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인가 위법인가…‘골드바 지급’ 농협 감사 결과는

서울 중앙농협 ‘골드바 지급’·‘무료 해외여행’ 실시 논란
“업추비 통한 골드바 지급, 업무상배임죄 성립 가능성”

  • 입력 2025.10.23 18:40
  • 수정 2025.10.23 18:4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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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수도 서울의 한 지역농협 조합장이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시 조합원 전원에게 1인당 금 15돈 증정 및 무료 해외여행 실시 등의 공약을 내걸며 조합장 연임에 성공했다. 당선 이후,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5돈짜리 골드바(막대 모양의 작은 금괴) 제공 및 무료 해외여행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업무추진비(업추비)를 사용했다. 이는 조합원 대상 편익사업의 모범 사례일까, 선심성 공약 이행에 막대한 비용을 낭비한 반면교사일까?

위와 같은 상황은 최근 서울 중앙농협(조합장 김충기)에서 벌어졌다. 김충기 중앙농협 조합장은 2023년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연임에 성공한 뒤, 원래 약속한 15돈짜리 금은 아니지만 5돈짜리 골드바를 지급하며 ‘공약 이행’에 나섰다.

전체 조합원 1093명을 대상으로 5돈짜리 골드바를 지급하는 데 들어간 예산은 약 35억원이었다. 김 조합장은 이와 함께 조합원 대상으로 50억원 상당의 무료 해외여행을 진행했다.

이상의 상황은 지난 5월 14일 오마이뉴스 <‘금 15돈 선거공약’, 골드바로 돌아왔다> 기사를 통해 처음 공론화됐다. 오마이뉴스는 해당 기사를 포함해 8회에 걸쳐 중앙농협 골드바 논란 관련 기사를 냈다. 골드바 지급 및 무료 해외여행에 약 85억원의 중앙농협 예산, 그것도 직접적인 조합원용 예산인 교육지원사업비도 아닌 업추비로 해당 예산을 집행한 것이 법적으로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가 본격화됐다.

해당 건과 관련해,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에 입장을 물었다. 농식품부 측은 골드바 지급 및 ‘해외 선진지 연수’ 추진 건의 위법 여부를 검토한 결과 “「위탁선거법」 상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업무상 배임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향후 농축협 조합장의 선심성 예산집행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전제를 달았다.

앞서 7월 농협중앙회(회장 강호동)는 같은 건에 대해 “사회 통념상 과도한 집행이라는 지적에 따라 일선 조합 대상 예산집행 시 유의사항 등을 지도·안내”하기로 했다며 “예산 오남용 등에 따른 농협 공신력 저하 시 중앙회 차원의 지원 제한 등의 검토도 포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중앙농협 측은 골드바 지급 및 해외여행 등의 예산집행이 이사회 심의와 대의원 총회 의결 등 관련 법(농업협동조합법 등)과 정관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승인된 예산으로 집행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중앙농협 측은 해당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난 7월 세종 농식품부 앞에서 중앙농협 대상 특별감사 촉구 집회를 열었던 중앙농협 조합원 13명을 ‘조합 명예 실추’ 명목으로 제명하려 한다.

그러나 ‘이사회 심의,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쳤기에 문제가 없다는 중앙농협의 입장은 반박당하고 있다. 제명 위기에 처한 조합원 13명을 포함해 중앙농협의 사업이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조합원들은 모 법무법인에 김 조합장의 법적 책임 여부를 물었다.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측면에서 볼 때, 농협법 제57조가 열거하는 지역농협의 사업은 교육·지원, 신용, 복지후생사업 등으로 명시돼 있다. 중앙농협 건을 살핀 변호사는 “조합장이 선거공약 이행을 위해 집행한 골드바 지급, 해외여행 제공은 위 조항(농협법 제57조)에서 정한 사업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합원 관련 비용을 교육지원사업비가 아닌, 사실상 접대비 성격의 업추비로 회계 처리한 점은 농협법에 위배(사업목적 외 자금사용죄)될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조합의 재산을 선량하게 관리하고 조합의 이익을 위해 집행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는 조합장이 조합에 손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업무상배임죄 성립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중앙농협 측이 주장하는 ‘총회 의결사항’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법무법인 변호사는 “판례는 위법 행위에 대해 총회 또는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결의가 배임 행위에 해당하는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의 결과로 이뤄진 경우, 결의를 거쳤다고 해서 해당 위법행위가 유효하게 되는 건 아니라고 일관되게 판시한다”며 “조합 총회의 결의라 해도 그 내용이 강행법규 또는 조합 정관에 명백히 위반되는 경우 해당 결의는 무효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이번 달 들어 중앙농협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종합감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의 종합감사 결과에 따라 농식품부 차원의 특정감사 실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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