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정읍시농민회(회장 윤택근)가 관내 농협들을 상대로 나락 야적투쟁을 시작했다. 농협의 벼 우선지급금 6만원(일반벼 40kg) 결정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다. 5일 황토현농협을 시작으로 6일 샘골농협, 7일 신태인농협, 10일 정읍농협 순으로 연속 야적투쟁이 예정돼 있다.
첫 투쟁일인 5일, 농민들은 한창 바쁜 농작업을 뒤로하고 황토현농협 앞에 30여개의 나락 톤백을 쌓았다. 당초 농민들이 요구했던 최소한의 우선지급금은 7만원. 현재의 시장 및 산지 상황을 고려하면 볏값은 8만원 수준이 합당하며 최악의 경우라도 7만원 아래론 떨어질 리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조합장들은 여전히 방어적인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조합장들이 결정한 6만원의 우선지급금이 민간 수매가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읍지역 민간 벼 수매가는 6만원대 중반에서 시작해 수확 막판에 겨우 7만원에 근접해진 상황. 산지쌀값이 80kg 24만원까지 찍었음에도 그 효과가 농민들에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관영 정읍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정부는 올해 벼 생산량을 357만톤으로 예상했지만 현장에선 그보다 20만톤 이상 적을 거라 체감하고 있다. 올해 (358만톤으로도) 2만원 정도의 계절진폭이 발생했는데 내년엔 그보다 더 심할 것이다. 그런데 이 계절진폭의 모든 혜택을 일년 동안 피땀 흘린 농민들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애초에 우선지급금제 자체가 본래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택근 정읍시농민회장은 “우선지급금을 시작한 계기는 나락값이 오르고 있을 때 농민들이 벼를 내지 않으려 하니 선급금을 주고 값이 오른 뒤 추가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반대로 값이 떨어질 걸 전제하고 ‘최소한 여기까진 떨어질 거다’ 해서 정하고 있다. 조합장들이 가격 하락을 바란다는 느낌까지 든다”고 비판했다.
농협의 헐값 수매는 필연적으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헐값에 수매해 헐값에 파는 건 무사안일주의가 되고, 헐값에 수매해 비싸게 파는 건 부당 이익 추구가 된다. 어느 쪽이든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위배되는 행위다. 이에 농민들은 ‘우선지급금 6만원 결정 철회’와 ‘확정가 8만원 보장’을 요구하며 적재한 나락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이후, 농민들은 ‘8만원’ 글씨를 새긴 40kg 나락 포대를 하나씩 지고 황토현농협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쌓는 상징의식을 벌였다. 바깥에 야적한 나락 톤백 역시 회수하지 않고 남겨둠으로써 저항의 뜻을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