진단서를 발급해야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의료법 제17조 3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자신이 진찰하거나 검안한 자에 대한 진단서, 검안서 또는 증명서 교부를 요구받은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돼 있습니다. 심지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법에 정해 놓았습니다.
의사가 진단서 발급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는 △진단서가 환자에게 불리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사기 공갈 범죄에 이용될 것이 명백한 경우 △진단명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경우 △암 등과 같이 환자가 알면 진료에 중대한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이런 사유로 진단서 발급을 거부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진단서에 대해 이렇게 법적으로 세세하게 규정해 놓은 이유는 진단서, 출생 또는 사망증명서 등의 의료 문서가 국민 사회생활의 기초가 되는 중요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 의료인들이 진단서를 발급할 때는 발급 용도를 반드시 물어봅니다.
그리고 진단서 발급은 원칙적으로는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합니다. 특히나 의료인은 의료행위 중 알게 된 개인의 비밀을 타인에게 누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진단서가 중요 문서인 만큼 함부로 발급하지 않지만, 환자 본인이 요구하면 본인 확인 후 지체없이 발급하는 것 또한 맞습니다. 환자의 권리이니 당당하게 요구하시라고 이런 글을 적는 것은 아니고 사실관계의 확인 차원에서 써 봅니다. 의료행위도 사람 간의 관계이니만큼 존중과 배려가 기본이지 권리나 의무를 앞세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진단서의 발급비용은 의사 마음대로입니다. 그 근거는 의료법에 진단서의 가격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위에 적었듯이 진단서가 중요 문서이니만큼 무분별한 발급을 막기 위해서 진단서 발급비용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도 있고, 알아서 적게 받는 경우도 있고, 인근 의료기관과 비슷하게 유지하는 등 천차만별인 것이 사실입니다. 근본은 의사면허증에 대한 권한을 많이 부여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점점 이런 것들도 금액 기준을 정해 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