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깊은 시골마을, 작고 작은 상점 이야기

  • 입력 2025.09.21 18:00
  • 수정 2025.09.21 19:52
  • 기자명 이영규 괴산 목도사진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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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맑은결공방, 맑은결상점 목간판을 발견하면 잠시 안으로 들어가 보면 좋겠다.
길가에서 맑은결공방, 맑은결상점 목간판을 발견하면 잠시 안으로 들어가 보면 좋겠다.
마당 안을 살짝 들여다보면 작고 작은 맑은결상점이 보인다.
마당 안을 살짝 들여다보면 작고 작은 맑은결상점이 보인다.
여섯 평 남짓 작은 상점 공간은 호기심 천국이다. 정환씨가 직접 만든 테이블과 진열장 위에는 하나하나마다 의미를 간직한 제품들이 가득하다.
여섯 평 남짓 작은 상점 공간은 호기심 천국이다. 정환씨가 직접 만든 테이블과 진열장 위에는 하나하나마다 의미를 간직한 제품들이 가득하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깊고 깊은 시골 마을에 작고 작은 상점 하나가 있다. 아니, 사실은 상점이라 보이지는 않고 예쁘게 가꾼 정원과 함께 ‘맑은결공방’, ‘맑은결상점’이라는 목간판이 보일 뿐이다. 궁금증이 일어난다. 어디에 상점이 있다는 거지? 금세 호기심이 일어 마당 안으로 들어선다. 호호호 웃으며 주인이 반겨준다. 마당에서 금방 뜯어 내린 박하차를 손님에게 건넨다. 조심스러운 마음은 가시고 편안해질 즈음 드디어 작은 공간을 발견한다. 여섯 평 남짓, 말 그대로 상점인 듯 상점 아닌 듯한 모습을 한 호기심 천국이 펼쳐져 있다.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부부가 운영하는 이 작은 상점 안에는 신기하게도 많은 것들이 있다. 남편 이정환씨의 목공작업으로 탄생한 다양한 목공예품이 있고, 지구를 사랑하는 조미영씨가 품은 괴산의 출판사와 저자들이 낸 책이 있고, 지구사랑 물건들이 있고, 마음 치유를 염두에 둔 작은 소품들이 있다. 부부가 은퇴하고 어떻게 살까를 고심할 때 가치의 중심에 놓은 것이 ‘환경’이었다. 그래서 일회용품을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실천하고 나누는 가치를 둔 상점을 운영하기로 했다.

2년 전 이곳에 집을 지을 때, 부부는 두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곳에 찾아오는 누구라도 반길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품었다. 그러니 사람들을 반기고 안아 주는 공간은 상점만이 아니다. 마당 한 켠에는 작은 음악회를 할 수 있는 손수 지은 무대가 있고, 잠시 휴식할 수 있는 정원이 있고 전망 좋은 이곳저곳에 의자가 있다.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하룻밤 쉬어갈 수 있는 별채까지 마련해 두었다.

사실 맑은결상점은 새내기 귀촌 부부의 소망을 담아 이제 시작하는 공간이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투자한 곳도 아니다. 그러니 아직은 찾아오는 사람을 맞이하는 것보다 찾아올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다. 이 작고 소박한 공간에서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고, 몰랐던 소식을 나누길 소망하는 부부의 바람이 커 가고 있는 중이다.

목공작업 안에는 고래가 많이 등장한다. 흡사 고래 모습을 한 도마들을 보고 있자니 물속으로 들어가는 고래의 꼬리지느러미 같다. 목도나루학교(포옹) 학생 촬영
목공작업 안에는 고래가 많이 등장한다. 흡사 고래 모습을 한 도마들을 보고 있자니 물속으로 들어가는 고래의 꼬리지느러미 같다. 목도나루학교(포옹) 학생 촬영
고래는 맑은결상점의 상징이다. 서로 돕고 위로하며 생을 함께 보내는 고래의 삶을 사람들의 삶도 닮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고래는 맑은결상점의 상징이다. 서로 돕고 위로하며 생을 함께 보내는 고래의 삶을 사람들의 삶도 닮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환씨가 작업하는 작품에는 나무의 상처며 옹이까지 고스란히 간직한 경우가 많다. 자연에서 난 것이면 무엇이든 귀하다는 마음 때문이다.
정환씨가 작업하는 작품에는 나무의 상처며 옹이까지 고스란히 간직한 경우가 많다. 자연에서 난 것이면 무엇이든 귀하다는 마음 때문이다.
‘맑은결공방’, ‘맑은결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환·조미영 부부. 작고 작은 소망을 실현해 가는 부부의 웃음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든다.
‘맑은결공방’, ‘맑은결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환·조미영 부부. 작고 작은 소망을 실현해 가는 부부의 웃음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든다.

이영규 괴산 목도사진관 대표

오랫동안 출판일을 하면서 사진 작업을 하다, 지금은 충북 괴산군 불정면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문화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글로,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괴산의 청년농부들을 만나면서 <청년농부>라는 첫 책을 냈고,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마을을 돌아보면서 사람과 풍경을 함께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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