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관리위원장 민경천, 한우자조금)는 지난 5일 세종 정부컨벤션센터에서 ‘한우농가 디지털정보 활용 및 생산성 향상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송아지 육성률 향상’을 주제로 펼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제언을 듣기 위해 100여명의 농가가 이날 세종을 찾았다.
이 가운데 같은 생산자이자 한우육종농가로써 번식농가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나선 고봉석 거기한우농장 대표(전남 무안)의 주요 제안들을 정리했다. 고 대표는 온라인 기반의 커뮤니티 ‘한우산업 공유’의 리더를 맡고 있는데, 이를 통한 온·오프라인 정보교류 현장에서 최근 반복 강조해 온 내용들이기도 하다. 이어서 노상건 일본 토호쿠대학 교수는 일본 화우산업에서 활용되는 송아지 사양관리법을 전파했고, 강기웅 우사랑동물병원 원장은 포유기 송아지의 질병을 유발하기 쉬운 잘못된 습관들을 정리했다.
"내 소만 키운다는 생각서 벗어나자"
고 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한우 번식농가가 갖춰야 할 ‘기본기’ 3가지를 제시했다. 그 첫 번째는 ‘하이브리드 경영’으로, 엔진뿐만 아니라 전기모터도 동력으로 활용하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빗대 농가의 경영 동력을 이원화하라는 주문에 나섰다.
통상 번식농가는 자가 생산한 송아지로만 경영을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는데, 고 대표는 번식농가도 우시장에서 송아지를 들여 키우며 회전율을 높이고 일정 수준의 규모화를 이뤄야 어려움을 버티며 생존이 가능하고, 한우를 키우러 들어오는 청년들의 지속 성장도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시장에서 12개월짜리 암송아지를 사와서 두 달이면 수정하고, 네 달이면 임신을 감정해 다시 시장에 팔 수도 있다. 소를 잘 키우는 기술 이전에 경영을 배웠으면 한다”라며 “번식농가는 집에서 나온 소만 키워서 새끼를 낳는 식으로 절대 성장할 수 없다. 그 생각을 바꾸는 순간 농장의 경영상태는 훨씬 나아질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증체량 늘려줄 사양관리 도전해야
두 번째론 번식농가의 소득과 직결되는 송아지의 체중을 극대화하기 위한 급이법을 강의했다. 요는 익히 알려진 사양관리법에 따른 제한급여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고 대표는 이유 후 육성기 동안 일일증체량을 늘릴 핵심 도구로 사료급여를 제한하지 않는 ‘자유 채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시설이 좋지 않은 소규모 농가들도 얼마든 도전해 더 큰 송아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우리나라 농가 일일증체량 평균이 700g인데, 육종농가들 가운데 일부는 현재 1.2kg까지도 키우는 농가가 나왔다”라며 “이런 소들이 30개월이 되면 한우능력평가에도 나갈 ‘잘 큰 소’가 된다는 것을 직접 추적조사를 통해 검증했다”라고 확신하고, 경험을 토대로 한 구체적 방법들을 설명했다.
그는 “송아지가 태어나고 20일이 되면 젖을 먹고 어미 소로부터 격리시키길 하루 세 번씩 하는데, 이러면 배가 고파서 사료를 먹을 수밖에 없다. 30일이 되면 두 번만 젖을 먹게 하는데 이렇게 60일이 지나면 송아지는 매일 사료를 4kg씩 먹게 된다”라며 “시설이 좋지 않은 농가라 하더라도 송아지를 묶어두는 방법을 통해 충분히 격리가 가능하다”라고 독려했다.
항상 ‘송아지는 젖이 부족하다’ 생각
가장 크게 강조한 요소는 분만 직후의 집중관리로, 그는 갓 태어난 송아지가 설사병에 걸려 잘못되는 일을 막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송아지는 젖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항상 머리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면역력이 떨어진 송아지가 추위 등 좋지 않은 외부 환경에 노출되면 금방 설사를 하고 폐사에 이르게 되는 만큼 모두가 초유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초유를 ‘어떻게’ 잘 먹이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상황이라고도 짚었다.
