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자궁 출혈(AUB, Abnormal Uterine Bleeding)은 폐경 전 여성들에게 꽤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생리 양이 갑자기 많아졌어요”, “생리 때가 아닌데 피가 나와요” 같은 이야기가 다 여기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비정상 자궁 출혈은 구조적 원인과 비구조적 원인으로 나뉩니다. 구조적 원인으로 자궁 내막에 생긴 폴립, 자궁근종(근육층에 생기는 혹), 자궁선근증(내막이 근육층으로 파고든 경우), 자궁내막암·자궁경부암 같은 악성 종양 등이 있습니다. 비구조적 원인으로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 갑상선 기능 이상과 같은 배란 기능 장애나 폰 빌레브란트병 등 혈액 응고 문제나, 간 질환이나 항응고제, 호르몬 요법 등의 약물에 원인이 있습니다.
구조적 원인이 있는 경우더라도 크기가 작거나 비구조적 원인일 때는 수술보다는 약물, 시술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편입니다.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생리혈의 양을 줄이고 통증을 줄여줍니다. 트라넥사믹산은 지혈제 역할로, 혈액을 응고시켜 출혈을 막아줍니다. 경구 피임제는 배란을 억제하고 내막을 안정화하여 생리양을 줄여줍니다. 이외에도 호르몬 IUD나 GnRH 작용제 또는 SPRM 등의 방법으로 치료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근종이나 폴립 크기가 크다면 수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비정상적인 자궁의 출혈을 ‘붕루(崩漏)’라고 불렀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붕루의 원인을 세 가지로 나눕니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이 원인일 때는 냄새 나는 검붉은 출혈과 대하가 동반된다고 기록돼 있으며, 스트레스나 감정 변화로 출혈이 생기거나, 큰 충격 또는 슬픔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부청주여과>에서는 과다출혈로 인한 어지럼증, 중년 이후의 무절제한 성생활, 스트레스, 낙상 또는 외상이 붕루의 원인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자궁 출혈을 치료할 때, ‘지혈 → 재발 방지 → 정상 주기 회복’ 순서로 접근합니다. 인체의 소화기가 약하면 출혈이 과도해진다고 보아 소화기를 북돋아주는 한약을 위주로 처방하였는데요, 실제로 수명이 다한 적혈구가 비장에서 처리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관점과 현대적인 관점이 일치함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처방은 익위승양탕으로 기혈을 보함과 동시에 지혈을 해줍니다. 다음으로는 어혈을 제거하면서 기혈을 보태주는 전생활혈탕을 많이 씁니다. 한약재 중에서는 삼칠근은 출혈에 어혈을 겸한 경우나 대량 출혈 또는 출혈이 멎지 않을 때 효과가 좋아 붕루 환자에게 많이 쓰곤 합니다.
만약 자궁 출혈이 있으시다면 다음과 같이 생활을 관리해주세요. 먼저 기름지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과 술, 카페인을 줄여주세요. 철분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으로 빈혈을 예방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정서적 요인이 출혈에 영향을 주므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해주시고 규칙적인 수면과 가벼운 운동을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