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함께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경주에 전국의 민중들이 집결했다. 3500억달러 대미투자 철회 및 안보위협 트럼프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600여개에 달하는 시민단체가 모여 구성한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공동행동)은 지난 25일 서울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대미투자 전면 재검토 NO트럼프 범시민대행진’을 열어낸 데 이어 29일 경주에서 또 한차례 ‘대미투자 강요 안보위협 트럼프 규탄! NO TRUMP 시국대회’를 진행했다.
주최 측 추산 3000여명이 모인 이날 시국대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미국의 관세압박과 투자 요구를 규탄하고 우리 정부에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는 발언들로 가득 찼다. 아울러 이날 시국대회에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결의대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양경수 위원장은 “전 세계 곳곳에서 깡패짓을 하고 있는 트럼프가 대한민국의 경제를 파괴하고 일자리를 빼앗겠단 노골적인 야욕을 드러내며 이 땅을 밟았다. 몇 달째 관세장벽을 높이고 대미투자를 강요한 자와 마주 앉아 합의할 게 뭐 있겠느냐”며 트럼프의 강압적인 경제수탈과 일자리 파괴를 막아내자고 독려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후 진행된 시국대회에서 지금 당장 막아내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을 향한 미국발 수탈 공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 김재하 공동행동 공동대표는 “트럼프의 부당한 국부강탈에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트럼프의 통상 압력과 35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 수탈은 단순 일자리파괴뿐 아니라 그동안 우리 노동자와 민중이 피와 땀으로 이룩한 제조업 기반, 기술력과 노동력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다”며 “주권을 지키고 트럼프에 반대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민생, 우리의 경제를 지키는 일이다. 반드시 투쟁하고 또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안하무인격으로 합의를 거듭 뒤집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매번 원점을 거듭하는 한미협상을 규탄하며, 당초 정부 발표와 달리 농산물 추가개방 가능성이 언급될 때마다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농업계의 상황을 전했다. 하 의장은 “애를 써서 합의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지경 아닌가. 트럼프 변덕대로,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계속해서 협상이 뒤집히지 않느냐”며 “중국에서 미국산 콩 수입을 중단하니 그 콩을 한국더러 떠안으라며 최근 콩 수입을 요구 중이라는데, 우리 농업과 경제, 안보는 지난 80년 간 이미 충분히 수탈당했다. 더는 단 하나도 미국에 내어줄 수 없다”고 단호히 밝혔다. 덧붙여 하 의장은 “협상에 의미가 없음이 드러난 만큼 날강도 같은 트럼프 요구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한다. 이재명정부가 진정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다면, 손바닥처럼 뒤집힌 지난 합의를 모두 무효화하고 협상 자체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국민을 믿고 이재명정부가 미국에 당당히 맞설 것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반드시 보여줘야 할 것은 지혜로운 국제협력의 길을 열어내고 마침내 국익을 지켜내는 자주 외교의 힘이라며, 자주와 호혜에 기반한 공정한 다자주의 외교로 이재명정부가 새로운 국제 질서의 새판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 막바지엔 16명의 지역 대표가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이어 3000여명의 참석자들은 대회장 인근 경주 시내를 행진하며 △대미투자 철회 △관세협상 중단 △종속동맹 반대 등의 구호를 지속해 외쳤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한미정상은 관세협상 세부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실 브리핑에 따르면 쌀과 쇠고기 등 농산물 추가 개방은 없으며, 한미 상호관세는 15%로 유지하되 자동차 및 부품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미 투자패키지는 현금투자 2000억달러와 조선업 투자 1500억달러로 구성된 반면, 현금투자 연간 상한은 200억달러로 파악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