고 대표는 출산 후 송아지의 배꼽을 소독하는 방법, 초유량 설정을 위해 체중을 재는 방법, 식도에 정확히 관(카데터)을 삽입하기 위해 소의 울대(기도)를 만져 구분하는 방법 등을 준비한 동영상을 통해 설명하고 그 방법을 시각적으로 체득하게끔 도왔다. 그는 “송아지는 ‘기도로 관이 들어왔으니 빼 달라’ 말하지 않는다. 기도에 초유를 넣으면 송아지는 30분이면 죽는다”라며 “식도는 부드러워 절대 손에 잡히는 감각이 없으니, 울대를 잡았을 때의 감각을 익혀라. 울대 안쪽 목에서 관이 잡힐 때 초유를 먹여야만 송아지를 살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초유를 먹일 수 있는 사람은 송아지 설사로부터 해방이다”라며 “번식농가는 송아지 울대를 만질 수 있어야 하고, 반드시 그 연습을 백번 천번 해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일본 화우 산업에선 ... “육성기 조사료 섭취가 골격을 좌우”
우리나라에 몇차례 일본 화우 사육의 현황과 전략 등을 전파했던 노상건 일본 토호쿠(동북)대학 교수는 이날 화우산업에서 송아지에 적용하는 최신 사양관리 기술을 소개했다. 노 교수 역시 비육개시 당시의 체중이 높을수록 최종 도체중량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이유 후 육성기의 중요성에 힘을 실었는데, 이를 뒷받침할 핵심 요소로 조사료 섭취를 들고 육성기 송아지의 반추위를 발달시키기 위한 노력을 곁들여야한다고 강조해 보다 높은 수준의 사양관리에 관심 있는 농가들의 많은 질문을 받았다.
노 교수는 “우리가 800주 혈액 샘플을 통해 분석해보니 개시 체중에 가장 중요한 인자로 작용한 영양소는 암소의 경우 베타카로틴, 거세수소는 비타민 E였는데 조사료를 얼마나 섭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졌다”라며 “최근 홋카이도(북해도)에서 가장 좋은 송아지들이 나오는 이유도 땅이 넓은 북해도에서 적극적으로 좋은 조사료를 먹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송아지의 육성기 때 불필요한 지방을 줄이기 위해선 조사료를 통해 섬유질 섭취량을 많이 늘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조사료 섭취가 늘면 타액 분비가 늘면서 지방을 합성하는 인슐린의 분비가 줄고, 성장호르몬도 증대되므로 근육과 골격이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추위 발달을 위한 팁으론 6개월령까지는 연맥·티모시 등의 건초를 절단 및 1:1 혼합해 급여하고, 6개월령 이후에는 볏짚을 10% 정도 섞어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한편 비타민E 섭취를 위해 반나절 정도 건조한 청초를 급여하는 것도 추천했다.
“출산 직후 환경을 엄마 뱃속에 가깝게, 인공포유도 최대한 자연포유에 가깝게”
마지막 연사로 나선 강기웅 우사랑동물병원장은 “태아 동안엔 엄마 뱃속에서 보호받지만, 태어나는 순간 그 보호가 한순간에 사라진다”라며 “송아지가 태어났을 때 환경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질병 예방의 핵심이란 사실을 알고 접근해야 한다”라고 앞서 강조했다.그는 송아지 질병의 예방을 위한 환경관리 방법에 대해 조언했는데,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실수의 예를 전파하며 농가들의 이해를 도왔다.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체온 관리다. 그는 송아지의 열을 가장 쉽게 빼앗는 것은 바닥이며 그 환경을 위해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특히 충분치 않은 두께의 깔짚은 송아지의 체온을 뺏는 주 원인이자 질병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옷을 입히고, 등을 켜고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 송아지가 바닥에 열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라며 “깔짚을 깔았다는데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송아지가 어딨지 할 정도로 잠겨 있는 것이 좋다. 옷을 입은 채 무릎을 바닥에 댔을 때 순식간에 젖으며 차가워진다면 송아지가 체온을 빼앗기는 환경이다”고 확신했다.
강 원장은 이외에도 인공포유, 소독, 주사, 약의 처방 및 그 경과 확인 등의 과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실수들을 정리했다. 예컨대 인공포유의 경우, “자연 포유에서 초유가 우유로 바뀌어가는 구조가 돼 있는 것처럼, 인공 포유를 할 때도 자연 상태에 가깝게 하는 것이 좋다. 대용유를 사용하더라도 날마다 초유를 타면서 변화를 주어야 질병이 줄어든다”라며 콩 성분의 대용유를 너무 빨리 사용하는 경우, 온도나 희석 기준을 지키지 않는 경우 등 급여 조건을 지키지 않는 사례를 목격하고 있고 이것들이 전부 설사의 원인이 되는 만큼 주의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