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이상기후로 사과·포도 등 과수농가 어려움이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최근 가락시장에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경매가 (당일) 이뤄지지 않는 등의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2년 연속 가격 폭락 사태를 겪고 있는 샤인머스캣 농가들은 도매시장법인의 고의 유찰 의혹과 함께 시장에서 경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을 피감기관으로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샤인머스캣 농가 상황을 전했다. 당시 현장에선 도매시장법인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따라 출하 농산물의 수탁을 거부할 수 없기에, 낮은 시세가 거듭되는 샤인머스캣의 경매를 고의적으로 유찰한다는 의혹이 확산한 것으로 알려진다.
임 의원의 의사진행발언 이후 지난달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aT, 가락시장 도매법인 관계자를 비롯해 농가 등이 참석한 간담회가 가락시장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선 샤인머스캣의 낮은 시세와 수요 감소로 시장 내 출하 조절 필요성이 고조됐고 이러한 상황이 상장 거부로 와전된 것 같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고의적 유찰이 아니라는 의미다. 아울러 농식품부가 임미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유찰율은 A법인과 B법인 모두 지난해보다 낮은 0.25%, 0.15% 수준이었다.
고의유찰과 상장(수탁) 거부 의혹의 실체가 확인됐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도매시장의 불합리한 거래제도에 지적과 규탄을 쏟아내고 있다. 경북 상주의 샤인머스캣 재배 농민 A씨는 “도매시장에 물건을 내고 나면 경매가가 하루 사이 1만원 넘게 차이 나기도 한다. 현장에선 이렇게 심한 가격 등락 폭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의문과 함께 시장 내 불합리한 가격 결정 구조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최근 제주에서 강원까지 샤인머스캣을 재배해 물량이 너무 많은데, 물량이 많아 가격이 폭락해도 법인은 많은 물량으로 상당한 수수료 수익을 취할 수 있다. 반면 출하 농가는 오롯이 가격 폭락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추석 직전 같은 등급의 상품이라도 하루 사이 최저·최고가격의 편차가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현장 농민들에 따르면 같은 등급의 샤인머스캣 포도를 시장에 출하한 경우라도 당일 거래물량이 많을 땐 가격이 떨어지고 물량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가격이 오른다. 농민들은 어제 특 등급의 최고가를 기록한 상품이라도 다음날 물량이 많을 땐 가격이 떨어진다며 비합리적인 가격 결정 구조의 개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실정이다.
아울러 농민 B씨는 “유일하게 농산물만 생산자인 농민이 값어치를 매길 수가 없는 구조다. 대대적인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라며 “최근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온라인도매시장이니 도매법인 평가니 하는 게 농가에 적정 수취가격을 보장할 실질적인 대책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많이 든다. 경매제가 아닌 새로운 거래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앞선 농민 A씨는 샤인머스캣 농가 상황 개선을 위한 △쿼터제 도입 또는 신품종 보급을 통한 재배면적 조절 △가공 활성화를 위한 단가 보전 등 지원 사업 추진 △고품질 생산을 위한 소비자 대상의 적정 크기 인식 개선 △수출 확대를 위한 농협 역할 강화 등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