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이어 쪽파까지 병해 극심…수확의 계절, 한숨만 가득

보성과 장흥 등 이상고온·강우로 각종 병해 창궐
농민들 숱한 민원 제기에도 반응 없는 행정 규탄

  • 입력 2025.10.22 10:25
  • 기자명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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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현경 기자]

지난 17일 각종 병해로 전남 보성군 회천면 일원의 쪽파밭이 누렇게 변해 있는 모습. 농민들은 이상고온과 잦은 강우가 병해의 원인이라며 재해 인정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병구 기자
지난 17일 각종 병해로 전남 보성군 회천면 일원의 쪽파밭이 누렇게 변해 있는 모습. 농민들은 이상고온과 잦은 강우가 병해의 원인이라며 재해 인정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병구 기자

 

“40년 가까이 쪽파 농사를 지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라며 한숨을 내쉬는 농부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푸릇푸릇한 쪽파들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들녘이 누렇게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8월 말 파종해서 김장 때 출하할 쪽파들이었다. 갈아엎고 다시 심은 쪽파밭들만 초록빛을 나타냈다.

“예년에는 1번 정도 예방 목적으로 약을 쳤었는데, 올해는 5~6번 약을 해도 소용이 없다.” 쪽파 농사가 주업인 문충길씨는 보성군 회천면 전역과 득량면 일부 지역에 노균병과 잿빛곰팡이병, 잎끝마름병이 한꺼번에 찾아온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문씨는 9월의 이상 고온 현상과 가을장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잦은 비가 원인이라는 예측도 함께 내놓았다.

이어 문씨는 자신이 농사짓는 4만평 쪽파밭 중 1만평 정도가 아주 심한 피해를 입었다면서, “농업기술센터나 농협, 군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는데 반응도 없고 현장 점검 한번 나오지 않는다. 대책도 없다”며 굼뜬 행정에 불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국 쪽파 생산량의 25%를 차지하는 주산지인 보성군뿐만 아니라 인근 장흥군에서도 쪽파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농민들은 잎끝마름병으로 누렇게 변한 쪽파 위쪽을 자른 뒤 뿌리만 남겨 키웠는데도 다시 병이 왔다며 “갈아엎고 다시 심는데 드는 인건비와 종자 비용, 생육 기간을 생각해 이렇게라도 해보려 했는데 도저히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고 탄식했다.

이에 지난 20일 쪽파 병해충 현장 기술 지원팀(전남농업기술원 소속)은 장흥군 안양면 학송 지역 피해 현장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했다. 농촌진흥청 기술지원단 소속 공무원 5명과 박용철 전남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 박진영 원예특작팀장 등과 장흥군, 안양면 공무원 10여명, 박형대 전라남도의원(진보당)이 함께 한 현장 조사에서 관계자들은 가을철 고온 및 9월의 잦은 강우(18일)로 생육이 부진했고, 작물이 연약한 상태에서 노균병, 곰팡이병 등이 확산됐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피해 원인 정밀 진단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에 쪽파 피해를 재해로 인정해달라 건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쪽파의 경우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가능 지역이 한정돼 있고, 가입 시기도 한시적이기 때문에 다수의 피해 농가가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상기후로 농사짓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기댈 곳조차 없는 농민들의 팍팍한 현실을 감안해 정부와 지자체가 발 빠른 대응과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각종 병해로 전남 보성군과 장흥군 일원의 쪽파 피해가 극심하다. 사진 오른쪽이 병해가 심한 쪽파 모습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상태다. 윤병구 기자
전남 보성군과 장흥군 일원의 쪽파 재배지역에 각종 병해가 발생해 농민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사진 오른쪽이 병해가 심한 쪽파 모습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상태다. 윤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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