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소위 ‘관피아’, 즉 과거 몸담은 정부 부처와 연관된 기관·기업·단체 등에 재취업해 인맥과 지위를 이용하며 재취업기관의 이익을 대변하는 퇴직공직자들의 사례는 여전히 근절될 기미가 안 보인다. 이 문제에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도 전혀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지난 3년간 농식품부 퇴직공직자 중 농식품부와 연관된 기관·기업·협회 등의 재취업심사 대상이었던 이들 29명은 전원 재취업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금 ‘농피아’ 근절 필요성이 제기된다.
관피아 문제를 앞장서서 지적해 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이의영·류중석·김철환·원 경·김연옥, 경실련)은 2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농식품부·해양수산부(장관 전재수, 해수부)의 퇴직공직자 재취업심사 현황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관피아 방지를 위한 여러 법·제도가 마련됐음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 및 퇴직공직자 재취업, 재벌기업 비리 방패막이 행위 등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상황을 문제로 여기며, 경실련은 지난달 16일 경제 관련 8개 부처 관피아 실태조사에 이어 농식품부·해수부 관피아 실태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실태조사 대상 기간은 2022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였으며, 취업승인 여부 심사를 받은 2개 부처 퇴직공직자의 경력 사항을 언론 및 2개 부처, 재취업기관 누리집에서 조사했다는 게 경실련 측의 설명이다.
실태조사 결과, 지난 3년간 농식품부 출신 퇴직공직자 29명의 취업심사 승인률(재취업 승인률)은 100%였다. 재취업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은 △부처 권력을 이용한 산하 공공기관 재취업(대표 사례로 전 농식품부 차관의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취임 사례 거론) △관행적인 유관 기관·협회 및 산하단체 재취업 △민·관 유착에 의한 민간기업 재취업 등이었다.
퇴직한 농식품부 관료가 재취업한 조직으론 한국농어촌공사·농어촌자원개발원·낙농진흥회·FAO(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 한국협회·대한곡물협회·대한제당협회·한국제분협회·해외농업자원개발협회 등 각종 농업 관련 기관 또는 협회가 거론됐다.
특히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농식품부 퇴직공직자들이 ‘단골’로 재취업하는 유관 조직들이 언급됐다. 예컨대 농식품부 소관 사단법인으로, 국제연합 산하 기구인 FAO와 직접적 연관은 없는 민간단체인 FAO 한국협회의 사무총장직은 2000년대부터 농식품부 퇴직공직자가 재취업을 통해 사실상 도맡아 오다시피 했다. 2004년 이래 농식품부 출신 퇴직 관료로서 FAO 한국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이는 6명이었다(현직 사무총장 포함).
한편 CJ제일제당·삼양·TS대한제당을 회원사로 둔 농식품부 산하 민간단체인 대한제당협회의 전무 자리도 농식품부 퇴직 관료가 연이어 차지해 왔다. 이번 조사에서도 2022년 6월 퇴직한 기술 4급 출신 농식품부 공직자가 대한제당협회 전무로의 취업가능 판정을 받았다.
이와 같은 농업 관련 기관 및 협회로의 재취업은 대부분 업무 관련성(이해충돌 가능성)이 있어 보이나, 「공직자윤리법」을 회피해 재취업에 성공하는 상황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게 경실련 측의 지적이다.
한편 해수부의 경우 지난 3년간 취업심사 대상이던 41명의 퇴직공직자 중 85.4%인 35명이 재취업을 승인받았다. 따라서 지난 3년간 농식품부·해수부 양대 조직의 퇴직공직자(91명) 재취업 승인률은 91.4%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재취업 승인률은 2022년 경실련이 같은 주제로 같은 대상(농식품부, 해수부 퇴직공직자)에게 진행했던 실태조사 당시의 재취업 승인률인 80%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라는 점이다.
경실련은 이상과 같은 ‘관피아’ 속출을 근절할 방안으로 △신생기관 재취업 금지 명문화 △취업심사 대상기관의 규모 재정비 △취업승인 예외사유 구체화 △취업제한 여부 및 승인 심사 기간 확대(현행 ‘퇴직 전 경력 5년’을 ‘퇴직 전 경력 10년’으로 확대)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 확대(현행 ‘퇴직 후 3년간 제한’을 ‘퇴직 후 5년간 제한’으로 확대) △「이해충돌방지법」상 사적 접촉 요건 강화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명단 및 회의록, 심사결과 자료 공개 △공무원연금과 재취업 보수 이중수급 방지 등을 제시했다.
방효창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농식품부, 해수부의) 유관 기관 또는 협회 등의 운영이 명확한 시스템에 따라 돌아간다면 굳이 전직 관료가 필요하지 않다. 결국 (퇴직 관료와 유관 조직 간) 이해관계와 인맥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게 현재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